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케이프 INSCAPE_내면

김동우_김은진_나혜령_자매이다킴_정찬우展   2021_1104 ▶ 2021_1117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강동문화재단 「2021 신진·중견작가 전시 지원 공모」 선정작가展

주최 / (재)강동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00pm / 월요일 휴관

강동아트센터 아트랑 Gangdong Arts Center Artrang 서울 강동구 동남로 870 (상일동 477번지) 1층 Space #2 Tel. +82.(0)2.440.0500 www.gdfac.or.kr

내면-창작이라는 실천에 관하여..."예술의 종말이 선포된 이후 이제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술이 명명작업이 되어버린 시대에 예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조형예술은 보수적이며 앞 세대의 중복일 뿐인가요? 조형예술은 끝나버린 겁니까? 이런 조류를 따르지 않고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예술가들은 앞으로도 창조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가오싱젠, 『예술가의 미학』 中)

김동우_이면1_캔버스에 유채_72×100cm_2021
김동우_이면2_캔버스에 유채_72×100cm_2021
김동우_이면3_캔버스에 유채_72×100cm_2021

19세기 초 사진 카메라의 발명 직후,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는 회화의 죽음을 선언한다. 이후,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로 대표되는 19세기 말은 믿음과 복종의 종교 사회에서 논리와 이성의 계몽주의 사회로 전환된다. 이런 기류는 20세기 초 칼 융의 '집단무의식(das kollektive Unbewusste)'이라는 개념을 통해 다시금 인류 공통의 이야기, 즉 보다 근원적인 종교(신화)로 회귀한다.

김은진_Hope / 네로를 위하여_캔버스에 유채_45×53cm, 194×130cm_2015~21
김은진_The Descent from the cross_캔버스에 유채_91×72cm_2021
김은진_밤하늘_캔버스에 유채_145×336cm_2021
김은진_벚꽃, 그들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21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삶 전반에 미칠 변화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 선포한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세계적 난제는 역설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에 큰 원동력이 되고, 전염병 방역지침으로 침체된 예술계에도 토큰화된 디지털 아트인 NFT가 새로운 예술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부에서는 회화의 죽음을 넘어 이미지의 종말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나혜령_What if #2_캔버스에 유채_76.2×76.2cm_2016
나혜령_What if #7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20
나혜령_What if #4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20
나혜령_What if #3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에는 회화성이 짙은 작품이 여럿 있다. 창작자로서 미학에 관해 쓴 전방위 예술가 가오싱젠은 『예술가의 미학』에서 회화를 평면이라는 조형공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언어로 대체할 수 없는 형상(조형)이라고 정의하면서, 직관과 무의식을 창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회화의 목적을 창작자의 심미(審美)체험의 가시화 그리고 이를 감상하는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명상적 상태라고 말한다. 평면 위 면, 색, 그리고 재료의 질감이라는 추상화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다루는 김동우의 「이면(裏面)」 시리즈, 그리기와 지우기를 통해 평면 위에 이미지를 쌓아가는 김은진의 「X-ray Painting」 시리즈,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관념을 평면 위에 형상화하는 나혜령의 「What if」 시리즈, 그리고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매마른 붓터치에 담아낸 자매이다킴 멤버 김혜진의 「잔혹동화」 시리즈에서 가오싱젠이 말하는 창작자의 미학이 발견된다.

자매이다킴(김혜진+김혜령)_달의 사막_실험 단편 영화_가변크기, 00:32:43_2019
자매이다킴(김혜진+김혜령)_달의 사막_실험 단편 영화_가변크기, 00:32:43_2019
김혜진_Cruel fairy tale2_종이에 혼합재료_29.7×21.2cm_2021
김혜령_내면관찰 內面觀察 an inside show_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9×41.8×5cm_2021

반면, 자매이다킴의 공동 영상 작품 「달의 사막」, 멤버 김혜령의 사진 「내면관찰」, 그리고 페트병과 소주병 등 생활용품을 활용한 정찬우의 조형물은 사회(외부)와 개인(내면)의 접점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기록 매체와 레디메이드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허무주의의 경계지점에서 창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작품은 분명 심미주의와는 다른 결을 드러내며 수전 손택이 말하는 "대상 없는 신앙심(piety without content)"에 더 가깝다. 즉, 초연결과 초지능을 내세우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작을 실천한다는 것은 예술의 숭고함을 믿어서라기보다 순간의 찰나를 포착한 스냅 샷도, 조형화된 소주 페트병도 예술이라 명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찬우_물질만능주의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정찬우_무제_소주병_가변설치_2014
정찬우_대가리박아_철사, 소주 페트병_20×30×21cm_2014

이번 전시에는 예술가의 심상(心像)을 시각화한 회화, 현실의 찰나를 포착하고 새롭게 구성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예술로 승화된 기성품을 볼 수 있다. 카를 융은 자서전 「기억 꿈 사상」의 첫머리에서 자신의 생애를 "무의식의 자기실현 역사"라고 정의하며 내면적 성찰을 강조하고, 가오싱젠은 예술 감상자 또한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작품에 다가갔다가 또 거리를 두고 (...) 그 과정에서 회화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NFT 아트와 메타버스라는 신개념이 예술계에 진입한 현시점에서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여섯 명의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금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세계에 집중해 보자. 그리고 누구나 가능한 창작이라는 실천에 대해 다시 한번 음미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이유진

* 참조 가오싱젠, 『창작에 대하여』에서 "예술가의 미학", 2007년 수전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Piety without Content", 1961년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1962년

Vol.20211108j | 인스케이프 INSCAPE_내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