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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展 / IMYOUNGZOO / 林榮住 / video.installation   2021_1105 ▶ 2021_1120 / 월,공휴일 휴관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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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임진호 주최 / 아웃사이트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웃사이트 out_sight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가길 12 GF (혜화동 71-17번지) Tel. +82.(0)2.742.3512 www.out-sight.net

기다림의 바깥 ● 무언가 시작되면 기다림이 종료된다. 시작이 언제 던져질지 모른다면, 지금이 흐르는 방향에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 메고 기다려야 한다.1그러나 종종 시작이 어디에서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기다림의 끝을 놓쳐 버리기도 한다.2 기다림의 끝을 아는(믿는) 사람들은 종종 끝 이후를 준비하는 초읽기로 분주하다. 기다림의 바깥을 준비하며 한칸 한칸 나아가는 꽉 찬 시간일 터이다. 그러니까 기다림의 무료함은 그 끝을 모르는 데서 오는 것 같다.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1999년 12월 31일, 우리는 종각에 모여 첫번째 종소리에 환호 했었다. 신호등은 엉망이되고, 금융 전산망이 마비되며, 핵폭탄이 발사되는 새천년의 대재앙은 오지 않았다. 돌아보면 휴거, 노스트라다무스, Y2K로 이어지는 예언의 빛으로 가득찼던 그 시절이 기억 속에서 가장 북적거린다. 이후의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탄가스와 생수와 라면을 사들이며 33번의 타종 소리에 두손 모았던 그때, 종말론의 틈으로 새어 나왔던 미래빛은 현실의 삶을 포기해버렸던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매력적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는 어떤가: 예언에 없던 재난들이 끊임 없이 이어지던 2020년과 2021년, 낡은 것은 죽어가는 데 새로운 것은 태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3 텅 빈 시간을 살아간다. 끝을 향한 떠들썩한 기다림을 박탈당한 채 끝 이후의 텅 빈 기다림으로 내몰린 듯한 이중의 상실감에 좌절한다. 마트의 매대에서 생필품이 사라지는 진풍경이 반복되지만 이 새천년의 새로운 끝은 지난 밀레니엄의 끝에서 맛보았던 축제의 공기와는 달리 공허하고 쌀쌀하다.

임영주_M_단채널 영상, 스테레오 사운드(loop)_2021

임영주는, 1992년 10월 28일, 세계 종말의 날 하늘로 들어 올려질 거라 믿었던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산을 처분하고 옷가지를 불태우던 사람들은 가벼운 부양을 위한 준비에 진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체를 단련하고 근력을 강화하여 몸을 들어올리는 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던 모양이다. 학생들은 가출하고, 군인들은 이탈하며, 가정을 포기하고 전재산을 헌납하는 등, 끝 이후를 믿는 사람들은 신실하게 이곳의 삶을 던져버렸다. 마치 진짜의 삶 (하늘에서의 삶) 앞에 틀어지는 대기화면처럼,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대기실처럼, 이곳의 삶은 종말 이후 사라져 버릴 환영처럼 여겨졌던 것 같다. 말씀의 틈새로 새어나온 맑고 영롱한 미래 빛은 삶의 미련을 훌훌 털어버리게 할 만큼 강렬했던 모양이다.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그렇다면 끝을 아는(믿는) 기다림이란 체험과도 같은 것이겠다. 모서리 너머로 바깥이 살짝 내다보이는 고글의 환영같은 체험이다. 게임 오버의 이후에도 게임이 (삶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체험 속에서 없던 용기를 내고 무모한 일을 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체험의 바깥에 더 진짜 같은 체험이 (게임 밖의 삶이 또는 하늘 위에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체험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시야를 감싸는 방향으로 발전되는 경향이 있어, 바깥을 향해 곁눈질 할 틈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4:3에서 16:9로, 파노라마에서 스테레오스코픽으로, 환영은 조금씩 넓어지고 길어지다가 이내 한 바퀴 빙 둘러 머리를 감싸게 되었다. 눈에 찰싹 달라붙은 환영은 곧 고개를 숙이고 하늘을 볼 때에도, 육면체의 하늘을 이어붙여 그 바깥에 둥근 하늘이 있음을 잊게 만들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체험 속에서 바깥을 보며 언제든 환영을 벗어 던져 버릴 수 있던 우리는, 이제 빙빙 도는 육면체의 하늘 아래, 보이지 않는 새로운 환영 (대기화면) 속에 갇혀 버리려는 듯 하다. 어떠한 외부도 보여주지 않을 것처럼 확장되는 환영들은 새로운 하늘로의 들어올려짐을 예언하는 징후로서 포착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우리의 친구 아드리아나가 편지에 적은 것처럼, 사후(事後 또는 死後)는 늘 상상이라는 옷장 속에 잠복해 있는 것이다. 그 죽음 이후가 테이블 위에 놓여 서슬퍼런 눈으로 시종 쳐다본다면, 남아 있는 시간은 현재의 손에서 미끄러져, 미래에서 온 그 눈동자 속으로 팽팽하게 빨려들어가고 말 것이다. 온 마음을 담아 이곳의 삶을 불살라버렸던 종말론자들의 이야기에서 봤던 것처럼, 이쪽의 삶은 저쪽에서 새어나온 빛에 바래어 흩어져 버리고 말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위기 속에 갇힌 우리를 촉촉하게 만져주는 저 고양이 사진들과 귀엽고 이쁜 것들은 지리하게 늘어지는 공허한 기다림 속에서 솟아나곤 했던 것을 기억하려 한다. 비어있기 때문에 채워질 수 있는 공허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 말이다. ● 그러니까 저 끝이 보이지 않는 새로운 체험의 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궁극의 공허일지 또다른 끝을 향해 열려있는 시작일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 다만, 하나의 체험(현실)에서 또다른 체험(현실)로의 열림을 예언하는 오늘의 징후들을 기다리며, 기다림의 이후를 또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임영주_M展_아웃사이트_2021

1 정면의 벽을 보며 기다리세요. 2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도 좋습니다만, 징후가 감지되면 소리를 꼭 따라 가세요. 3 '...죽음 너머의 이후, 우리가 우리의 종말의 진정한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 또는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주는 유예의 시간 같은 것 말이야. 물론, 안토니오 그람시의 공위기- 오래된 것이 죽어가지만 새로운 것은 탄생하지 않는 시간 - 와도 관련이 있지...' 2021년 10월 7일, 아드리아나 트란카로부터 온 편지 중에서. ■ 임진호

Vol.20211118e | 임영주展 / IMYOUNGZOO / 林榮住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