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디지털 신체의 잠재성과 초월성 Everywhere and Nowhere: The Virtuality and Transcendence of the Digital Body

이이남_정정주 초대展   2021_1128 ▶ 2022_0213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6 www.muan.go.kr/museum @muan_museum_of_art

실존하는 인간과 가상의 로봇이 공존하고 있는 AI 시대, 작가들은 이러한 혼종의 시대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며 작품으로 구현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해보기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 아트 작가인 이이남과 장정주가 초대되었다.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치환된 빛을 통해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과 인간이 만들어 낸 가상세계 사이를 매개하면서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공을 마법과 같이 보여준다. ● 이이남 작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연구팀(GFLAS연구소)에 보내 DNA정보(염기서열, A,G,C,T)를 추출한다. 「생기를 코에 불어넣다」에서 작가는 이를 빛의 신호로 바꾸어 식생 애니메이션의 자연 형상과 함께 데이터화하여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말하자면 작가 주체의 시공간을 벗어난 자신의 유전자 정보가 빛의 입자를 타고 식물 애니메이션의 표면을 뒤덮음으로써 그림이 숨을 쉬고 꽃을 피우고 춤을 추는 유기체로 변화된 것이다. 이로써 빛의 신호는 작가의 신체와 예술의 혼종성을 재현해내는 4차원적인 매체가 되었다. 이처럼 빛으로 치환된 작가 자신의 DNA가 그림으로 재현되거나, 고대의 갑골문자부터 추사의 「세한도」에 이르기까지 5천여 권의 고서에 실린 문자와 그림이 데이터화 되어 폭포수로 쏟아지는 이이남의 (뉴)미디어 영상은 창조주인 신과 우주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근원적인 섭리와 함께 인간의 역사를 추동하는 본질적인 에너지를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 정정주 작가는 건축적 공간과 기둥, 창문, 파사드와 같은 구조물 사이에서 우리가 시각기관이나 몸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빛의 현상학적 의미들을 LED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변주하여 보여준다. 그의 건축적 구조물은 금속재료나 아크릴, 거울 등으로 구성된 15cm의 깊이를 가진 정사각형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추상화된 건축적 몸체를 통과하며 빛을 발하는 LED 색상은 타인에 대한 심리적인 두려움과 함께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인간의 현실적 노력을 나타낸다.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파사드」 시리즈의 영롱한 디지털 광원 구조물은 빛으로부터 형성되는 심리적인 불안과 공포를 넘어 마침내 숭고에 이르는 긴 철학적 사유의 알레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정주의 건축적인 디지털 공간은 그 자체가 빛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신체이면서 동시에 숭고함을 내포한 성소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 두 작가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가상의 빛과 디지털적인 신체를 통해 주체와 타자, 생성과 소멸, 죽음과 영원, 세속과 숭고의 대립적인 면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디지털 방식의 이미지는 더 이상 실재와 가상으로 명확하게 양분되지 않으며, 우리의 현실 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미 주어진 것들과 함께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가상세계의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 모순성은 우리의 뇌와 몸속에 많은 생각과 의미를 발생시키는 잠재성과 초월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 박현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디지털 신체의 잠재성과 초월성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 이이남 섹션_2021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디지털 신체의 잠재성과 초월성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 이이남 섹션_2021
이이남_반전 된 빛 Reversed Light_스티로폼, 단채널 영상_가변크기_2021 이이남_빛의 탄생 The Birth of Light 8th_단채널 영상, 사운드_00:07:08_2014
이이남_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 The Breath of Life_2채널 영상, 사운드_00:10:27_2021
이이남_시(詩)가 된 폭포 Waterfall turned into a Poem_단채널 영상, 사운드_00:12:24_2021

