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 / 인선서구문화재단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인천광역시 서구 협력 /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인천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 Incheon Seogu Cultural Foundation 인천 서구 서달로 190 Tel. +82.(0)32.510.6072 www.iscf.kr
2021 서구시각 프로젝트 ● 시각예술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서구를 바라본 시선을 담은 신작 및 전시를 구성하여 서구의 '지역, 공간, 사람'의 의미를 연결하고자 합니다. ● "나는 단시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이다" - 닉나이트 Nick Knight ● 시각예술가 3인의 시선에서 서구라는 공간을 각기 다른 장르와 방식으로 투영한 작품을 오는 11월 24일부터 12월 12일까지 총 18일간 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에서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가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하여 지역, 공간, 사람을 표현하는 시각 예술 작가들이 자신만의 작품세계와 함께 서구를 바라본 시선을 통해 내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누는 관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춘다. 시선이 머문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주변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다시 화면에 옮겨진다.
경계의그늘 ● 낡은 도시 어느 한 구석,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켜난 사물들은 그저 방치되어 있을 뿐이다. 그 곳은 주로 인적이 드문 구시가지로 사람이 여전히 거주하기도 하지만 이미 떠나고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화면 속 색감의 대비나 색 자체에서 오는 경쾌함이 외롭고 공허한 감수성과 이질적으로 겹치면서 묘한 느낌을 주는 현대 사회의 불안을 그려낸다.
숨 ● 허물어진 벽 사이로 뻗어 자라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자투리 땅에서 건물과 공존하며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후,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벽으로 인해 자기의 영역을 침범 당한 나무들이 끝까지 생존을 이어가는 모습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나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생한다기 보다는 인공적 구조에 치여 주변화되어 있다. 벽에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는 이 상황을 더 극적으로 전해주는 것 같았다. ● 이런 장소에서 느꼈던 개인적 감정이 리넨의 거친 표면과 아크릴 물감의 매트하고 드라이한 물성에서 느껴진 감성과 합치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 위에 드로잉을 하듯 콘테를 부분적으로 사용하여 물감과 합쳐져 번지게 한다. 그리고 대상의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와 외벽을 단순화하여 평면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이 감도는 그 공간은 원근감마저 모호해 불안정해 보인다. 그곳은 어느새 그 장소와 낯선 이의 외롭고 공허한 감수성으로 채워지거나 비워진다. 본 것을 화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디테일이 사라진 구조는 전체가 아닌 몇 가지 요소만 국한해 주목한다. 그리하여 현실 속의 대상이 더욱 모호하고 불분명한 장소로 인식되어 너무나 익숙해서 특별히 관심 갖지 않았던 도시의 소외된 공간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든다. ● "서구 산업단지에 위치한 선명한 파란색을 띠는 창고는 공단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이고 특별할 것 없는 건물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흔한 소재와 전형적 구조, 그리고 색감의 대비, 자연과 인공의 상태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리하여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따듯한 시선으로 주변을 보려 합니다." ■ 김희연
서슬이 탯줄을 자름과 동시에 울음이 터져 나온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생명은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목 놓아 부르짖는다. 이것은 죽음으로 향하는 첫 신호탄, 존재의 최종 목적지는 무(無)이다. 그 어떤 것도 소멸이란 결말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리하여 생명은, 발걸음 마다 빼곡히 박힌 일상의 타일을 밟고 죽음의 결말을 향해 쉴 새 없이 걸어 나간다. 이 고루하고 지겨운 반복 속에서 사람들은 환멸을 느끼지만 그 길목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상은 이미 목적을 잃은 지 오래다. 더 이상 인류는 스스로 가치의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들을 정점으로 올려놓았던 고착적 숭고와 존엄에 집중하지 않는다. 인류에 대한 칭송은 오래전 이미 추락했다. 개인은 존재의 가치를 잃은 채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필요에 의해 처분되는 소모품적인 삶을 살아간다. 세상의 부품이 된 이들은 자신들의 삶에서도 배제 된 채 상실의 연속만 경험할 뿐이다. ● 결국, 오랜 일정에 병든 생명은 생(生)의 목적을 잃고 명(命)만 남긴 채, '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해 보다 더 오래 살길' 원한다. 완치는 없다. 그저 지연시킬 뿐. 나는 작업을 통해 기록되지 못한 개인의 삶을 서술하고자 한다. 이는 숭고함에서 벗어나 처절한 순기능, 즉 도구성에 놓인 소모품적인 개인을 채집하고자 함이고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들의 흔적을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작품에서 개인의 삶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록되며 그 기록의 과정에는 개인의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인 '나'의 사유가 개입된다. 현 시대에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1차적 시각 이미지인 육신(肉身)에서 비롯된 사유는 물성에서 멀어져 이야기에 가까워질수록 육(肉)과는 상관없는 물건(物件)으로 변형된다. 이렇게 작업으로 재구성된 그들의 개인적 삶은 '작품' 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상기된다. 내 작품 속에서 이들은 더욱더 사물화되고 과장된 채 타인에게 보이고 스스로를 판매하며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아이러니를 반복하는 것이다. ● 분명 개별적으로 보이나 결국엔 고통과 삶, 그리고 소멸이란 순차적이란 이미지로 묶여 결국에는 이야기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비어버린 삶의 의미를 비판하며 역설적이게도 삶(개인)을 예찬한다. 이는 현 시대에 존재하는 개인의 자화상이자 가장 숭고하길 원했던 폐기물이며 그 목적을 다 한 지속적 허망이다. ● 소파 小破 조금 부서짐. 또는 조금 부숨. / 소파 小波 자잘하게 이는 물결. / 소파 消波 파도의 에너지를 소멸시키는 것.
"물길이 맞닿아 있는 서구. 우리는 모두 경계에 서있다. 잘게 이는 표면들은 외부의 힘에 의해 휘몰아치기도 하고 고요히 감내해 내기도 한다. 그것을 지키고 있는 테트라포드는 어찌보면 우리와 닮았다. 켜켜이 쌓여있는 이 군상들은 경계에 서서 수많은 파랑을 온 몸으로 마주하며 조금씩 마모되어 간다. 시간과 맞닿아 서서히, 아주 느리게 부식되어 가는 삶처럼." ■ 공지선
우리는 대체로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 속에 살아간다. 나고 자란 공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수많은 추억마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나는 잃어버린 터전과 잊고 지낸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필름 카메라를 들고 매일 지나기만 하던 동네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필름 카메라의 작은 프레임에 익숙한 장면을 담아 잠시 숨을 멈추고 셔터를 눌러 사진 속에 시간을 가둔다. 무분별한 변화 속에 추억을 지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사진이 아닐까 싶어서.
"아파트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 존재가 당연히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가장 먼저 '나무'가 사라졌다. 오래 자란 나무니까 땅에서 잘 꺼내 다른 곳에 옮겨주는 줄 알았는데 나무를 옮기는 일에 생각보다 큰돈이 든다고 했다. 그렇게 아직 집을 비우지 못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나무가 시끄럽게 잘려 나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있던 나무가 덩그러니 밑동만 남아 나를 반기는 일에 나는 꽤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곁에 남아있는 나무들에 시선이 갔다. 언젠가는 이 나무들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면서. 그런 마음을 담아 그동안 담아온 나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 ■ 김차경
Vol.20211125h | 시선의 각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