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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55 프로젝트 『시차적응』 여덟 번째展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프로젝트 기획 / 안종현 협력 큐레이터 / 김진혁 디자이너 / 서가온
관람시간 / 12:00pm~07:00pm
스페이스 55 SPACE 55 서울 은평구 증산로19길 9-1 Tel. +82.(0)10.6304.4565 www.space55.co.kr blog.naver.com/newacts29
프로젝트 시차 적응 『그리고 사람: 김옥선, 변순철』-느슨한 '유대'를 통해 두 작가의 '변화' 읽기 ● 1. 프로젝트 『시차 적응』의 여덟 번째 매칭인 김옥선과 변순철은 생각지 못한 공통분모로 묶인다. 둘은 1960년대 후반 서울에서 태어난 동년배 작가이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다. 김옥선의 공식적인 첫 연작 「방 안의 여자 Woman in a Room」는 1995년, 변순철이 20대 후반 늦깎이 유학생 시절에 찍기 시작한 「뉴욕 New York」과 「키드 노스탤지어 Kid Nostalgia」는 1997년이 그 시작점이다. 사진을 하기 전 김옥선은 교육학을, 변순철은 사회학을 공부했고, 작가로서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을 때 사진을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탐색하는 도구로 삼은 점도 비슷하다. 두 작가 모두 20여 년간 인물을 스트레이트하게 촬영하는 방식을 고수한 점, 사진의 인물이 줄곧 사회경계인인 점은 다양한 층위에서 이 둘을 연결 짓고 의미화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생각지 못한 두 작가의 유대관계를 보여 준다. 유사하면서 결코 유사하지 않은, 접점보단 교차점으로 이뤄진 '느슨한 유대관계'에 있는 작가 2인의 전시다. ● 김옥선과 변순철 둘 다 사진의 시작은 자아 탐색에서 비롯되었다. 김옥선의 초기작 「방 안의 여자」(1996~2001)와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2002~2005)는 주체적으로 삶을 결정하고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개인적인 질문과 사유를 풀어낸 작업이다. 동년배 한국 여성, 국제 결혼 커플 등 작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인물을 피사체로 삼아 소통하며 내면의 질문에 답한 작업이다. 변순철의 「뉴욕」(1997~2005)과 「키드 노스탤지어」(1997~2005)는 미국으로 건너간 늦깎이 유학생이 이방인으로서 가진 호기심과 두려움을 피사체에 투영하여 격동적인 감정 변화로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탐색한 작업이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들을 클로즈업 샷으로 스트레이트하게 담은 사진은 오히려 그 앞에 서 있는 호기롭고 긴장감 어린 작가를 불쑥 드러낸다. 이처럼 시작점에 서 있는 김옥선과 변순철에게 사진은 자신과 사회의 관계성을 질문하고 스스로 그 답을 찾아 나가는 충실한 탐색의 도구이자 동반자였다. ● 사적인 정황과 매우 밀착된 김옥선과 변순철의 사진 작업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각자 변화를 보인다. 사진을 대하고 다루는 태도에서, 작가가 피사체와 맺는 관계의 형태적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이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전설에서 벗어나 사진 표면 그 자체로 가능한 인물 사진 작업을 해 보고 싶다." 「No Direction Home」(2008~2010)의 작가 노트에 쏟아 낸 김옥선의 고백은 대상을 둘러싼 이야기보다는 대상 그 자체에, 즉 대상의 내러티브보다는 대상을 담은 사진의 매체적 특성과 그 표면성에 집중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김옥선의 사진에서 작가와 피사체 간의 암묵적인 연대는 인물을 둘러싼 내러티브에 시선을 두고, 인물의 주변 정황을 프레임 속에 드러낼 때 유효하게 작동한다. 개개인의 지리멸렬한 현실에서 시선을 거두면 인물의 스토리는 사진에서 희석되고, 작가는 더 이상 그 피사체와 자신을 결부하거나 자신의 질문을 직간접적으로 투영하기 어렵다. 대신 그 인물이 사진 특유의 디테일을 발산하며 무언가의 표상이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한다. 따라서 사진 표면의 비문학적 소통 가능성에 집중하기 시작한 김옥선의 시선 변화는 자신과 사진의 대상을 떼어 놓는 과정이다. ● "작업할 때면 항상 감성에 이끌려 개인적 자아가 사회적 자아를 밀어내곤 하는데, 이번 「전국노래자랑」 프로젝트는 사회적 소명감을 가지고 작업했기에 나에게는 더욱 긴장된 심리 게임의 한 장면이자 마비된 이성을 일깨우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변순철 또한 「전국노래자랑 National Song Contest」(2005~ )에서 이전 작업들과 단절했음을 명확히 언급한다. '개인적 자아'보다 '사회적 자아'를 앞세운 변화는 작가가 사진의 대상을 대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사진을 향한 열정만 가지고 찾아온 낯선 이국땅에서 두려움이 앞선 만큼 호기로웠고, 그만큼 허기에 찬 변순철이 그러한 심상을 벗어나 인물을 그 자체로, 나와 관계된 무엇이 아닌 대상 자체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나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인물들을 지극히 사적이고 분열된 개인이 아닌, 보편성을 띤 인물들의 원형으로, 특정 역사와 문화의 표상으로 담아내고자 고군분투한다.
