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국립창원대학교 미술학과 주관 / 국립대학육성사업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 휴관
아트스페이스 창 ARTSPACE CHANG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로 20 본관(1호관) 1층 Tel. +82.(0)55.213.3920 www.changwon.ac.kr/arts/main.do
막연한 기다림, 모호한 존재성 ● 우덕화는 그림의 형식과 표현 기법에서 수묵 채색을 활용한 한국화의 전통을 견지하면서, 동시대 일상의 모습을 포착해 전통성과 현대성을 한데 섞어 작업하는 작가다. 예컨대 2012년 「금욕고등학교(金慾高等學校)」 시리즈에서는 한국 전통회화의 기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과거와 현재 이미지를 혼합해 친숙하면서도 생경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물론 「자기소개」(2015)나 「문자도」(2020)를 통해 개념과 아이디어 중심의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2021)을 통해 한국화의 초상기법을 유지하고 장지에 채색이라는 전통 재료를 충실하게 적용하면서도, 도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을 전면에 등장시켜 전통과 현재의 뒤섞임이라는 혼종성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인물들은 배경 없이 표백된 공간에 덩그러니 홀로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잠시 멈춰 소지품을 찾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거나 멍하니 상념에 젖어 있다.
우덕하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기다리는 사람들」은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경험한 현대인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당장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거리두기가 사라진 일상의 복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비가 그쳤는지 우산을 치우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단순히 하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다시 도래할 과거의 흐뭇했던 (소통의) 순간을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해석은 한 화폭에 한 명씩 독립(고립)적으로 존재하는 인물들이 전시 공간에서 일종의 군상으로 배치되는 전시 기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홀로 자리 잡고 있다. 무언가를 기다리지만 그 기다림으로 인해 나의 존재 자체를 희석시키지는 않는 묘한 개인성이 보인다. 고립과 소통은 그래서 전통성과 현대성만큼이나 매끄럽지 않은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 김재환
본인은 작업을 통해 한국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의 공존을 고민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여 한국화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꿈꾼다. ● 이를 위해 본인의 작품에서 전통성과 현대성을 연결해주는 방법은 형식과 표현기법의 고답적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동시대성을 나타내는 현대적 도상을 병치하는 것이다. 형식과 표현기법의 정통성 유지라 함은 감상자가 작품을 접했을 때 일차적으로 전통회화 양식의 외형을 인식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전통적 한국회화 재료, 즉 한지 위에 수묵과 채색을 통해 그려진 전통회화의 형식미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작품 속 사람들은 각자 혼자만의 공간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이 모습은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비롯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팔짱을 끼고 허공을 응시하며 서 있는 여성,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서 있는 남성,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고 있는 여성. 이들은 모두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우리네 삶 속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의 사람들이다. 배경이나 소품, 주변 인물 등을 의도적으로 삭제하여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장치를 최소한으로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관람자는 작품 속 등장인물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상상을 펼쳐보게 된다. ● 이렇듯 「('○○'을(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현시대의 생생한 삶의 한 단편을 전통회화 방식으로 성실히 그려내어 '한국화'라는 장르가 가지는 '옛'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조금이나마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이는 곧 본인이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한국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의 공존"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 ■ 우덕하
Vol.20211122f | 우덕하展 / WOODEOKHA / 禹德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