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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시각미술연구소 필승사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상가 4층 라열 435호 @pilseungsa.art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그의 내면을 파도처럼 휩쓸었다. 그가 살아온 지 어느덧 60년이 가까울 때였다.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의 여객선이 가라앉았다는 뉴스를 접한 순간, 죄책감을 안고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서울에서부터 한참을 운전해도, 달라붙은 죄책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도착한 그곳에서 그가 처음으로 마주한 감정의 정체는 분노도 슬픔도 아닌 '어색함'이었다. 작은 항구는 비극을 상연하는 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취재진, 사복경찰, 관광버스가 부려 놓은 단체 방문객들은 무대 위에서 머릿속이 새하얘진 배우들처럼 즉흥적이고 두서없이 움직였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었고, 모든 이가 어색하게 굴고 있었다. 인파를 피해 종일 주변을 걸었다. 발길이 그를 이끌어간 곳은 폐장된 작은 해수욕장이었다. 작가는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 온 각종 쓰레기만이 가득한 해변에 주저앉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왜 이런 사고를 아이들이 당해야 했을까.
문득 그는 떠내려 온 쓰레기들과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언가 목격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말만 할 수 있다면. 그리곤 쓰레기들을 줍기 시작했다. 눈에 띠는 크고 작은 물건들을 하염없이 주웠다. 어쩌면 그것들은 물속으로 사라져간 아이들의 것이었거나,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었는지를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는 일곱 번 정도를 더 다녀왔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쓰레기들은 작가의 작업실로 와서 저마다의 생김새 그대로 조각작품이 되었다. 수백 번의 랩핑wrapping작업은 변질되지 않고 고정된 채 있기 위함이었다. 투명한 비닐 랩이 반복되어 감길수록 그 색과 질감은 점점 금속을 닮아갔다. 작가의 눈에는 그것이 물속에서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토해낸 숨결처럼 비쳤다. 그는 겸허히 그 숨결의 색을 계시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잘게 찢은 캔버스 천으로 그것들을 싸고 또 싸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잊혀서는 안 될 이 시간과 사건을 보존하기 위한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그들을 위한 300개가 넘는 기념비와 조각 작품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것은 그가 한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행위이고 그만의 위로하는 방식이다. ■ 조수혜
Vol.20211005h | 홍순명展 / HONGSOUN / 洪淳明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