2. 이번 2인전의 작품 선택과 전시 구성은 이처럼 두 작가가 감행한 '사진적 태도와 시선의 전환'에 초점을 둔다. 작가별로 변화의 기점이 되거나 그 이행 과정을 보여 주는 사진 3~4점과 변화 이전의 작업 2~4점으로 구성했다. 전시에서 다루는 작업의 시기와 내용은 서로 상이해도 '변화의 전후 맥락'이라는 중심축을 두고 구성한 전시는 두 작가의 작품군이 대칭 구도를 이룬다. 이와 같은 전시 구성은 관객이 두 작가가 서로 다른 시기, 다른 형태로 일군 변화의 전후 맥락을 독립적으로 살피는 한편, '작업적 전환'이라는 공통의 테마를 정확히 인지하게 이끌어 준다. 같은 변화지만 맥락과 내용이 서로 상이하듯 마주치고 어긋나는 두 작가의 느슨한 유대를 발견할 수 있다. ● 김옥선은 전시에서 「해피 투게더」와 「함일의 배Hamel's Boat」(2007~2008), 「빛나는 것들 The Shining Things」(2011~2014)의 일부 작업을 선보인다. 첫 작업인 「방 안의 여자」 이후 자신에 관한 탐색을 이어 간 두 번째 연작 「해피 투게더」는 독일인과 결혼한 자신처럼 국제 결혼 커플의 일상을 그들이 사는 공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백인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 커플이 주를 이루는 사진은 작가와 입장이 비슷한 여성을 화자로 삼아 '우리가 함께 해서 행복하다 할 수 있는지?' '보이지 않는 문화와 입장의 경계는 어떻게 극복 가능한지' '당신과 나의 삶은 어떻게 다른지' 등 작가 자신의 삶에서 소용돌이치는 질문들을 던진다. 줄곧 자신에게 향하던 시선이 처음으로 가장 가까운 주변인인 남편에게 확장된 「함일의 배」는 남편처럼 행복을 위해 고국을 떠나 제주에 삶터를 꾸린 이들을 촬영한 사진이다. 이들이 자주 가거나 좋아하는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은 인물의 내밀한 심상과 풍경의 미묘한 어울림에 그 초점을 맞췄다. 이 작업은 작가가 남편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두 연작과 함께 소개하는 「빛나는 것들」은 사진상으로도 큰 변화를 보여 주는데, 인물이 아닌 나무를 피사체로 삼았다. 제주에 서식하는 외래종 나무를 개별 초상처럼 촬영한 것이다. 전시 작품 중 가장 최근 작품인 이 시리즈는 피사체의 종류, 이를 촬영하는 방식에서도 이전의 두 연작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 변순철은 뉴욕 유학 시기의 대표작인 「짝-패 Interracial Couple」와 「욕망 Desire」(2003)을 전시한다. 「짝-패」는 작가가 뉴욕에서 만난 다른 인종의 남녀나 동성애 커플을 이들이 사는 공간에서 촬영한 인물 사진이다. 사회에서 경계인으로 인식하는 이들을 통해 「뉴욕」, 「키드 노스탤지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심상을 사진에 투사했다. 「뉴욕」과 「키드 노스탤지어」가 유연한 카메라 움직임과 시선, 즉 웨이스트 레벨 뷰의 클로즈업 샷으로 낯선 대상을 향한 작가의 공격적일 만큼 호기롭고 불편한 심상을 드러냈다면, 「짝-패」는 고정된 정면 촬영으로 마치 거울처럼 자신을 대상 자체에 투사하고 감정을 이입했다. "이들 사진에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액자 효과, 거울 효과라고도 할 수 있다. 커플들을 찍으면서 이 사진들이 나의 또 다른 초상 혹은 나의 정체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욕망」은 그간 뉴욕에서 입은 셔츠들을 태우며 촬영한 사진이다. 유학 시절 내내 걸치고 다닌 그 셔츠들은 궁핍과 방황, 외로움에 사무치던 젊은 시절을 표상한다. 그러므로 셔츠들을 불태우는 행위는 "그 셔츠를 걸치던 시절과 그 이후 세계관의 변화"를, 지난 시절에 속박되었던 자신과의 이별을 의미한다.
