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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새탕라움(강나경)_윤정민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새탕라움 SEETANGRAUM 제주도 제주시 서사로5길 15-2 @seetangraum
윤정민은 첫 개인전 이후 모든 전시에서 자신의 작업물이 지극히 개인적임을 강조해왔다. 세상에 개인적이지 않은 예술이 어디 있겠냐마는. 작가가 그 당연한 "나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명제를 내세운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의 작업도 개인적인 요소를 갖추었을 테지만, 그에 반해 개인적이라 '자각'할 만한 요소를 지금 같은 형태의 작업에서 비로소 찾은 것이리라. 이를 통해 첫 개인전과 이후 몇 년의 작품활동에서 작가 윤정민의 자기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전시들이 일상에 주목했다면, 그 주제를 이번 전시에 와서 조금 탈피한 듯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처럼 지금껏 일상 속 인물들을 구상적인 방식으로 재현해왔다면, 이번 작품들은 일상성을 탈피한 채 조금은 추상적인 형상을 띠고 있다. 보는 이들을 의식하지 않고 각자 할 일에 집중하던 사람들은, 이제 몇이 모여 겹쳐지고, 서로 기대고, 탑처럼 쌓였다. 또한 드로잉 단계에서 볼 수 있었던 익살스러운 표정이 '드로잉-조각'이 되는 과정에서 제거되어 관람객의 해석을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이끈다.
윤정민의 사람들은 직업도 성별도 연령도 알 수 없다. 그 덕에 그의 작업물이 보여준 일상이 관람객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었다. 기존 작업에서도 강조되었던 익명성은 표정을 잃으며 한층 강화되었다. 전시 제목의 '아무'는 바로 그런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조형성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이 시도한 것은 인물들의 발끝에 고정되어 있던 좌대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한 '홀로서기'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홀로이던 인물에게 다른 인물을 요구했다. 발판은 없어졌지만, 인물들은 서로를 안거나 기대어서야 제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윤정민 조각의 핵심은 '드로잉-조각'에 있다. 그는 기존의 미술 조각들과 다르게 입체이면서도 동시에 평면성을 추구한다. 조각의 밑바탕이 된 드로잉을 공간 안에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드로잉 단계와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그림자'에서 찾을 수 있다. 윤정민의 드로잉은 대개의 '조각'이 그러하듯 전체적인 구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대상 그 자체에 집중한다. 또한 시각예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빛과 그림자를 고려하지 않아 그의 드로잉에선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하여 드로잉이 공간 안에 재현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에 없던 그림자가 생기고, '드로잉-조각'만의 조형성이 완성된다.
여러 변화를 거치는 동안에도 윤정민 고유의 유머와 위트만은 여전하다. 첫 번째 조각 '열 개의 발과 다섯 가지 몸짓'이 보여주는 무질서함에서 여전히 그 위트를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조각은 '2층의 쌍둥이'들. 그들은 왜 서로를 껴안고 밟고 올라 있을까. 철골로 만들어진 것이 무색하게 홀로는 단단하게 서 있지 못하고, 어딘지 관절은 죄다 뻣뻣하니 꺾여 있다. 긴 팔로 서로를 동여맨 그들의 모습에서 도무지 혼자는 서 있을 수 없는 위태로움을 읽을 수 있다. 전시관 2층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것은 서로 등을 마주 대고 있는 두 명의 작은 사람이다. 등으로 온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서 따스함을 느낄 즈음, 어쩐지 잔뜩 무거워 보이는 배가 눈에 들어온다.
작품 속 이들이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들은 왜 서로에게 기대거나 겹쳐있거나 올라가거나 안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이들이 대체 왜 이러고 있을까를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이번 전시가 가져다주고자 했던 웃음에 다가가 있을 것이다. ■ 장민주
Vol.20211019i | 윤정민展 / YOONJEONGMIN / 尹晶珉 / sculpture.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