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공간:일리 기획 / 김이박 글 / 구윤지
반드시 네이버 예약(공간:일리) 후 방문해 주시고, 입장 전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및 QR 체크인을 부탁 드립니다.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공간:일리 space illi 서울 종로구 비봉2길 23 Tel. +82.0507.1425.3881 www.space12.gallery @space_illi_1and2
"우리는 언제까지 작업을 하고 살까?" ● 나는 환, 현과의 첫 만남을 2016년으로 기억해. 우린 같은 시기에 배움을 받지 않았지만 같은 선생님의 제자로 만나서 그 무렵 여러 자리에서 만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친해졌지. 그 이후로 5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 곁에 남은 사람과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생겨났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지. 항상 우리는 모이면 다른 이야기보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었던 것 같아. 좋은 사람들이 좋은 작업을 한다고 믿고 있고 솔직히 좋은 사람들의 작업에 눈이 더 가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 물론 여기서의 '좋은'에 내포된 의미는 여러 가지이지. 열심히, 성실하게 그리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등의 의미도 있다고 봐.
환이 나에게 전해준 여러 텍스트를 읽다 보니 환의 친척과 나눈 이야기 중에서 "야 이 사람아 나 괜찮으니까 너 할 일이나 해!! 신경 쓰지 말고 아무튼 나 지금 좀 피곤하니까 나중에 또 통화하자!!" 라는 글귀가 내 마음에 탁하고 남더라. 옛말이긴 하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라는 말이 있잖아? 우리는 올 초에 존경하고 사랑하던 분을 함께 떠나 보내 봤고 그 이후로 나는 삶이나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한 것 같아. 나와 가족, 그리고 소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나서도 충분히 작업을 하는 삶도 함께 병행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나도 환도 그리고 현도 그렇게 살았으면 해.
먼저 환의 전시 기획을 진행하며 부족한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공간의 운영자님들을 만나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 환의 작품을 관람하실 분들이 환의 작업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많은 피드백을 주실 거라고 생각해. 이번 첫 개인전을 통해 환이 항상 이야기했던 자신의 생활사와 개인의 현실이 타인들의 부분 집합이 되는 관계성과 마주할 수 있길 바라고, 마주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인사하고 어떤 공존의 방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되도록 같이 노력해 보자. 이를 위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에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지.
2021년 10월 차가워진 날씨에 열리는 환의 개인전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을 잘 챙기고 주변을 잘 살피는 주춧돌이 되는 일이 되었으면 해서 이렇게 편지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정리했어.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유연하게 버텨 나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할게. (2021년 10월 24일) ■ 김이박
행간 ● 윤석환은 자신 주변의 사건, 사람, 분위기를 캐치해 일상의 경험을 그리는 캔버스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작가는 이전 작업들과는 다른 방식의 언어를 시도했는데, 전시 제목 '광과경'은 그것을 유비한다. ● 2021년 첫 개인전에 앞선 윤석환의 작업들을 글쓰기에 묘사해보자면 그의 발화체(parole)는 언어체(langue)의 문법을 정직하게 지키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상에서 일어난 우연한 일이나 술자리에서 나눈 웃기는 이야기들, 다른 이들이 겪은 기이한 사건 같은 것들 등등. 작가가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관계 안에서 생겨난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하나의 이야기를 두고 그것을 한 폭의 캔버스 위에 보는 이로 하여금 기승전결을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등장시켜 콜라주와 같이 조합하여 표현한다. ● 그가 2018년에 그린 「편안한 산양, 용춤」은 절벽 위의 산양, 용춤(을 추는 사람들), 서울대 법대 건물 등으로 구성된다. 화면을 채우는 것들은 굴곡이 심한 어떤 이의 인생사이자 전부 모두 다르게 구현된, 어떤 지점을 지나는 주인공의 비유이다. 캔버스에 그린 모든 것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 작가로부터 그렇게 주어진 단서들을 꿰어 맞춰가며 보게 되는 회화는 마치 작가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농담이나 우화 같으면서,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그 관계들 안에서 분열증적인 위트나 인간적인 따끈함도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그 텍스트들을 체계화시켜 단 한 컷에 담아내기까지 분명히 고민스러웠을 무거운 시간 또한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다. ●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듯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었던 작가는 최근 죽음과 가까운 밤과 사랑과 위로의 낮을 오가는 한 철을 보내며 '상실과 회복'이라는 삶의 태도를 작업에 투사하고 있다. 일상 안에서 각인이 될 만한 사건들을 다루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던 시간들 속에서 뾰족한 초침 끝으로 어느 한 순간을 가리켜보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캔버스마다 한 편의 서사를 전달해왔던 작가가 시계의 초침을 한 순간에 정박한다는 것은 어쩌면 중력이라는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기도 하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무수한 주어들이 캔버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일이기도 했을 터. ● 윤석환은 보편적 공감과 이해를 위한 적극적 모션에 위상을 두었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작가 자신이 포착한 원형적 장면을 제시하기 위해 소거와 함축을 감행해 나간다. 「편안한 산양, 용춤」과 같이 구성된 전작들은 오브제들을 하나하나를 촘촘하게 이어가면서 읽어야 했었다면, 2020년 작 「버려진 꿩 박제」와 「반포지구 버드나무」(2021)는 덜어내어진 텍스트들이 만든 행간을 쫓아야 한다. ● 바닥에 진하게 생긴 나무의 그림자가 말해주는 대낮, 화단 옆에는 블라인드가, 그리고 그 옆에는 소파가, 소파에 위에는 꿩이 등받이 틈 사이로 머리를 쳐 박고 있다. 불가해한 조합이 강조된 듯한 이 작업은 우리가 분리수거장을 지나며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이며 낯익은 풍경일 뿐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이 순간은 화창한 오후와 죽은 정물들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방치된 채로 병치되어있는 기이한 풍광으로 기억된다. ● 티 없이 맑은 파아란 하늘과 커다랗고 운치있는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그리고 어떻게 엉겨 붙게 된 건지 알 수 없는 호스들이 주렁주렁한 한강변의 풍광. 아이러니함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에서 「반포지구 버드나무」도 마찬가지이다. 작가의 선택과 집중은 이전 작업들의 특징적인 논리적 서술의 기능을 전복시키고 전달하고자 하는 정확한 감각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 행간을 "어떤 식으로든 소유하지 말아야 할 것을 소유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과제 앞에서 인간의 영혼이 대답을 시도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한 아감벤(Giorgio Agamben, 1942-)은 그의 책에서 13세기의 시인들은 '사랑의 기쁨 joi d'amor'을 간직하고 있는 시의 "거주지이자 피난처"가 되는 공간이라고 불렀다고 서술한다. 윤석환의 회화 발화체가 선회하게된 것은 행간으로 많은 언어들이 흘러들어가면서였고, 그렇게 생긴 공백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감각들이 도드라지면서였다. 필자는 작가가 꽤 엉뚱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처럼 약간 알코홀릭 수수께끼를 내는 장면들을 연작 가능한, 심연 같은 행간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시인 같은 작가가 되시기를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 구윤지
Vol.20211030a | 윤석환展 / YOONSUKHWAN / 尹晳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