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월요일 휴관
새공간 SAEGONGGAN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2길 11 Tel. +0507.1308.7391 saegonggan.com
이번 전시 제목인 '포털 사이트'는 어딘가로 들어가기 위한 문을 뜻하는 'Porta'에 어원을 두고 있는 Portal과 장소를 뜻하는 Site가 함께 쓰이면서, 오늘날 '네이버'와 '다음' 같이 어떤 콘텐츠로 들어가기 위한 대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웹페이지를 뜻하는 이름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 '포털 사이트(Portal Site)'를 '어딘가로 들어가기 위한 문'과 그 '장소'라는 지점에서 더 확장적이고, 은유적인 개념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인터넷 통신망과 데스크톱 PC가 대중적으로 보급 되던 2000년대 이후, '온라인 공간'이라는 개념과 함께, 우리는 그 안에서 최적화된 시스템에 따라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예술 또한 온라인 공간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예술의 감상과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창고의 기능이 주된 기능이었다. 반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와 그 환경을 살펴보면, 드라마, 영화,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온라인 기반의 유튜브, 넷플릭스, 스팀과 같은 콘텐츠 플랫폼은 나의 취향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더 많은 콘텐츠의 종류를 빠르게 접하고 소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달해왔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소비의 빠른 속도와 방대한 양이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은 지금까지의 예술을 감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전시 『포털 사이트(Portal Site)』에 참여한 4명의 작가는 그동안 '가상 공간', '온라인 공간'을 키워드로 연구하던 주제인 데이터와 이미지, 공간-시점과 신체, 가상 공간과 그안의 존재, 그리고 주체성의 해체에 대한 작은 실험을 선보인다.
박동준은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Normal Map」 시리즈를 '새공간'에 적용하여 VR로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Normal Map」 시리즈는 실재 공간과 그 공간을 3D 스캔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디지털 공간에 생성하는 이미지로의 변화 과정을 통해서,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해 보이는 '화이트 큐브'라는 공간을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박동준이 가상공간에 대해서 데이터를 통한 이미지 생성으로 이야기 한다면, 서태리는 「Inventionen」(2021)을 통해서 물리적 법칙을 초월한 무대 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태리는 디지털 미디어에 신체를 불러오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 작품인 「하나의 몸으로 2인무 안무하기」(2020)는 하나의 채널에 3가지 시점의 안무를 불러와 중첩하여 보여주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가상공간에서만 실현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시점의 3가지 무대로 펼쳐서 재구축하였다. 문소현의 「Hollow Show」는 쇼윈도우, 로비, 응접실, 중정, 갤러리, 연회장으로 나누어진 가상공간에 33개의 영상을 배치한 작업이다. 영상에는 각종 사물과 식물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움직임을 다양한 기법을 이용하여 영상화하였고, 가상 공간안에 홀로 움직이는 사물들을 모습을 통해 현시대의 욕망을 발견하고자 한 작업이다. 앞서 작품들이 가상공간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작품에 활용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진 인이 나래의 「창작자들」(2021)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온라인 공간 안에서 수동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전시 기간 동안 진행하는 온라인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이 지시하는 데로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류와 창작, 그리고 그것에 대한 소유와 권리, 그리고 주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 선보이는 4개의 가상공간은 그동안 '아카이빙 바벨 (https://www.archivingbabel.com/)'을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가상 전시장을 기획/제작한 박동준이 제작하였다. 박동준은 이번 전시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최근 2년간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예술계에서는 '비대면', '온라인', '가상공간' 등의 키워드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논의가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갑작스러운 상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고도의 기술이 많은 부분 상용화되어 온라인-디지털 공간이 우리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가치관과 새로운 방향성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가능성에 대한 의문점도 많은 상황이다. 이번 전시에서 4명의 작가는 각각 디지털이 데이터를 통해서 이미지를 생산하는 메카닉, 우리가 접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에 따라 신체를 불러오는 방법에 대한 실험, 반복되는 영상과 가상 공간의 공허함, 그리고 그안에서 표백된 듯한 존재, 마지막으로 공유지인 온라인 공간에서 주체의 모호함과 질문에 대해 탐구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실천의 시작으로서 보여주고자 한다. 컴퓨터를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화면 보호기가 나타난다. 다시 마우스를 움직이면, 장막이 걷히듯 화면 보호기는 사라지고 우리는 모니터라는 문을 통해 그 안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온라인-디지털 세상은 현실의 물리법칙과는 다른 법칙이 존재하는 곳이며, 지금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떻게 예술작품을 감상하는지, 그리고 어떤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다영
Vol.20211004a | 포털사이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