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삼경 Utopia 3 Views

용해숙展 / YONGHAESOOK / 龍海淑 / photography   2021_1208 ▶ 2021_1214

용해숙_K컨벤션웨딩홀-유토피아 삼경 연구1_ 잉크젯 프린트_34×102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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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작품 프린트 / 전수현 후원 / 홍천문화재단 감사한 분 / 이기수_김현정_정순호_박주욱 홍법스님(강룡사 주지)_조영숙(강룡사 사무장) 김영명(강룡사 부회장)_김영숙(K컨벤션웨딩홀)_이금성 윤석규(성화건축)_박용철_전수현_Jan Creutzenberg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홍천미술관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희망로 55 Tel. +82.(0)33.439.5880

포효하는 호랑이가 카메라 조리개 속에 나타났다 ● 보르헤스가 말한 손바닥 소설 『환술사와 호랑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림 속의 호랑이를 현실로 불러낸 환술사가 그 환[幻]의 포효하는 호랑이를 두려워하면, 호랑이가 알아차리고 환술사를 집어삼킨다."

용해숙_K컨벤션웨딩홀-유토피아 삼경 연구2_ 잉크젯 프린트_34×102cm_2021

용해숙 작가의 이번 사진 작업에서 어떤 공간 속의 풍경을 배경 삼아 삼각뿔의 형상으로 배치한 거울을 찍는 카메라는 다름아닌 호랑이에게 집어삼켜지는 환술사 신세 같다. 여기서 호랑이는 무엇인가. 이 호랑이라는 가상의 피사체이자 환[幻]의 세계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이번 작업의 사진들을 볼라치면, 문득 1억5천만 픽셀의 현존하는 최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거울이라는 소박한 고대과학에 맺힌 상[像]을 비주얼로 완벽하게 잡아내지 못한다는 기술적 아포리아를 마주하게 된다. 용작가는 이 매개실패의 아포리아 상태에 어른거리는 '교차하는 시간들'의 혼란을 통해서 도대체 "사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의 그물은 과연 호랑이를 사로잡았는가. 산 채로. 혹은 연기처럼 다시 사라져 버렸는가.

용해숙_강룡사 관음전-유토피아 삼경 연구1_ 잉크젯 프린트_34×102cm_2021
용해숙_강룡사 관음전-유토피아 삼경 연구2_ 잉크젯 프린트_34×102cm_2021

작가는 홍천 강룡사 대불보전 및 관음전, 홍천 K컨벤션웨딩홀 그리고 청주 미호천 교각 공사현장 등 각기 다른 장소에서 천라지망[天羅地網], 즉 하늘의 그물 땅의 그물을 짜듯 거울 배치를 하고, 사진을 찍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그 각각의 거울 각도가 미묘하게 장치되어 장소의 풍경인 듯하면서 동시에 저 세상 광경인 듯한, 천 곳 만 곳 같은 거울상이 나타난다. 이는 "붓다의 지혜 광명이 두루 비춘다"라는 명제가 거울의 반영상 속에 망점[網點]이 드러나면서 무엇인가를 폭로하는 것이 압권이다. 즉 이것이 육보시를 받기 위해 포효하는 호랑이 출몰이 아닐까. 호랑이가 삼키는 것은 환술사인데, 그 환술사는 누구인가.

용해숙_강룡사 대불보전-유토피아 삼경 매시업_ 잉크젯 프린트_95×285cm_2021

위의 보르헤스 우화는 다름아닌 원효에게 한 수 배운 "환호환 탄환사"[幻虎還 呑幻師]에서 유래한 것이다. 용작가는 이 환[幻]의 테크놀로지를 기술적 결함으로 드러내는 디지털의 세계가 1) 비어있다[空] 2) 망점 형태나마 임시로 존재한다[假] 3) 그러나 삶의 풍경도 마찬가지다[中] 라는 세가지 관점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수습한다. 천태지자 대사가 마음의 눈이란 세가지 관점[空假中]을 갖는다는 것의 인연은 용작가가 천태종의 사찰 강룡사를 찾으면서 고조된다. 이 인연은 일대사를 비추는지도 모른다. 즉 사진은 본체론적으로 실재를 포착할 수 없는 환[幻]의 작업이며, 그런데 그 현상계의 환[幻]이란 것은 비어 있으면서도 묘하게 존재하며, 그러면서 삶의 시간적 존립이라는 중도적 사태 앞에서 비로소 환해진다는 것의 알아차림이다.

용해숙_미호천교각-유토피아 삼경 연구1_잉크젯 프린트_34×102cm_2021
용해숙_미호천교각-유토피아 삼경 연구2_잉크젯 프린트-34×102cm_2021

용해숙 작가의 사진은 무한히 뻗쳐가는 빛[無量光明]의 풍경을 묘하게 잇대어 있는 거울상 속에 무한의 실재로 온전히 담을 수 있다는 환술사의 논리가 뜻밖에 호랑이를 만나면서 겪는 모험담을 들려준다. 이 모험담은 분명히 아포리아의 비극이지만, 서사시적이고 영웅적이기도 하다. ■ 김남수

Vol.20211208g | 용해숙展 / YONGHAESOOK / 龍海淑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