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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5:00pm / 일,월요일 휴관
에브리아트 everyArt 서울 중구 을지로9길 2 3층 Tel. 070.4243.4153 blog.naver.com/everyart1111
기억, 망각의 기념비 ● 주지오는 망각(忘却)과 기억(記憶)이라는 쌍둥이,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이번 개인전 제목 『Be_Twins』는 작가의 그림 이야기 장면과 작품들의 별칭 소제목을 아우르는 대명제로 사용해온 이름이기도 하다. 『Be-Twins』는 "쌍둥이됨(명사형)", "쌍둥이 되기(동사형)" 혹은 「비트윈스」라는 발음상 유사단어인 Betweens의 언어유희로 "사이들" "우리 사이에"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 작가 주지오는 드로잉, 회화, 아날로그 애니메이션 영상, 설치, 포스터북, 굿즈 등 매체, 장르,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망각과 기억 사이를 오가는 그림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대표적인 그림 장면들을 묶은 포스터북 외에, 「수사관 A의 젖꼭지의 기원」 「the MEAT BOOK」 라는 출판서적의 그림 뿐 아니라 글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주지오는 "잊혀지거나, 있지만 주목되지 않는" 요소들을 주시한다. ● "과대 포장 때는 주목 받았지만 버려진 사물, 기억되지 못하고 지나쳐간 건축, 이름 보다는 종으로 소개된 동식물들, 흔하지만 잘 모르는 풀들, 색이나 모양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물, 한때 엄청 진지했을 이념이나 마음, 지나고는 기억조차 없는 먼지 같은 무형들" ● 작가가 자신의 홈페이지 전면에 밝힌 주된 관심사들이다.
이러한 작가적 관심 대상들은 간결한 선과 형태, 과장된 눈 표정과 몸짓의 캐릭터들로, 만화 영화의 한 순간을 포착하여 보여주듯 정지된 그림 상황으로, 슬로우모션이나 연속활동사진처럼 그려진다. ● "저 멀리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와의 정면 대결, 피조물에게 숨을 불어넣는 창조주처럼, 지구인과 외계인의 만남처럼, 두 마리 개구리가 위아래로 담뱃불을 옮기는 장면, 포식자인 오리의 출현에 관심도 없이 딴청 하는 피식자 개구리, 대재난인 숲속 불놀이나 거대물고기를 필두로 한 포식행렬 장면 등"
작가 주지오는 관심대상들이 놓인 그림상황과 이야기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구전, 전래동화, 우리끼리의 귓속말, 남몰래 전하는 쪽지나 엽서, 빨간책, 혹은 여럿을 위한 목판화나 등사물, 인쇄 전단지, 기념엽서나 광고, 영화, 다큐멘터리, 뉴스, 포스터, 굿즈 등 어디서건 무엇이든 자신의 그림 소재와 내용 뿐 아니라, 형식도 모티프로 차용하고 있다. ● 주지오의 만화적 상상력이 펼치는 장면들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들을 펼친다. 그렇다고 캐릭터마다 기승전결 완결된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들이 종종 다른 캐릭터 장면에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하지만, 연결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가 전하는 그림 이야기들 앞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대면, 생과 사의 기로, 살육의 대재난과 풍요로운 축제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그림 장면에 대한 선과 악, 시시비비의 물음이나 답변의 요구는 무의미하다.
작가 주지오는 그림 속 캐릭터들을 쌍둥이 세쌍둥이 네쌍둥이처럼 중첩시킨 이미지, 즉 잔상(殘像)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특유의 표현인 잔상(殘像)을 통해 망각과 기억, 그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매우 요긴한 효과와 의미방식으로 작동시킨다. ● 주지오 그림에서 잔상들은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 곧 전승과 소통, 전이와 전치, 새로운 변모 등 관계맺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원동 장치이다. 다시 말해, 원기록물, 원대상에 대한 동어반복적 재현, 혹은 모방행위를 통해 원의미를 강조하기도 하고, 원대상이 다른 개체 대상과 입장과 의미를 공유하기도 하며, 완전히 상반된 의미개체로 변모하는 등 다양한 관계맺음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 작가는 잔상을 통해 망각과 기억의 대상들 그 자체보다는, 기억하려는 행위에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림들은 실제로 내용적 에피소드에 대한 관심 외에, 입에서 입으로, 귀로, 손으로, 발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다양한 전달방식을 보여준다. 더불어, 망각과 기억의 교차점에서 기록과 전달 행위에 대한 문자 그대로 잔상을 남기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주지오는 자신의 이러한 작업을 '망각의 기념비'라고 이름한다. 그림, 활자, 판화, 사진, TV, 만화, 애니메이션, 인쇄, 광고, 굿즈... ● 어느새 새로움의 고전이 된 장르 매체 기법들, 그들의 발생 초기 감성을 선호한다는 작가 주지오의 이들에 대한 망각의 기념비로서 『Be-Twins』, 그의 잔상들은 초대형급 사건 사고, 크고 작은 뉴스들, 이들의 외형과 속사정, 속내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전하며 함께하려는 마음을 주목하도록 경보음을 울린다. 귀를 쫑끗 세우고 귀 기울여 귀담아 듣던 시절, 귓속말로, 얼굴을 마주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시간들, 둘둘이, 삼삼오오 둘러모여 나누던 이야기들, 무언가를 듣고 보고 함께하기 위해 모인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마음들 말이다. 그리고 내용과 형식이 하나 되었던 그 시절, 옵션도 미사여구의 가미 없이 존재 하나만으로 모두가 충분히 행복하고 풍요로운 순간들을 기억하게 한다. 더불어 그 시간의 풍경들에 대한 향수를 더듬어 원년 초창기 멤버들의 수고에 대한 심심한 기념 혹은 헌사와 같은 오마쥬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 이런저런 마음들이 다 지나가고 다 사라진 그 자리에 여전히 남아 기쁜 새 소식, 복을 맞이하는 마음, 귀와 눈, 손과 발, 온몸이 향한 시간들을 그려내는 작가, 주지오의 『Be-Twins』가 전하는 아련한 향수와 위로를 느껴본다. ■ 조성지
Vol.20211102j | 주지오展 / JUGIO / 朱祉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