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공간 듬 space DUM 인천 미추홀구 주승로69번길 22 (주안7동 1342-36번지) Tel. +82.(0)32.259.1311 cafe.naver.com/daggdum www.facebook.com/daggdum www.instagram.com/space_dum
문학을 읽고 있는 순간 발현된 시적 이미지를 쉽게 a라고 하자. a는 많은 양의 언어묘사로부터 형성되었다기보다는 두 세줄 정도 분량의 가벼운 몸집을 가지고 있다. 단 a는 우리가 시적 문장을 읽는 순간 동시에 떠올리게 되는 것이므로 아무래도 보고 있는 언어 그 자체에 종속되기 쉽다. 이들 중 몇몇은 독자의 마음에 남겨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a의 몸에서는 탈락하는 것들이 생긴다. 독자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몸집이 작아직 a'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때 a는 a-1, a-c, a-가의 다른 형상으로 창조된다. 그리고 독자들은 서로 다른 a-1, a-c, a-가 를 기반으로 a에 대해 공감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나는 이 과정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언어가 시적이미지가 되고 마음에 남겨지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선택적으로 수용되는 것과 유실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본다.
이번 작품은 김사과의 『천국에서』에서 영감을 받았다. 『천국에서』는 주인공 케이의 성장소설이다. 'The Same Gaze'를 준비하며 성장소설의 장르적 성격을 결정짓는 작품 속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인공의 삶을 짓누르는 거대한 존재를 뒤로하고 케이가 풍경을 바라보며 감각하는 내적 독백에 주목했다. 내게 선별된 a는 대부분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 생명 존재들과의 교감으로부터 형성된 내적 독백이라는 점이다. 또한 『천국에서』의 서사와 관련 없어보이는 시적 이미지들이라는 점이다. a는 이제 시간이 지나며 소수의 단어, 가벼워진 이미지로 압축되어 나의 마음에 남는다. 나의 일상에서 우연한 기회로 몸이 작아진 a를 만나게 된다. 예를들어 케이가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습기 가득한 공원을 걸으며 들이쉰 달콤한 나무향을 묘사하는 장면(a)과 내가 경의선 숲길을 걸을 때 맡았던 습기 가득 머금은 이름모를 풀의 향(a-1)을 유사하다고 감각하는 상황이다. 여기(a-1)에는 김사과, 케이, 나 세사람의 시점을 연결하는 무엇이 있다.
무언가를 읽고 형성된 시적이미지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나의 현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이런 현상은 내 마음속에 내재 된 어떤 욕망과 자연히 연결된다. 닥섬유로 이루어진 한지에 채색을 하면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 보다도 색을 '새기다', '저장하다', 예민한 대상과 '교감한다' 등의 행위에 의미를 두게 된다. 레이어마다 흡수된 붓의 터치, 색으로 모여진 결과물들은 어떤 것을 바라는 나의 마음과 이어진다.
내적 독백을 통해 형성된 'a'에서는 '개인의 시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작업에서 평시점을 자주 사용한 이유는, 케이와 김사과의 시점을 보다 생생히 드러내고 그들과 동일한 높이의 시선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그녀들의 태도에 조금 더 가까워지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다양한 회화적 접근과 판화(전사기법)로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좁혀보고 싶었다. 그것을 긍정하고 그녀들과 내게 전달된 각자 일상 풍경의 숭고함에, 조용하고 꾸준한 생명의 존재들에 다음 시선이 향한다. ■ 김예찬
Vol.20211115e | 김예찬展 / KIMYEACHAN / 金叡燦 / painting.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