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특별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1990년대 이후, 전통적인 매체와 장르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다원예술을 지나 메타버스, NFT, VR,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기술과의 접목이 화두인 2021년, 현대미술의 외연은 확장하고 있다. 이렇게 탈장르화가 진행되는 시대에 회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20세기 이후 회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1980년대 초, 사진의 등장과 더불어 광고, 영화, 텔레비전 등의 대중매체에 이미지를 조합하는 작품이 출현함에 따라, 미술평론가 더글러스 크림프(Douglas Crimp, 1944~2019)는 "회화의 종말"을 주장하였다. 이후 1910년대 마르셀 뒤샹(Henri Robert Marcel Duchamp, 1887~1968) 역시 복제와 차용 개념을 등장시켜 미술과 실재 사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회화의 위기를 언급하였다. 그럼에도 회화에 대한 위기를 '선고'하는 것은 그것으로 그쳤을 뿐, 회화는 2021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아서 단토(Arthur C. Danto, 1924~2013)가 선언했던 "예술의 종말"이 예술의 끝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듯이, 꾸준히 제기되었던 '회화의 위기'론 역시 글자 그대로 회화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 작가 6인(권세진, 기민정, 이세준, 이현배, 이희준, 표영실)의 작업을 통해 지금 시대에서 회화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질문하고자 한다. 6명의 작가는 우연적인 효과에 입각한 표현 기법과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우연한 순간과 감정, 그리고 풍경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을 탐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도적 우연』은 의도와 우연이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며, 상호 개입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6명의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회화의 일면에 주목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에서의 우연성을 작가의 의도와 만나는 교차점으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철저한 계획 하에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그 안에서 우연한 시간은 있으며, 이것은 작업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우연이 만들어내는 순간이 작업에 결과로 반영되는 것은 회화 뿐 아니라 조각, 사진, 영상, 설치와 같은 다른 매체에서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에서의 의도와 우연에 주목할 것이다. 그 이유는 회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장구한 역사 속에서 논의되었던 거대서사, 즉 담론과 이론이 아닌 작가 개인에게 회화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작업과정에서 의도와 우연 가운데 내린 작가의 결정들이 만들어낸 결과로서 회화를 조망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일상과 작업과정 속에서 마주하는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는 회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자하미술관
Vol.20211204c | 의도적 우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