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10302d | 용해숙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작품 프린트 / 전수현 후원 / 홍천문화재단 감사한 분 / 이기수_김현정_정순호_박주욱 홍법스님(강룡사 주지)_조영숙(강룡사 사무장) 김영명(강룡사 부회장)_김영숙(K컨벤션웨딩홀)_이금성 윤석규(성화건축)_박용철_전수현_Jan Creutzenberg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홍천미술관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희망로 55 Tel. +82.(0)33.439.5880
포효하는 호랑이가 카메라 조리개 속에 나타났다 ● 보르헤스가 말한 손바닥 소설 『환술사와 호랑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림 속의 호랑이를 현실로 불러낸 환술사가 그 환[幻]의 포효하는 호랑이를 두려워하면, 호랑이가 알아차리고 환술사를 집어삼킨다."
용해숙 작가의 이번 사진 작업에서 어떤 공간 속의 풍경을 배경 삼아 삼각뿔의 형상으로 배치한 거울을 찍는 카메라는 다름아닌 호랑이에게 집어삼켜지는 환술사 신세 같다. 여기서 호랑이는 무엇인가. 이 호랑이라는 가상의 피사체이자 환[幻]의 세계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이번 작업의 사진들을 볼라치면, 문득 1억5천만 픽셀의 현존하는 최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거울이라는 소박한 고대과학에 맺힌 상[像]을 비주얼로 완벽하게 잡아내지 못한다는 기술적 아포리아를 마주하게 된다. 용작가는 이 매개실패의 아포리아 상태에 어른거리는 '교차하는 시간들'의 혼란을 통해서 도대체 "사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의 그물은 과연 호랑이를 사로잡았는가. 산 채로. 혹은 연기처럼 다시 사라져 버렸는가.
작가는 홍천 강룡사 대불보전 및 관음전, 홍천 K컨벤션웨딩홀 그리고 청주 미호천 교각 공사현장 등 각기 다른 장소에서 천라지망[天羅地網], 즉 하늘의 그물 땅의 그물을 짜듯 거울 배치를 하고, 사진을 찍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그 각각의 거울 각도가 미묘하게 장치되어 장소의 풍경인 듯하면서 동시에 저 세상 광경인 듯한, 천 곳 만 곳 같은 거울상이 나타난다. 이는 "붓다의 지혜 광명이 두루 비춘다"라는 명제가 거울의 반영상 속에 망점[網點]이 드러나면서 무엇인가를 폭로하는 것이 압권이다. 즉 이것이 육보시를 받기 위해 포효하는 호랑이 출몰이 아닐까. 호랑이가 삼키는 것은 환술사인데, 그 환술사는 누구인가.
위의 보르헤스 우화는 다름아닌 원효에게 한 수 배운 "환호환 탄환사"[幻虎還 呑幻師]에서 유래한 것이다. 용작가는 이 환[幻]의 테크놀로지를 기술적 결함으로 드러내는 디지털의 세계가 1) 비어있다[空] 2) 망점 형태나마 임시로 존재한다[假] 3) 그러나 삶의 풍경도 마찬가지다[中] 라는 세가지 관점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수습한다. 천태지자 대사가 마음의 눈이란 세가지 관점[空假中]을 갖는다는 것의 인연은 용작가가 천태종의 사찰 강룡사를 찾으면서 고조된다. 이 인연은 일대사를 비추는지도 모른다. 즉 사진은 본체론적으로 실재를 포착할 수 없는 환[幻]의 작업이며, 그런데 그 현상계의 환[幻]이란 것은 비어 있으면서도 묘하게 존재하며, 그러면서 삶의 시간적 존립이라는 중도적 사태 앞에서 비로소 환해진다는 것의 알아차림이다.
용해숙 작가의 사진은 무한히 뻗쳐가는 빛[無量光明]의 풍경을 묘하게 잇대어 있는 거울상 속에 무한의 실재로 온전히 담을 수 있다는 환술사의 논리가 뜻밖에 호랑이를 만나면서 겪는 모험담을 들려준다. 이 모험담은 분명히 아포리아의 비극이지만, 서사시적이고 영웅적이기도 하다. ■ 김남수
Vol.20211208g | 용해숙展 / YONGHAESOOK / 龍海淑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