모니터로 전시되는 영상작품에서 눈송이 같은 작은 입자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알파벳 글자임이 드러난다. 개인적인 생체정보가 재현의 표면에 차용된 것이다. 주체의 고정적 자리를 폐기하는 간(間)주체적 장치는 곧 데이터들의 입체적 조직이기도 한 것이다. 데이터와 재현, 생체와 디지털, 형태와 본질을 묶는 순환적 고리는 각기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며 입체적인 확장을 도모한다. ● 이이남 작가의 형상을 대체하는 데이터가 만드는 형상이라는 재현체계는 실물에 대한 지시적 기능에 함몰하는 대신 재현의 방식 그 자체를 의문한다. 그는 산수를 재현적으로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산수화 전통의 조건을 탐색하는 것이다. (...) 형상은 어디까지나 데이터의 배열에 지나지 않으나 이러한 배열의 특수형태는 그 조직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월적 미학을 지향할 수 있다. 데이터 너머의 교감, 그것이 불러들이는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불가능함'이다. ● '0과 1사이의 무수한 가능성'이란 아마도 언어와 형상 너머의 실체의 근원적 물성이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에 머문다. 데이터의 배열이 이룰 수 있는 최선의 지향점은 불가능한 세계와 조우하는 것이다. 0과 1사이의 무한한 가능성은 공백이다. ● 디지털에는 원형이 없다. 그러기에 디지털에는 불가능한 현시가 나타내는 궁극적 공백에 대한 치환적 알레고리고서 펼쳐진다. 그것이 지시하는 공백이야말로 '물아일체'의 조건이자 장(場)일 것이다. 정보화될 수 없는 정보의 영역. 개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모순적 유기체를 '작품'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디지털의 가장 튼 선물일 것이다. (서현석(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교수) 「데이터와 숭고(崇高) 사이」 중에서 발췌 편집됨.) ■ 서현석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디지털 신체의 잠재성과 초월성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 정정주 섹션_2021
정정주_façade2021-1_스테인리스 스틸, 거울, LED 조명_500×240×27cm_2021
정정주_curved lights2021-1_스테인리스 스틸, LED 조명_320×250×80cm_2021
정정주_curved stair_3D 애니메이션, 액자, 20인치 모니터_00:03:20_2018 정정주_Light in Room_3D 애니메이션, 액자, 19인치 모니터_2018
정정주_Pesfektive2021-1,2,3,4_스테인리스 스틸, LED 조명_120×70×30cm×4_2021
정정주_tongue of lights_3채널 영상_00:06:20_2021

정정주는 오랫동안 현대식 건물의 구조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대 건축가들이 정립한 육면체구조의 건물들은 내부와 외부의 유기적 관계, 빛의 유도와 반사를 통한 실내의 채광, 그리고 공간의 기능성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들을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 도시의 전면을 뒤덮고 있는 건물들의 파사드는 아름다운 장식적 표면인 동시에 기능적 피부 혹은 막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시각적 기호로 작동한다. 물론 이 건물들이 지닌 역사,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기억들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대사 속 대부분의 사건들은 바로 이 콘크리트 육면체의 공간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것이다. ● 지난 몇 년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복잡한 건물의 벽을 이동하는 빛과 그림자의 변이, 반사, 투사 등을 영상작업으로 보여주었던 정정주는 건축적 공간과 그 위에 투사된 빛의 추상적 조합체인 「파사드 2019」에 이르러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동일한 크기를 지닌 다양한 형태의 모듈과 색면으로 이루어진 입방체가 나란히 연결되어 있는 「파사드」 연작들은 그 자체만으로 도시의 수많은 파사드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건축적 맥락은 2020년에 이르면서 더욱 기하학적 추상에 가까운 간결한 구성으로 전개되고 있다. ● 정정주의 작업에서 일관성 있게 보여 온 건축적 공간과 그곳에 투사된 빛의 관계는 때로 「상무관」 같은 광주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건물의 모형작업에서 보듯이 역사적 기억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동시에 공간, 면, 빛의 상호관계라는 핵심적 요소들 자체의 변주로 전개된다. (유진상(계원예술대학 교수), 「Facade」(파사드) 중에서 발췌 편집됨.) ■ 유진상

Vol.20211128c |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디지털 신체의 잠재성과 초월성-이이남_정정주 초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