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원로·중견 작가 김봉수_김성수_리우_방준호_박휘봉_강대영 20대 신진작가 김규호_오세인_윤보경_이민희_인충엄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 수성구 무학로 180 호반갤러리, 멀티아트홀 Tel. +82.(0)53.668.1566 www.ssartpia.kr
돌 깎는 소리는 소음이 아닌 희열이다. 철판 잘리는 굉음도 작품 잉태의 소리로 분류된다. 깎거나 자르고, 다듬거나 매만져야 완성되는 조각 작품의 특성상 프로세스는 대체로 까다롭고 느린데다 수고롭다. 전통조각의 확장을 도모한 현대조각은 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브제의 결합으로 매체활용의 범위와 폭이 넓어졌다. 전통과 현대 할 것 없이 조각은 노동이 필수다. 긴 고독마저 벗 삼아야하는 녹록치 않은 여정도 간과할 수 없다. 하여 조각가의 길에는 남다른 용기와 육체적 건강도 요구된다. 예술적 신념은 두말 할 것도 없다. ● 대구에는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조각전공학과가 개설되었지만 학과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전과 같은 후진양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다. 바로 대구 조각계의 현실이다. 아서 단토는 '예술의 종말 이후'에서 종말은 또 다른 출발의 신호탄이라 하였다. 그러니 낙담은 시기상조다. 그렇다고 방관만 할 것도 아니다. 대구 조각계의 현재를 주목하고 전시를 통해 진단과 지향점을 찾는 노력은 작가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역할이다. ● 대구 조각(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50년대 대구 조각가들의 활동상은 전무하며 1960년대 이후부터 본격화된다. 조각가 이태호의 글에 따르면 "(상략) 1960년대에는 최초의 조소 관련 단체전인 63美展, 신라문화재, 경북미협전 등이 개최되었으며 류종민과 박병영, 변유복 등이 활동하였다. 1970년대에는 이상회전, 현대미술제, 대구현대작가협회전, 한국미협경북지부전, 각 화랑의 향토작가초대전, 영남일보 향토작가초대전 등 많은 단체전이 개최되었고 정은기, 홍성문, 김익수, 변유복, 박병영에 의해 8건의 개인전이 개최되었다. 1980년대에는 대구최초로 조각가들만의 모임으로 결성된 경북조각회의 창립, 대구시전과 한국신구상회의 창립, 대구국제비엔날레개최, 35회의 조각개인전 개최 등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점차 대구 조소계의 위상을 높여갔다. 1980년을 기점으로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제2세대의 역동적인 활동과 함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새로운 표현방식의 조소활동이 전개되면서 대구지역예술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이태호, 「대구미술 100년사」, 대구미술협회, 2017, pp88~89 참고. ● 현재 대구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조각가는 대부분 대구 소재 대학교에서 조소과를 졸업한 선·후배들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도 그들 중 한명이다. 참여 작가들은 서로 다른 예술적 견해를 경청하며 대구 조각계의 미래를 점쳐볼 것이다. 선·후배간의 도리이자 이 시대가 놓치고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각가라면 누구나 작업'과정'을 외면할 수 없다. 작업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신진조각가가 원로·중견 작들의 작업여정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며 이번 기획전의 무게중심을 결과보다 과정에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 탈장르화 된 현대에 '조각'을 다시 '장르화' 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조각가의 길 면면을 들여다본다면 조각 본연의 특성을 탈장화된 현대미술에 편입이나 희석시킬 수만 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대리석 덩어리에서 꿈틀대는 생명력을 끌어내던 미켈란젤로나 둔탁한 청동으로 날카로운 내면의식을 묘사하던 로뎅을 기억한다. 두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점이라면 손맛에 깃든 작가 고유의 기운 내지는 독자성(identity)이 아닐까. 손맛과 예술철학이야말로 작품 차별화의 가늠자다. '대구 조각(조소)의 현재'전에 '깎고 자르고 다듬고 매만지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이다. ● 원로·중견 작가와 20대 신진작가들 사이에는 긴 시간의 간극이 있다. 이때 시간의 간극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20대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탐색하는 시기이다. 하여 완숙한 작업을 기대할 순 없다. 반면 원로나 중견작가들은 작업이 농익어간다.
