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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관 / 청주시립미술관_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관람시간 / 09:3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0)43.201.4057~8 cmoa.cheongju.go.kr/cjas
2021-202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15기 작가들의 입주기간 창작 성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입주작가 릴레이 프로젝트는 창작스튜디오 입주를 통해서 새롭게 도출된 작가 개인의 작업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일반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전시이다. 이번 15기 작가는 총 18명이 선정되었으며, 내년 4월까지 진행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손혜경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는 변증법적인 세계관을 취한다. '인간은 ~이다.'와 같은 한 문장의 명제 속의 고정된 술어로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만족스러운 해답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본질은 역사 전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들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하는 것이지 결코 영원불멸한 고정된 무엇으로 남지 않는 다는 것이다. ● 작가는 또한 세계를 유물론적으로 바라본다. 유물론은 다름이 아니라 물질, 대상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며 우리의 의식, 인식은 그것을 반영한 결과이라는 세계관이다. 하지만 그는 유물론을 사회와 역사의 물리 현상으로의 환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사회의 작동 원리와 법칙을 탐색하는 방법으로 이해한다. 그는 한갓 감각적인 경험은 그것이 감각적이기 때문에야말로 오히려 이해될 수 없는 추상성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사회의 법칙은 그 자체로 우리의 피부에 감각적으로 감지되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한 모두에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 요컨대 인간은 고정된 하나의 개념어가 아니라 역사 전체 속에서, 그리고 각 시대를 지배적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관계의 총체 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작가는 오늘날의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적 관계를 정치경제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며, 따라서 현대를 지배하는 생산 양식으로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겨냥한다.
우선 자본주의 사회의 작동 원리를 탐구한다. 그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상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는 상품의 집적으로 나타나며, 자본주의 사회만큼 상품 생산이 일반화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물건들은 예외 없이 그것이 상품으로서 팔리고 이윤을 창출하기 때문에 눈앞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상품을 탐구의 기본적인 단위로 삼고 그 단위 안에서 체제의 모순을 사유한다. ● 물론 일반적으로 상품은 물리적인 형태를 갖는다. 하지만 물리적인 사물이 곧장 상품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은 시장에서 사고 팔릴 교환가치를 지닐 때 비로소 상품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획득한다. 감각되진 않지만 사물의 배후에서 그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사회적 노동, 추상적 인간노동이다. 사물이 눈에 보이는 물리적 형태(구체)와 더불어 사회적 속성(추상)을 함께 지닐 때 그것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상품이며, 그 이중성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제 인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구체적인 사물만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비감각적이지만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본성을 함께 사유함을 의미하게 된다. 또한 이전의 역사와 다르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실제적인 필요가 아니라 추상적 인간노동이 수량화된 '가치', 즉 자본 자신의 가치의 증식만이 염두에 두어질 뿐이다. 따라서 사물이 자본주의적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의 배후에 있는 가치, 그것도 가치의 증식이라는 목표 위에 서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적인 상품을 구성하는 본질은 그 사물의 구체적인 속성이 아니라 추상적인 사회적 본성으로 보이고, 따라서 구체적인 것이 추상적인 것에 기대어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추상적 인간노동 - 구체적인 것에 기댄 증식」의 오브제인 옷걸이는 눈에 보이는 철제 사물일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추상적인 가치가 함께 깃들어 있어야만 상품으로서 존재한다. 작가는 현실적인 사물인 옷걸이가 도리어 그림자에 기대어 있는 형태를 연출한다. 여기서 그는 '사물에 사회적 본성이 깃들어 있음으로써 상품이 탄생한다.'라는 기본적인 명제가 거꾸로 전도됨을 발견한다. 실제 사물이 아니라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이 상품의 가치를 독자적으로 창조하고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작가는 이 가상을 놓치지 않고, 빛이 그림자를 지나감으로써 사물이 만들어지는 듯한 형태를 빚어낸다. 