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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D SPACE D 서울 강남구 선릉로108길 31-1 로프트 D B1 Tel. +82.(0)2.6494.1000/+82.(0)2.508.8400 www.spacedelco.com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시간 속에서 김수진은 동네를 산책하며 우연히 이런 저런 곳에 살고 있는 식물을 만나기 시작했다. 누구든지 동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동안 스스로의 삶이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마련이다. 김수진도 그런 일상을 누리고 있다. ● 그가 만난 식물들은 갈라진 길바닥 틈새, 어느 집 화단 울타리, 버려진 화분 등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묵묵히 버티는 것들이다. 화려한 간판과 진열된 상품들, 아름다운 인간이 점령한 도시에서 그 식물들은 발견되지 못하고 밀려나 있다. 혹여 발견된다면 뽑히거나 잘려나가서 깔끔한 도시풍경 뒤로 지워질 것이다. 그러니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작가는 그렇게 만난 식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사람들도 식물과 비슷해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함을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한 걸음 뒤에서 묵묵히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이다.
작가는 동네에서 만난 식물과의 만남을 드로잉으로 남기곤 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7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그린 드로잉 70여점과 장지에 동양화 물감으로 그린 회화 작품 15점을 전시한다. '보통하기 좋은 날'이라는 전시 제목이 말하듯이 작가는 가늠하기 어려운 평범함과 보통정도 주변을 맴돌며 포착한 식물의 모습을 선보인다. 「동네 한바퀴 No.70 프로젝트」(2021)는 앙상한 마른 가지부터 한창 녹색이 오른 잡풀까지 소소한 도시 식물의 모습을 통해 살아있는 생물들과의 교감을 담아낸다. 그 교감 속에서 '잡풀'은 사색의 동지가 되고 삶을 살아갈 용기와 힘들 때 쉬어도 된다는 위안을 준다. ● 작가가 식물에서 얻는 힘은 그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색연필과 동양화 물감을 섞어 쓰면서 자유롭게 형태를 추출하고 생략시키며 확장해 간다. 엷은 동양화 물감이 번지는 가운데 색연필과 오일 파스텔이 더해지면서 자유분방하면서도 방종하지 않는 꽃이 만들어진다. ● 그래서 화면 속의 꽃들은 더 이상 길거리나 화분 안에서 버티고 있는 꽃이 아니다. 자신이 발견한 기쁨과 행복을 그림을 보는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작가가 다듬고 보듬어 불완전하면서도 불멸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 친절한 시간의 결과이다. ■ 양은희
하고 싶은 이런저런 말들을 떠올린다. 마치 마구잡이로 얽혀 있는 실타래처럼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어 더욱더 엉키고 헝클어진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일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지 망설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며 꺼내 놓지 못하는 모습을 애써 외면하려는 나의 작은 마음일 수도 있다. ● 하루에 한 번 또는 며칠에 한 번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 사이, 걷다 본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 건널목 옆 화단 속, 집 앞 화분 속 등등 소소한 일상의 언어들이 말을 걸어온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스치는 모습들이다. 사실 무의미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풍경들처럼 우리가 살면서 서로 건네는 보편적인 언어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소한 삶의 대화이다. 건네고 싶은 말은 많지만, 꾹 참고 밀어 넣을 때도 있다. 걸러지지 않은 말들로 서로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설 때도 있고 두근거리는 이맘을 말로써 다 전하기 힘들 땐 문자나 편지를 쓰기도 한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언어의 형태로 일상을 전한다. ● 여러 틈틈이 가꾸어지기도, 스스로 커가기도 하며 시들어 버린 잎 앞에 돋아나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있다. 관심을 기울이고 사진을 찍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무소의 뿔처럼 열렬히 활짝 피어오르는구나. 목적과 의사를 분명히 하며 당당히 자신을 보여내는구나. 풀들이 밟혀 시들기도, 그늘 아래 축 늘어져 있기도, 다른 사람에 의해 뽑혀버리기도, 그러나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변화에 맞춘 나를 보여낸다. ● 반듯하거나 조금은 삐뚠 화면 속 예사로운 일상의 대화를 담아본다. 지극히 평범한,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것들이 보내오는 하루의 힘이 나를 더 생기 있게 만든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되는 소중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조금 더 망설임 없이 드러내도 좋은 날들이다. ■ 김수진
Vol.20210923d | 김수진展 / KIMSUJIN / 金守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