강대영 작가는 구리선으로 만든 모기에서부터 전구, 양은냄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매체로 작품세계를 확장시켰다. 2020년에는 봉산문화회관 전시실 바닥에 수백 개의 냄비를 설치하고 냄비에서 울리는 소리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동시대의 폐허와 그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봉수 작가는 권력과 부, 명예 등, 달콤한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현대인들의 민낯을 조각으로 보여준다. 피노키오 작가로 잘 알려진 김봉수 작가는 예술작품으로 현대인의 가려진 심리를 겨냥한다.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피노키오 조각 작품으로 지적한다.
김성수 작가는 한국의 전통 인형인 꼭두를 나무로 조각하여 인간(우리)의 삶을 서술한다. 작가에게 꼭두는 희망의 매개체이자 꿈의 메신저다. 민중의 삶이 스민 꼭두를 나무로 조각하는 김성수 작가는 60세가 넘어서도 작업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간다고 한다. 회화성이 짙은 그의 조각 작품에서 수행의 결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리우 작가는 20여 년 전부터 컴퓨터 본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방식의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digital body'는 과거를 통해 현대와 미래를 비춘다. 'empty body'뿐만 아니라 자본과 테크놀로지를 종교적인 측면에서 풀어낸 작품에서 동시대 테크놀로지와 신화를 버무려 이 시대의 위기를 건드린 '라타바 신전'까지 리우 작가의 작업 내용은 스팩트럼이 넓다.
방준호 작가는 다루기 녹록지 않은 돌조각을 꾸준히 이어간다. 돌덩이 속에 내재된 형상을 끌과 정으로 불러내고 관람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방준호 작가는 건조한 현대인들에게 작품으로 감성을 건드린다. 딱딱한 고체인 돌덩이에 바람을 일으켜 우리들 가슴에 파문을 던지는 방준호의 돌조각은 재료의 경계를 넘나든다.
1941년생 박휘봉 작가는 팔순의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활동과 작업에 대한 남다른 집념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조각가가 아닌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박휘봉 작가는 "작품은 작품이 아니라 평생을 쏟아 만든 업(業)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자연석 외에도 철근을 자르고 구부려서 만든 조각이 유려하고도 힘차다.
'변칙적인', '불규칙적인'이란 뜻의 단어 'irregural'를 주제로 작업하는 김규호 작가는 불규칙적인 형태의 변화, 그것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규칙을 찾는 작업에 몰두한다.
정보과잉의 시대를 겨냥한 오세인 작가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오세인이 제작한 기하학적인 형태에는 작가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았으며 차갑거나 단순하게 본질에 접근한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둔 윤보경 작가의 작업은 인간의 다양한 모습 중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추고 사진, 영상, 설치 등의 매체로 사회의 불편한 부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민희 작가는 FRP와 나무로 제작한 '대화'시리즈 외에도 '글자길' '글자연습'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민희의 나무작업은 해학과 교육적 의미에 더해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건드린다.
인충엄 작가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 제작에 몰입한다. 인충엄이 창작한 캐릭터는'나'또는 세상의 '창조자'이고 '정령'이자 사람들 속에 같이 공생하며 살아온 존재이다. ● 초대작가 강대영, 김봉수, 김성수, 리우, 방준호, 박휘봉 등 6명과 20대 신진작가 김규호, 오세인, 윤보경, 이민희, 인충언 등 5명(가나다 순)은 전시기간 동안 1:1 매칭을 통해 소통을 도모한다. ● 20대 신진작가들은 선배 작가들을 멘토삼고, 원로·중견 작가들은 신진작가들의 신선한 발상에 활력을 재생시킬 것이다. 이들의 '만남'이야말로 미래에 가닿는 교두보가 아닐까. 수순처럼 세대를 가르던 긴 시간의 간극도 좁혀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미술관의 역할 중 하나가 '교육'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의미 있는 일이라 사료된다. 관람의 포인트는 시각적인 만족에서 한발 나아가 세대를 초월해 조각으로 녹여낸 예술적 울림을 누리는 것일 것이다. ■ 서영옥
Vol.20211208a | 깎고 자르고 다듬고 매만지다-대구 조각의 현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