안개/연기 fog/smoke

안개는 지표면 가까이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부옇게 떠 있는 현상이고 연기는 무언가가 불에 탈 때 생겨나는 흐릿한 기체나 기운을 말한다. 발생하는 원인은 다르나 한 순간 강렬하게 발생하여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시야를 가리며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거나 사라지게 만든다.

윤대희_믿음의 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3.9cm_2021

윤대희_믿음의 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3.9cm_2021

윤대희_제목 없는 드로잉_비닐에 아크릴채색_230×150cm×20_2021

'불안'이라는 감정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어 이어지고 있는 연작 「안개/연기」는 개인의 시각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각에서 일상을 관찰한 기록하며 이를 재해석한 작업이다. 「안개/연기」 연작은 완전함과 완벽함을 원하지만 그것에 쉽게 닿을 수 없는 인간의 허무한 욕망을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어떤 행동이나 움직임, 형태를 묘사한 것도 아닌 세 단어를 통해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의 이야기를 확장해가는 작업이다. 기념비, 소원탑, 제사와 같은 의식과 행위는 존재 자체로 실체의 부재를 설명한다. 현실에서 이 같은 행위들은 현실을 넘어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을 이상화한다.

윤대희_누운 인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1.8×40.9cm_2021

윤대희_믿음의 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45.5cm_2021

윤대희_천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45.5cm_2021

한적한 공원에 멀뚱히 서있는 동상 하나를 보며 생각했다. 어찌 보면 음산하기까지 한 이 기록은 가까이 들여다봐도 잘 보이지 않는 동상의 사연과 더불어 의미전달에 실패한 것 같았다. 공원 인근의 사람들만 오고가는 이 자리에 역사적인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것과는 달리 디자인으로서의 역할만 남은 듯 보인다. 초라해지면 안 되는 것들이 초라해지고 마음속에 남아야할 사연이 한 귀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간 듯하다.

윤대희_촛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21

윤대희_안개/연기展_인천문화양조장(스페이스빔)_2021

윤대희_안개/연기展_인천문화양조장(스페이스빔)_2021

꽤 먼 거리에서 손톱만큼 작게 보이는 이런 형상들. 마치 영역표시 같기도 한 이런 도상들은 거대한 풍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은 것 같았지만 이내 공허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욕망의 끝에 다다르지 못한 잔여물처럼 다가왔다.

윤대희_mou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21

윤대희_빛나는 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5.8cm×9_2021

인간에게 궁극적인 욕망을 위한 향한 과정을 믿음과 소망이라는 맹목적인 행동으로 그려내는 이 작업은 「믿음,소망,사랑」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다. 이번 전시 「안개/연기」에서는 사랑을 향한 믿음과 소망만 있을 뿐 사랑이라는 실체를 드러내진 않는다. 닿을 수 없는 목적지인 실체 없는 궁극의 지점(사랑)을 쫓는 인간의 흔적과 행위(믿음과 소망)를 통해 모호하고 공허한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윤대희_혼란 속의 형제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65.1cm×3_2021

윤대희_안개/연기展_인천문화양조장(스페이스빔)_2021

나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장면들을 관찰하면서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풍경에 관심을 갖고 삶의 테두리에 가장 가깝게 기생하는 것,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감정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개인 삶의 과정에서 근본적인 감정들이 하나의 서사가 되어 일상적 이미지와 상상의 이미지가 결합된 풍경을 만들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속에 상징적인 표현들로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들을 그려낸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거나 명백해 보였던 것을 의심스럽게 만들면서 보이지 않고 믿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작업이 되었으면 한다. ■ 윤대희

Vol.20211215h | 윤대희展 / YOONDAEHEE / 尹大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