「추상적 인간노동 - 모순이 낳은 가상」에서는 실물인 모자걸이가 결국 그림자의 위치로 전락하고, 추상적인 가치를 담은 그림자가 오히려 견고한 실체로서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전도를 통해 부의 원천이자 실체인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의 많은 사례를 바라본다. 인간의 노동이 들어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꾸준하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부를 생산하는 듯한 토지와 부동산, 그리고 최소한의 구체적인 토대도 없이 순수하게 '투기를 통한 시세차익'을 실체로 하면서 화폐 형태를 자처하는 투기상품인 이른바 가상 자산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 상품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것이 상품이기 때문에만 존재할 수 있으며, 각자의 자기동일성(Identity)을 박탈당한다. 옷걸이, 냄비뚜껑을 걸어놓는 정리대, 책을 정연하게 꽂아두는 북엔드 등은 n만큼의 가치를 갖는 상품들일 뿐이다. 이제 각자의 다양성, 개성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치의 '양적 차이'만이 관심사가 되며, 모든 상품은 질적인 자기동일성 없는 양적 차이의 담지자로서 존재할 뿐이다. 「일반적 등가형태 – 동일성 없는 차이」에서 작가는 임의의 여러 상품들을 가져와서 특수 플라스틱으로 프레스한 뒤 실물이 아니라 눌린 잔상만을 남겨두었다. 실물 없이 패인 깊이만이 남아 있는 작품 속에서 그는 구체적인 정체성, 동일성이 아니라 그것이 갖는 가치의 양만이 지각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구체가 추상에 기대어 있는 듯한, 사물이 그림자의 반영인 것 같은 가상을 관찰한 뒤 손혜경은 평등하고 동등한 거래의 형식 위에서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팽창하는 이유에 대한 딜레마로 스스로 뛰어든다. 그리고 여기서 그는 살아 있는 인간의 노동이 착취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딜레마의 해결을 시도한다. 「잉여가치율 - 착취를 통한 확산」은 상품인 냄비뚜껑정리대의 자본주의적인 가치라는 그림자가 실체를 가짐과 동시에 상품으로서의 그것을 지지하는 형태를 지닌다. 작가는 냄비뚜껑정리대가 견고해 보이지만 항시적 불안정 속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정리대에 종횡으로 얼마나 큰 힘이 주어지는지에 따라 정리대의 형태, 그리고 그에 따른 그림자의 형태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상품의 가치가 자연적 사물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적 구조 속에서는 증식을 위해 착취된 노동이 필연적으로 상품가치 안에 포함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 작가는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기본 단위이자 가장 단순한 세포인 상품 안에도 첨예한 대립과 모순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하고 와 닿는 현상이 그 모순으로부터 생긴 가상이자 전도라는 점을 강조한 뒤 그 모순을 사유하는 방법론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부정적 모순」에서 작가는 DIY 조립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테이블 다리 한 개의 상품 오브제가 동일한 색상, 재질의 철파이프를 통해 연장선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형태 속에 자리하게 하였다.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 속에서 기어이 상품 자체의 형태가 헷갈리게 되고, 구별 자체가 모호해지면서 '파악과 해결' 대신 '해소'되고 있다. 작가는 모순을 마주했을 때 그것이 모순적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태도가, 엄연히 실재하는 모순이 없는 듯한 외피를 남김으로써 모순을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오히려 존재하는 것들의 적극적이고 필연적인 조건으로서 모순을 수용한다.
「사변적 모순」에서 실제 상품 오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실제 상품의 잔상을 스텐으로 입체화한 뒤 그 잔상으로부터 증식해가는 가치와 그림자를 형태화하였다. 작가는 이제 모순되는 두 계기가 '직접적으로' 같이 있고 없고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그림자만이 존재하고 홀로 증식해가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것은 실재하는 것의 잔상으로부터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그는 가상을 극복한다. 가상 속에도 사실 이중적이며 모순되는 두 계기의 상호 제약, 상호 전제가 들어 있다는 점을 파악된 이상 모순도, 그리고 모순이 낳은 가상도 필연적인 결과물로 이해된다. 모순은 실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파악되고 있는 한 그것은 역시 극복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재화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생산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둘러싼 계급투쟁의 역사가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균형과 안정의 외피 속에서 오히려 전대미문의 치밀하고 적대적인 대립과 모순을 드러낸다. 모순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보편타당한 진리이자 역사의 완성이 아니라 그저 특수한 것이며, 따라서 지양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작가는 여러 상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복잡한 관계와 모순이 그저 낯선 외부의 객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결국 물질 그리고 그것의 본성을 통해 인간의 현주소를 표현하고자 한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사유를 통해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손혜경은 시대의 모순을 제대로 파악하고, 마주하고 투쟁하며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 김민석
Vol.20211112f | 손혜경展 / SONHYEKYUNG / 孫惠敬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