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사진공간 움 Photo space UM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104번길 76-6 Tel. +82.(0)31.302.9654 www.facebook.com/armdaUM
단 한 번의 만남과 약속은 내비게이션 따라 살아가는 삶을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했다. 길고 고된 삶의 이야기 흔적은 그리 오래 남아 있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날까지 수놓아 만든 것들과 가족을 위해 사용하셨던 것들 손 떼 묻은 흔적 속에 움트며 세상을 버티고 지탱하게 했던 그 작은 것들로 삶의 궤를 바라본다. 평범한, 막연한 하나에 부여한 특별한 의미, '수수하게 연연하게'
2019년 1월 재개발을 앞둔 수원 변두리 마을 당수동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처음 뵌 날 할머니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일제 강점기, 수원에서 태어나 중.고등 교육을 마치고,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시골 농부의 아내가 되었고, 세 명의 자식을 먼저 하늘로 보낸, 섧은 얘기를 하시며 눈물 흘리셨다. 세월 켜켜이 쌓였던 한을 풀 듯 긴 세월 이야기를 들려주셨지만 말씀이 끝나고도 좀체로 일어서지 못하시는 발걸음에, 다음에 꼭 다 들어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다음에 갔을 때는 할머니께서 이미 생을 달리하신 후였다. 막연한 한 사람, 할머니에서 특별한 수연으로, 이야기 마저 다 들어드리겠단 약속을 지키려 한다.
수연 (1929년 ~ 2020년 2월 19) 현대사에서 아프고 모진 세월의 풍파에 깊이 쌓이고 묻혀진 소녀, 6남매 자녀 중 3명을 심장병으로 먼저 보낸 어머니, 한 많고 지난한 삶 속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싶으셨던 것들 하나 하나를 바라본다. 특별하지 않은 막연한 하나가 또 다른 막연한 하나를 특별하게 바라보며. ■ 이장욱
Vol.20211114h | 이장욱展 / LEEJANGWOOK / 李章旭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