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로망 쓰

고정남展 / KOJUNGNAM / 高正男 / photography   2021_1105 ▶ 2021_1114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0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1×66.5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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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남 홈페이지_www.kojungnam.com

초대일시 / 2021_1106_토요일_05:00pm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11월14일_11:00am~12:00pm

인천문화양조장(스페이스빔) Incheon Culture Brewery(Space beam) 인천 동구 서해대로513번길 15(창영동 7번지) 1층 우각홀 Tel. +82.(0)32.422.8630 www.spacebeam.net

① 처음에는 그저 바다가 그리워 월미도에 갔다. '사랑과 낭만이 있는 월미도'. 복잡한 마음을 덜고자 찾은 바다에서 마주친 것은 알록달록한 컬러와 타인의 사소한 행복들이 이리저리 뒤섞인 풍경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요소가 기획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었다. 제멋대로 생겨나 제멋대로 배치되어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장소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곳을 즐기고 나름대로 만족하여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관찰자로서 이 광경이 주는 실소와 안도감을 즐기게 되었다. 이윽고 이 감정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0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5×50cm_2021

② 월미도가 처음부터 낭만의 유원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 근현대사의 서사가 이리저리 할퀴고 지나간 무대다. 역사의 상흔이 조악한 관광상품으로 뒤덮여 가면서 나타나는 특징들, 자본이 역사를 가리며 만들어진 뽕짝-풍의 친근하고 기이한 명랑함이 월미도의 지금을 만들었다. 키치는 필요에 의해 파생되어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든 흔적이다. 나의 사진적 행위 또한 월미도-키치의 일부가 되었다. '월미도에 가니 디스코팡팡도 있고 공연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 찍는 사람도 있더라' 정도의 대등한 존재. 나는 월미도가 내뿜는 원색적인 욕망과 거친 느낌의 장면들을 키치적 현상으로 꾸준히 연결했다. 「월미도 로망 쓰」 프로젝트는 거대한 키치 그 자체인 월미도에 대한 기록이다.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05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1×66.5cm_2021

③ 프로젝트가 점차 진행되면서 월미도에 대한 역사적, 인문학적인 정보가 쌓여갔다. 표면의 유원지를 걷어내고 쌓인 시간의 층들을 들추어내니 무거운 과거와 가벼운 지금이라는 상반된 사실이 월미도라는 이름에 하나로 꿰였다. 놀이기구와 횟집,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며 보고, 듣고, 손닿는 것들을 프레임으로 구성하면서 지금 풍경 속에서는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떠오른다. ■ 고정남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0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1×66.5cm_2021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08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1×66.5cm_2021

「월미도 로망 쓰」의 배후 주제 ●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고정남 사진에서 크게 두 가지 질문에 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시작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사에서 월미도는 어떠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가? 둘째, 현대인에게 방문객은 월미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처럼 어찌 보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평론을 시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정남의 사진은 '배후의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그것을 나열하면 월미도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 혹은 특정한 양상, 키치한 관광지(월미도), 평범한 일상에서 해학을 통한 재발견,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사진의 의미 부여 등이다.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1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5×50cm_2021

이번에 새롭게 진행하는 고정남 작가의 「월미도 로망 쓰」는 인천을 기반으로 「호남선(2017)」, 「수인선(2019)」 등 일제 수탈이 상징적으로 일어난 지역들의 기억과 현재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작업의 연장 선상에서 월미도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는 제한된 장소를 통시적인 시각으로 조망했다. 작가에 의하면 월미도는 역사적으로 복잡한 곳으로서 1918년 일제가 계획된 고급 휴양지였으나, 해방 후 월미도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중요한 무대이면서 동시에 군사적 전략지로 중요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를 거쳐 현재 월미도는 인천을 대표하는 장소적 특정성과 키치한 관광지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15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5×50cm_2021

월미도는 일반 시민들이 이곳에 놀러 와서 여흥을 즐기는 공간이다. 외지인들은 인천을 상징하는 공간, 랜드마크(횟집, 카페, 놀이 기구), 인천시민들은 유일하게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며, 최근은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가족공원의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월미도가 지닌 역사적인 소명 의식이 존재하는데, 관객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고 있다. 이런 사유는 관객의 정서적 반응을 표방하는 것으로서 근대 미학을 표방한다. 동시에 초현실주의 주의자들이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수수께끼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촬영한 사진은 대략 시시한 것의 아름다움, 월미도의 장소적인 특성, 키치의 미학, 역사성을 간직한 아픔과 위락의 공간으로서의 월미도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16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6.5×91cm_2021

「월미도 로망 쓰」의 사진적 신통력 ● 「월미도 로망 쓰」의 총체적 의의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적 신통력' 이 등장한다. 1. 구성적 위치: "섞일 수 없는 것들(키치)의 융화". 사진의 이미지는 '아날로그적 향수'를 발생시키는 지극히 시시한 이미지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 그가 포착한 일상적 이미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시선이 화면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게 도와준다. 이것은 마치 '평범한 이미지'를 던져 거기에서 포획된 시선들에 어떻게 '재현(representation)'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느껴지느냐고? 묻는 것처럼 보인다. 관객의 입장은 사진을 바라볼 때 무엇인가 새로움의 추구와 같은 이상적인 프레임에 익숙해졌기에, 평범한 사진의 의미에 대해 더는 새로울 것이 없다는 편견 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이런 이유로 평범함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의 지향점에서 본다면 고정남 사진은 긍정형의 '역 카타르시스(reverse catharsis)' 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진부하거나 혹은 키치적인 이미지에서 '현실의 가벼움'을 말하고 있다. 이를 사진 표현으로 기술하면 '시프트 효과(shift effect)'와 같은 것인데, 관객은 어느 순간 현재에서 일순간 과거로 밀려 나가는 현상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현대적인 복장을 한 관객들이 비누 거품 놀이를 하거나, 유람선에서 갈매기에게 새우 깡을 주는 장면, 키치적인 '간판(횟집)'을 뒤로하고 포즈를 잡고 있는 사진들 - 두 명의 여성 중 타인에게 이쁘게 보이려고 무의식적으로 치마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 - 이 그러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섞일 수 없는 것들(키치)의 융화"가 발생한다.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26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75cm_2021

