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지원 사업 『SEARCH_예술적 거리두기 해제법』
기획 / 최정연
관람시간 / 10:30am~10: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어빌리지 GALLERY AVILLAGE 인천시 중구 개항로 69 @avillagecoffee
『되기 become』는 오늘의 기술-이기적 삶 속에서 전통적 가치와 현재적 창의로부터 다시 미를 고찰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 5인을 소개하는 한편, 작가들로 하여금 창작활동의 방향성 등을 함께 생각해보는 교류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예술적 거리두기 해제법을 실천하고자 하였습니다.
"인식의 틀은 하루하루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만들어지고는 한다. 이 작업시리즈는 프랑스에서 살 때 새로운 인식과 충돌하며 만나게 되었던 나의 인식의 틀을 중세시대 갑옷을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 시각화해보면서 시작되었다. 루틴처럼 원을 그리고 있는 크고 작은 고리들이 새로운 패턴을 만들며 알고리즘처럼 나타난다. 이런 인식들은 세상을 인식하기위해 필요한 틀이기는 하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과도한 방어를 하기도 하며 진리를 왜곡하고는 한다. 작품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합쳐지기도 하고 분리되어 나타나기도 하며 때로는 산화되고, 물감이 묻기도 하고 공간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나타난다. 살아있는 유기체같은 작품, 실제로 내마음 속에서 계속해서 변하는 나의 인식의 틀처럼 작품도 끊임없이 변한다." (김노을)
"나는 반짝였다.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이고 치러냈던 내겐 훈장처럼 보석들이 떨어졌다. 실제로 게임 아이템을 얻듯 보석이 주어지기도 했고, 나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눈빛에서 새로운 임무를 받아들인 나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보였다. 죽음 뒤에는 늘 새로운 임무가 왔고, 나는 위치는 달리했다. 너는 반짝였다. 죽음의 허무함과 그리움 속에서 휘청 일때도 반짝였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과정 안에 속해 겉과 속을 달리 할 때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속에서 헤엄치듯 고개를 내미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때도 반짝이는 허무한 색 색깔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와 함께 춤추자. 외로운 물 속에서 물살을 가르자. 너와 함께 반짝이자. 이 쓸모 없는 훈장을 받은 너와 함께." (정예원)
"나는 과거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왼쪽으로 기운 몸을 바로잡고자 오른쪽으로만 행동해서 교정을 하려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특정 상황이나 문제를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의식을 경계한다. ●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양쪽으로 분열하듯 펼쳐진 인물은 양방향으로 뛰어나가고 있지만 결국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왜곡된 형체를 가지게 된다." (황성욱)
"나의 작품은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내가 존재한다. ● 나의 내면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볼 때면 모순에 빠지곤 한다. 세상의 가식과 위선, 편협함을 비웃으면서도, 세상이 요구하는 포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혀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 얇은 위선의 포장조차 스스로 벗지 못하고 모순과 죄책감 그리고 고독에 사로잡혀 방황하게 된다. 세상에서 유리되는 것과 내 마음속에서조차 이방인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에 대한 공포와 혼란스러움은 나의 정체성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이러한 내면의 공허함과 충돌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 모든 그림에서 나는 높은 구두를 신고 있다. 좋은 신이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속설처럼, 높은 구두는 나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 세속적인 욕구를 실현해 줄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높은 구두는 불편하고 답답하다. ● 어린 시절 '빨간 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전혀 비싸지도, 가치 있지도 않은 고무공이었지만, 나에게는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한 존재였다. 그 빨간 공을 되찾는 과정은 나의 본질을 찾고 공허를 채우는 과정이며 다시는 찾지 못할 수도 있는 이 빨간 공을 찾는 길을 나섰다." (김태현)
"신화 속에서 나를 찾고자 한다. 신화 속 영웅들은 과거의 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대에도 존재한다. 때때로 용기를 가졌던 나 자신이 나의 영웅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랬던 자신을 멋지게 인정해주질 못했기에, 추억, 혹은 과거의 모습으로써 기억 너머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겨두곤 한다. ● 하지만 신화는 현재를 길러오기 위해 존재해온 서사였던 것 처럼,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주인공의 의지가 내가 가졌던 의지와 다르지 않음을 보며 그때를 이정표 삼아 스스로가 현재의 신화를 만들며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길 기원한다." (김지도)
전통적 가치와 현재적 창의로부터 다시 미를 고찰하는... ● 위 다섯명의 젊은 작가들은 저마다의 진정성 있는 주제를 가지고 매체와의 다이얼로그를 심도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이들이 쓰는 재료는 사진을 제외하면 철사, 한국화 물감, 수채 등 전통적인 재료들이지만 자신의 주제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재료를 혼합하고 기법적인 변용을 보여주며 현대적 이미지로 거듭난다. ● 김노을작가에게 철사라는 재료는 '강해보이지만 연약하고 잘 휘어지는' 것으로 세상과 자신을 잇는 인식이라는 틀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표현한다. 뜨개질하듯 한 땀 한 땀 직조된 네트(Net)는 가변적인 스크린을 형성하며 마치, 철학자 들뢰즈가 말하는 '생성'의 개념을 보여주는 듯하다. ● 정예원작가는 가까운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 병실에서 예민하게 느꼈던 '금방이라도 멎을 것 같은 숨의 감각'을 사진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생사를 앞둔 사람들을 모시고 지키는 일은 그녀에게 큰 고통이 되었고 인간의 변종 혹은 혼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끔 했다. 「sparkle with me」시리즈의 허상처럼 부유하는 화려한 보석들은 시어머니가 남긴 보석 유품들을 표상하고 있다, 이것은 그녀에게 찬란하면서도 아이러니한 감정을 일으킨다. ● 황성욱 작가는 자신이 중학생 시절 겪었던 척추측만증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하고 정합하지 않은 사고방식을 데칼코마니에 빗대어 풍자하고 있다. 인물의 상반신과 그 주변을 감싸는 나무들을 수묵채색의 수많은 겹으로 표현하고 있는 황성욱작가는 특별히 가공한 리넨 위에 한국화물감을 올려 한국화의 현대성을 드러내고 있다. ● 김태현작가의 드로잉은 때때로, 우울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불안'의 이미지로 우리들의 시각을 사로잡는다. 어둠 속에서 하이힐을 신은 채 빨간공을 안고있는 인물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꿈을 찾아 헤매는 존재이다. 이 공은 그녀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하며 소중한 존재이고 그녀는 그것을 놓치지 않기위해 분투한다. ● 김지도작가의 작업은 운동감, 구조, 표상, 이야기, 서술을 가지고 종교적 정서를 나타내는 종교화적 형상화기법을 보여주는 동시에 수채화를 주로 하는 자신의 회화적 역량을 다양한 버전으로 풀어내어 따뜻한 감성뒤에 숨겨둔 교훈을 전달한다. ■ 최정연
Vol.20211018b | 되기 becom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