3. 전시에서 김옥선의 「해피 투게더」와 「함일의 배」, 변순철의 「짝-패」는 '변화 이전의 사진'으로 암묵적인 합을 이룬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자아 탐색의 도구로서 사진의 역할에 충실한 예다. 서로 상이한 촬영 방식에도 불구하고 세 연작 모두 인물의 개별성을 강조한다. 작가의 또 다른 초상이자 생각과 질문이 투영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건 필연적이다. 작가의 삶과 정체성을 탐색하기 위해 동원된 인물들은 사진 속에서 다양한 기호와 상징을 동원해 자신을 이야기한다. ● 김옥선의 「해피 투게더」와 「함일의 배」는 사진의 인물이 그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가 속한 공간, 그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배우자, 가족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인물의 시선과 제스처, 의상, 공간 속 소품들을 통해 그 사사롭고 미묘한 관계의 정황을 암시한다. 따라서 카메라의 시선은 인물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인물 주변과 공간을 동등한 비중으로 다룬다. 'Kumiko and Laurent(2004)'와 'Hiroko and Ken(2004)'의 화자인 쿠미코와 히로코는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이다. 이들이 입은 옷, 집 안의 소품, 주변 정황을 통해 사진 너머 이 둘의 다른 삶을 유추할 수 있다. 파자마 차림의 쿠미코는 아침을 먹는 두 아이와 남편 사이에 서서 카메라를 응시한다. 빵과 시리얼로 차린 간편한 식사인데도 테이블에 너저분하게 놓인 먹거리와 남편의 분주한 손놀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쿠미코의 일상을 추측할 수 있다. 사진의 소실점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쿠미코와 그 주변에서 쿠미코가 아닌 다른 이와 시선을 맞추는 가족은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듯 '중심과 주변'으로 분리된다. 한편 쿠미코는 사진의 중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벽과 벽이 만나는 가장자리에 서서 엄마로서 배우자로서 느끼는 부담감과 소외감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 변순철의 「짝-패」에서 인물과 배경이 되는 공간은 김옥선의 사진처럼 직접적인 관계성을 갖지만, 인물에 집중한 카메라의 시선은 오히려 공간을 주변부로 밀어내거나 프레임 바깥으로 잘라 냈다. 3년간 70여 커플을 촬영한 「짝-패」는 '가족 혹은 커플 사진'이라는 일관된 형식을 취한다. 흥미로운 건 그 동일한 형식 안에서도 사진의 인물마다 카메라를 대하는 방식과 시선, 제스처 등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 두 점은 같은 동성 커플을 촬영한 사진이다. 두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뉘앙스와 그 적극성의 정도가 인물에 따라 일관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여성인데도 상반신을 드러내고 파트너를 한 팔로 감싼 이가 다른 사진에선 슈트 차림으로 파트너를 뒤에서 안은 채 카메라를 응시한다. 두 사람의 관계 안에서 그는 남성의 역할을 자처하고, 적극적으로 그러한 자신의 정체성과 파트너와의 관계성을 드러내려 하는 걸 알 수 있다. 카메라 앞에서 그보다 소극적인 상대 파트너는 두 사진에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 주지 않는다. 한 사진에선 아예 카메라에 등을 보인다. 파트너가 상반신을 온전히 노출한 사진에서도 그는 속옷을 착용하고 파트너의 배에 살짝 손을 얹은 채 안겨 있을 뿐이다. 상념에 빠진 듯 그의 시선은 파트너도 카메라도 아닌 어딘가를 향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동성 커플인 자신의 모습을, 파트너와의 관계를 익명의 관객에게 보여 주려는 방식은 커플 사이에 차이가 있음이 느껴진다. 언어로 소통되거나 형상화되지 않는 미묘한 관계가 사진에 숨어 있다. 그 가운데 인물들은 자신을 어떻게 보여 줄지 그 의지를 적극적으로 사진에 투영하며 개별성을 드러낸다.