2. 존재적 위치: "부재의 현전(pesentation of absence) 현상". 20세기 이후 현대 미술에서 재현의 문제를 실재의 부재를 현전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 이는 재현의 의미에서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즉 '재현'은 실재의 부재를 드러내기에 '부재의 현전(presentation of absence)'을 위한 재현이 문제가 된다. 라캉(J. Lacan)의 경우 '실재(le réel)'의 의미를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실재의 그림자(반영체) 혹은 상징적 기호(상징체)로 인식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에 의하면 사진은 대상이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 질문을 야기한다. 회화에 비교하면 사진은 대상과 매우 높은 유사성을 가진다. 이는 사진은 무엇인지, 실재를 그대로 재현하는지 아닌지,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실재와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서 사진의 존재론적 관점이 된다. 이것은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기호학 이론에서 인덱스(index) 개념에 근거한 사진 인덱스 이론으로 이어진다. 퍼스의 기호학에서 기호는 아이콘(icon), 인덱스(index), 심벌(symbol)로 구분되며, 사진은 인덱스에 해당하는 기호다. 사진 인덱스 이론은 퍼스의 기호학에 기반해서 사진은 대상과 물리적 연관성, 인과성을 갖는 기호인 인덱스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덱스도 현실을 기록한 자국이 남아있지만, 그 존재는 부재하게 된다. 이런 존재론적 장치는 고정남의 사진 「월미도 로망 쓰」를 시각적 해석,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결정적인 열쇠어인 것이다. 고정남의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살면서 보고, 듣고, 만지는 것을 체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경험하지 못한 외부의 존재(월미도의 역사성)'가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미지의 어떤 존재, 사건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시각적 즐거움은 관객에게 월미도의 역사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사진의 미덕이다.

고정남_월미도 로망 쓰 #2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75cm_2020

3. 실행적 위치: "유희의 공간에서 아픔의 공간으로". 우리는 앞서 구성적 위치: "섞일 수 없는 것들(키치)의 융화"에서 키치적인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시프트 효과(shift effect)'를 언급하고, 현대인과 거리가 있는 키치적인 장면과 융합되면서 "섞일 수 없는 것들(키치)의 융화"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존재적 위치: "부재의 현전(pesentation of absence) 현상"은 '부재의 현전'을 통해서 사진의 인덱스와 '경험하지 못한 외부의 존재(월미도의 역사성)'를 통해 현재 '부재의 현전'에 부합되는 현상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검토할 실행적 위치: "유희의 공간에서 아픔의 공간으로"는 앞서 말한 '구성적 위치'와 '존재적 위치'가 결합돼서 이 사진의 최종 결론 부분에 해당한다. 월미도는 역사적으로 조선 시대 바닷길의 교차점이었다. 고지도에 월미도의 이름은 어을미도(於乙味島)로서 병자호란 때 강화 길이 막혀 결국 남한산성에서 패전했던 기억이 있다. 인천에서 강화까지는 물때를 기다려야 했기에 중간지점에 행궁 설치되어 있었다. 1882년 일본군이 월미도 북서쪽의 행궁터를 불법 점유하여 저탄고를 설치했으며, 조선 최초의 석유 저장 탱크를 월미도에 설치했고, 러일전쟁 시기에는 월미도를 군수 기지화해서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을 철도로 만주에 수송했다. 1922년 4월에 월미도에 유원지가 개발되었을 때 인천역과 월미도 사이에 '승합 차'로 왕복 운행하기도 했다. 경성에서는 한 시간 거리인 휴양지 월미도는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에 '사랑의 섬' 또는 '파라다이스'로 인식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6.25 전쟁 당시 월미도는 유엔군은 낙동강까지 몰렸던 전세 만회를 위해 상륙작전 계획한 곳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이 월미도는 아픔과 위락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과거, 현재의 현실을 압축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고정남의 「월미도 로망 쓰」를 통해서 아픔과 위락의 크기가, 관람객이 월미도를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심심한 사진에서 역으로 월미도의 숨겨진 역사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 한 것이다. 월미도는 방문객들이 '순수 욕망(pure desire: 아무런 목적이 없이 어떤 대상, 환경을 좋아하는 욕망)'을 발산하는 유희의 공간이 아니라, 아픔의 공간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정남 사진의 의미는 사진에 대한 경험 행로를 새롭게 시작하고, 확장한다는 점이다. 「월미도 로망 쓰」는 문화와 환경 등으로 형성된 자아 이전의 '역사'를 찾고자 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역사'는 현실과 과거 기억의 경계에서 잠재된 내적 풍경을 통해 구체화된다.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며, 내재한 '역사'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형상이다. 이런 식의 사유는 월미도가 지닌 복잡한 역사에 대응하는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제시한 월미도의 모습을 관객이 각자의 상황에 다양하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석원

Vol.20211107g | 고정남展 / KOJUNGNAM / 高正男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