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6:00pm
대구문화재단 가창창작스튜디오 Daegu Foundation for Culture GACHANG ART STUDIO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로57길 46 스튜디오, 복도 Tel. +82.(0)53.430.1266 www.gcartstudio.or.kr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시각 예술가에게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란 무엇일까? 단편적 결과물이 중요한 작가에게 작품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이 질문으로부터 출발하는 스튜디오형 그룹전 『우리가 곧 불꽃이라』는 작가의 작업 공간을 통해 작품이 완결되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참여작가들은 올 한해 가창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여 각자의 공간에서 작업을 이어왔으며 이 공간들은 작가의 관심과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이번 전시는 창작의 영역에서 과정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작가의 스튜디오를 전시장으로 오픈함으로써 이 장소들이 대변하는 그들의 작업에 대한 다각적인 흔적들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총 5명의 참여작가 권효민, 김상덕, 나동석, 최윤경, 현수하 작가의 스튜디오를 통해 그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예술적 시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가창창작스튜디오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하던 4월 새끼고양이 2마리가 태어났다. 출산 직후, 어미 고양이는 혼자서 몇 날 며칠 스튜디오 주변을 탐색했다. 오랫동안 이 구역의 주인이었지만, 아직 새로운 입주작가들이 낯선 탓인지 예민해 보였다. 그녀는 수색을 끝낸 뒤 새끼들을 뒷마당 구석으로 데려왔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새끼는 사람이 나타나면 쥐구멍 같은 곳으로 사라졌다. ● 7월쯤 되었을 때, 어미는 종종 가창창작스튜디오를 벗어났지만, 아이들은 아직 이곳을 벗어나기엔 너무 어렸다. 어미는 아이들에게 젖떼기와 사냥 훈련을 가르쳤다. 그래서 종종 작가들은 쥐나 새의 사체를 치워 깨끗한 잠자리를 유지하고, 사료와 간식을 먹여 아이들을 보살폈다. ● 10월이 되었을 때, 어미는 자식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고양이들을 독립시키기로 했다. 이제 두 고양이는 가창창작스튜디오가 있는 삼산리를 누비며 닭, 개, 고양이 등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하였다. 작가들은 그들을 버스정류장이나 이장님 댁 감나무밭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 이윽고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고 가창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도 모두 끝이 났다. 두 고양이는 추위를 버틸 방법을, 작가들은 내년을 맞이할 방법을 찾고 있다. 2021년의 가창창작스튜디오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우리 모두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 권효민
드로잉들과 캔버스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작가의 취향적인 부분들을 연상 또는 저격하는 것들로 구성되어있다. 꽃, 나무, 강아지, 사람들, 풍경들..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수염, 다리털, 팔 털, 곰팡이 가득할 것 같은 지하실과 폐허들, 전쟁, 불길, 펑펑 터지는 폭발의 이미지들 등등. ●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취향을 작품 속에서 노출시키는 것에 희열과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 나라는 존재의 다각적인 면들 중 타인에 의해 일부가 확대해석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타고난 관종의 성향과 자기검열로 틀어막은 욕구에 대한 반발심들은 이러한 두려움에 대항하여 끊임없는 그리기 행위로 대리만족을 실행하고 있다. 캔버스에 새겨진 취향들은 트로피나 피규어처럼 나의 컬렉션에 추가되고 보관된다. 이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는 요소들을 타인에게 전시라는 기회를 통해 자연스레 자랑하고 노출시킨다. 이번 전시 역시 종이와 캔버스에 기록된 나의 올해의 새로운 컬렉션을 보여줄 차례가 될 것이다. ■ 김상덕
작업은 무언가를 느끼는 것에서 시작한다. 무언가를 느끼고 그 느낌을 다시 표현한다. 그 표현된 무언가를 내게 주는 감각을 즐기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작업의 근본적인 출발은 개인적 욕망에서 출발한다. 공간에 설치된 작업에서 쉽게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미적 쾌감"을 느끼고 싶고 그것을 타인과 교감하면서 느끼는 소통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작업은 결국 내가 느끼는 것 감각을 타인에게 전이하는 과정에서 오는 쾌락의 행위라고 본다. 내게 있어 예술의 목적은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 혹은 그 이상을 새로운 방식과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 나의 관심사는 흔히 나의 상황과 위치, 관계, 감정에 대한 것들이다. 나의 상황은 대단히 착종적이다. 나는 나의 상황을 사회적인 맥락에서도 바라보고,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바라본다. 내가 계속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내 가 느끼는 나의 위치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생각도 변화하고 감정도 변한다. 그에 따라 내가 이 사회에서 타자 들과 관계를 맺는 양상도 달라진다. 이 사회에서 내가 처한 위치와 타자들의 관계를 가늠해본다. 그리고 내 안에 자리잡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따라가는 것을 즐긴다. ● 작품은 공간에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빛을 통해서, 어떤 환경에서 작품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작품이 가지는 의미와 느낌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작품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과 시각적, 감각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큰 범주를 벗어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는 그 변화되는 공간 전체를 작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즐긴다. 머리속에 있는 구상에 따라, 그리고 그 공간의 특징에 따라 작업의 구성이 달라지기도 하고 가장 적합한 조합을 고안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영상작업을 즐겨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지점으로 생각한다. 나의 관념과 감정이 작품을 통해 표현되고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 과정을 즐기며 한 걸음씩 더 나아가길 계속해서 소망하고 있다. ■ 나동석
작가 최윤경의 「CHANEL」 시리즈는 샤넬 로고가 새겨진 가방과 지갑, 구두와 같은 상품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특정 작품에서는 불투명한 장치로 한 막을 덧씌움으로써 브랜드의 로고가 불명확하게 보이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점점 과열되는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과 상품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과열된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는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매체로 차용하여 이 브랜드가 내포하는 시대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와 관람객의 반응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작가는 감정과 이성, 내용과 형식, 신체와 윤리, 상품과 작품이라는 두가지 명사들을 제시하며 그 경계의 지점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상반되는 두가지 명사들은 모호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생각하고 그 경계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것이면 이것이다.", "이것이면 이것일까?" 라는 명제를 연속 제시한다. ■ 최윤경
가창창작스튜디오에 머무르며, 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스튜디오에 큰 창문이 위치해서일까. 창밖 풍경이 마음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초록 잎이 무성하게 나 있던 느티나무 가지엔 단풍이 낙엽 되고, 낙엽이 바람에 흩날려 다 흩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빈 가지들만 창가에 자리 잡고 있다. 스튜디오에 입주하며, 마주친 공간과 대상들을 모으고, 추려내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스튜디오는 어느새 나의 취향들로 채워져 있었다. ■ 현수하
Vol.20211203e | 우리가 곧 불꽃이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