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떠난 것들

곽은지展 / KWAKEUNJI / 郭銀智 / painting   2021_1101 ▶ 2021_1113 / 일요일 휴관

곽은지_공백일 때 비로소 보이는_리넨에 아크릴채색, 유채_165×26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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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관 / 예술지구 P 후원 / 부산광역시_부산문화재단_panaX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예술지구 P ART DISTRICT P 부산 금정구 개좌로 162(회동동 157-6번지) 3층 ADP 2관 Tel. 070.4322.3113 www.artdp.org www.facebook.com/artdp

움직이는 것들이 남기는 희미한 자취와 순간의 반짝임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그림이라는 것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내가 원할 때 다시 볼 수 있도록. 문제는 고정되어버리고 나면 더 이상 그것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빠르게 휘발되는 것이 아쉬워서 빨려 들어가는 집중력으로 쳐다보는 대상도 아니게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곽은지_투명한 그림자가 있는 풍경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겔 미디엄, 유채_194×260.6cm_2021

사람들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것은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으레 안다고 지나가버린다. 나는 그것에서부터 그림의 자리를 고민한다. 그림에게는 어떤 것이 일상적이고 어떤 것이 사건이 되는가. 나에게 이미 충분히 사건이 될 만한 것을 그렸다고 생각했지만 관람자들에게 사건의 지형물이 되기 위한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한 것인가. 고정적인 화면으로부터 그림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곽은지_자리를 떠난 것들_예술지구 P_2021
곽은지_자리를 떠난 것들_예술지구 P_2021

이런 고민들을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의 위치로 풀어보고자 한다. 「공백일 때 비로소 보이는」은 그림 가운데가 군데군데 뚫어져 있는데 그 구멍으로는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이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한다. 「Pouring series」는 허공에 매달려 있기도, 고개를 꺾어야 비로소 보이는 높다란 곳에 위치하기도 한다. 그리고 스티로폼을 조각한 「조각」은 바닥에 난데없이 놓여있다. 전시장을 채운 작품들을 감상하려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작품 사이를 누비게 된다. 이렇게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를 바꾸고 작품 너머 다른 작품이 합쳐지는 풍경 속에서 새로운 맥락이 생성되고 변화 중인 작품이 되도록 꾀해본다.

곽은지_Pouring Series drawing_29.7×21cm_2021

작품들은 언제고 자리를 떠나왔고 떠날 것들이다. 물리적인 위치의 관점에서 보면 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또 다른 전시장으로 그래왔고 화면 속에 그려진 붓질들 또한 스쳐 지나가는 움직임의 흔적들이라 그렇다. 그러니 작품들 또한 여정을 따라 움직이는 중이다. 거기서 시작해서 어디로나 갈 수 있는 여정 중에 잠시 위치한 여기는 영구적인 위치가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늦출 수 있는 곳이다. 어디를 가는 중간이라고 하면 떠나온 자리를 되돌아볼 수 있고 앞서가는 길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전시장의 놓인 작품들도 그런 시간과 공간의 연속선에 놓여있기를 바란다. 그림이 그려진 앞면만 감상되는 것이 아니라 옆면과 뒷면, 작품 너머 시야에 함께 보이는 저 그림, 저 벽의 모서리까지도 이 작품이 여기에 놓이기 위한 앞선 여정과 뒤에 남겨진 자취일 수 있다. ■ 곽은지

Vol.20211108f | 곽은지展 / KWAKEUNJI / 郭銀智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