4. 한편 김옥선의 나무 사진 「빛나는 것들」과 변순철의 불 사진 「욕망」은 각자의 작업 노선 안에서 변화를 의미하거나 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작품이다. 나무 사진과 불 사진은 으레 '인물사진가'로 정의되는 두 작가의 정례를 벗어난, 예외적 사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전체 구성 안에서 절반(총 12점 중 6점)를 차지한 점은 전시가 이 예외적인 사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전시 제목이 사람 외에 다른 무엇이 존재함을, 전시가 그 다른 무엇에 초점을 두었음을 넌지시 드러내듯이 말이다. ● 김옥선에게 나무 사진은 사진과 피사체를 대하는 상당한 변화를 반영한 연작이다. 우선 사진의 대상이 인물에서 나무로 이동한 점은 김옥선이 사진의 대상에 자신을 결부하거나 인물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드러내는 데 더 이상 우선 가치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개개인의 초상을 담듯 나무를 촬영했지만 작가도 관중도 나무를 보며 사람처럼 생김새를 구별하거나 표정, 제스처 등의 사사로운 특징을 통해 취향이나 성격 등을 추측하지는 못한다. "인물은 소통이 되는데 나무는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 줘도 내가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저에겐 나무가 조금 더 집중을 요구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이처럼 김옥선에게 나무는 더 이상 작가 자신의 삶과 견주거나 삶의 고민을 나누는 상대가 될 수 없다. 사진의 대상이 이름, 직업, 취향, 제주에 온 연유 등 작가가 잘 알던 개인에서 잘 알지 못하는 대상으로 옮겨 갔음을 보여 준다. ● 게다가 전에는 인물의 주변 정황을 최대한 사진에 포함하여 인물 스토리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나무 사진에서는 대상 외에 다른 것들을 프레임에 포섭하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알 수 있다. 완벽한 타인, 다시 말해 인적 사항도 알 수 없고 주변 정황으로도 추측할 수 없는 대상을 관찰하는 일은 작가와 관중이 오히려 대상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따라서 김옥선에게 나무 사진은 그저 피사체의 변화 혹은 일탈의 의미가 아니라 사진의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사진을 이해하는 태도의 변화와 확장을 의미한다. ● 변순철의 불 사진 「욕망」은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작가가 유학 시절에 줄곧 걸치고 다닌 셔츠들을 불태우며 촬영한 사진이다. 철망 펜스를 배경으로 옷걸이에 걸린 셔츠들이 흡사 사람의 형상을 띤다. 마치 뉴욕 거리에서 그 옷을 입고 두려움과 호기 섞인 시선으로 사람들을 관찰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변순철의 초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따라서 불에 휩싸인 셔츠들은 궁핍, 외로움, 방황으로 점철된 유학 시절의 변순철과 분리를 선언하는 시도다. 호의보단 호기로 타인을 대하고, 고민이 치열한 만큼 모순되었던 자신의 내적 심상을 사진에 투영하던 태도에서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실제로 불 사진을 찍은 2003년 전후를 비교하면 사진적 태도의 변화를 살필 수 있다. 귀국 후 작업한 「Eye to I」(2008), 「전국노래자랑」의 인물은 더 이상 변순철의 심상과 관계된 개인이 아닌 사회의 일원, 집단 속의 익명으로 등장한다. 사진 속 인물의 표정과 제스처, 옷차림은 개인의 심상을 읽어 내기 위한 단서이기보다 특정 집단을 정의하는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은유가 된다. "「짝-패」를 작업한 이후 작가는 왜 작업하는가, 왜 고민하는가를 생각하면서 변화를 시도했고, 「전국노래자랑」이 나의 의지가 반영된 그 대답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불은 변순철에게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 겪은 몇 차례 화재 사고로 죽음을 마주한 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불을 작업의 소재로 활용한 「욕망」은 두려움의 대상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한 작가의 의지를 내포한다. 그 두려움의 대상이 불이든 타인이든 예전에 방어적 태도로 일관했던, 불안으로 가득 찬 자신에서 벗어나 소통과 이해, 수용으로 변화를 꾀한 노력으로도 읽을 수 있다. ● 이처럼 두 작가에게 나무와 불 사진은 변화의 시발점 혹은 변화를 이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에서 중심이 되는 이 사진들은 두 중견 작가가 걸어온 예외적이고 독보적인 변화의 궤적으로 시선을 이끈다. 30년간 작업 활동을 하며 안정된 사진 문법을 다진 작가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을 꾀한 건 사실 예외적인 일이다. 그 예외적인 변화를 공통의 테마로 정하고, 결코 유사하지 않은 두 작가를 2인전으로 묶은 이번 전시는 그래서 흥미롭고 이례적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그저 변화가 있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그 변화를 사이에 두고 시차 적응을 해 가는 두 작가의 작업 궤도를 읽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 김선영
* 각주 1) 김옥선, 『No Direction Home』 작가 노트, 2011; 박상우, 「고백과 표면의 미학」, 『김옥선 순수박물관』(부산: 고은사진미술관), 2016, 242쪽. 2) 박상우, 위의 글, 240~243쪽. 3) 변순철 작가 노트 「나의 초상사진」, 『변순철 전국노래자랑』 (서울: 지콜론북), 2014, 156쪽. 4) 변순철 작가인터뷰, 「트랜디 하지 않은 솔직한 리얼리티」, 『Art&Collector』, 2010, 7~8월호. 5) 송수정, 「호기로운 시선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1996 to the Present』(서울: GRIGO), 2013, 145쪽. 6) 『VON』, 2014. 9. 신수진의 리얼 인터뷰 – 김옥선 편. 7) 변순철 작가노트 「나의 초상사진」, 위의 책.
Vol.20211003i | 시차적응: 그리고 사람-김옥선_변순철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