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비켓테이블
관람시간 / 12:00pm~07:00pm
플랫폼 팜파 Platform Pampa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마길 39 @platform_pampa
1 미터 ● 세 번째, 감각의 모서리에 서다 『1 미터』展은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며 생각을 나누는 여섯 작가의 세 번째 공동작업전이다. 이들의 작업은 코로나 19 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최소 거리, 1 미터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물론, 이전에도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나와 타자를 선명하게 구분하는 물리적 척도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결국, 불안과 공포가 만든 이 경계는 개인, 가족, 국가주의로까지 쌓아 올려 격리와 봉쇄라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나 이런 거짓말 같은 현실이 사방을 에워싸자 누군가는 바깥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고, 있지만 배제되었던 세계 밖을 향해 고개 돌린다. 『1 미터』의 전시에서 여섯 작가도 자르고, 비틀고, 넘나들며, 허물며 다시 주름잡고 있다. 비로소 있는, 중이다. ● 먼저, 박영경, 손이숙, 심수옥은 각자의 오래된 가족사진에서 1 미터를 접어 넣는 공동의 형식을 가진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는 이야기를 어릴적 꿈이었던 만화가가 되어 재구성한 박영경 작업은 관람자를 훔쳐보는 자로 만든다. 작가의 기획에 관람자는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정 만화의 주인공은 훔쳐보는 자도 훔쳐보지 않는 자로 만들고 작가도, 기획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매혹된 자들만 검게 칠한다. 손이숙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된 사진 속 인물을 통해 사진의 지형을 더듬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낯선 조우는 존재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발견된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도플갱어)'를 눈으로 만질 수 있다면 우리도 돌아다닐 수 있다. 있었다는 흔적으로 침잠한 자들은 희게 칠한다. 심수옥은 몇 해 전부터 언니들에게 뜨거운 권리를 하나씩 선물하고 있다. 수줍거나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이 캔버스에 남는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형상을 찾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붉은 과정이다. 숨겨진 대지를 찾아가는 우연한 여정이다. 집으로 되돌아오는 자는 대부분 칠하지 않는다. ● 다음으로, 박부곤, 이선애, 이혜진은 각자의 방식으로 1 미터의 주름을 접어간다.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사진적 방법으로 실험한 박부곤의 작업은 큐비즘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큐비즘 회화가 작가의 시선으로 대상을 그렸다면 그의 작업은 정교하게 규정된 카메라의 시선으로 대상을 파편화한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는 큐비즘 회화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시선이 개입되어 존재를 재구성한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 존재는 밀고 들어온다. 사이에 있는 자는 언제나 환하게 칠한다. 이선애는 가장 멀리서 1 미터의 주름을 가져온다. 그래서 더 명징하고 더 굳게 닫혀 있다. 30 여 년 전 창밖의 여름 풍경이 거대한 환각으로 신체를 덮친다. 그는 들뢰즈의 표현대로 "유기적 활동의 경계를 잘라버리는 진동"이 절단한 두 개의 이미지를 겹친다. 겹쳐질 때마다 빗소리를 듣는다. 바뀐 신체를 가진 자는 스스로 빛난다. 이혜진은 1 미터의 거리가 규정한 척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읽히지 않는, 소통하지 않는, 이미지로 남은 언어로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 의자에 앉고, 저 의자에 앉고, 그리고 그 의자에서 일어선다. 일어서는 자는 똥색이라똥색이라똥색이라 허리를 굽히고 호…… ■ 이혜진
연애주의보 ● 오랫동안 치우지 못한 다락방에서 물에 젖은 앨범을 발견했다. 앨범을 그동안 한 번도 펴보질 않아서 곰팡이가 피고 상들이 사라진 부모님의 결혼사진첩이었다. 4단계 코로나 위기에도 동거가족은 1 미터 예외를 둔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란 방증일 테지만 사실 제일 모르고 있을 부모님 사이의 1미터 안으로 뛰어들어 보기로 했다. 결혼사진을 토대로 연애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앨범 속 사진들이 컷으로 분할되어 이야기를 만드는 만화같다는 느낌이 들어 순정만화의 형식을 빌려 표현해 보았다. ■ 박영경
도플갱어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잊고 있었던 자동 카메라의 필름을 현상하면서 임종을 지키지 못했지만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며 느낀 것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매체로서 사진에 대한 정서적이고 감상적인 접근으로 '은유로서 도플갱어'를 사진 이미지로 보여준다. ■ 손이숙
연년세세 ● 내 키는 1 미터 64 센티이다. 1 미터 남짓이 자궁 밖 세상에서 자란 셈이다. 1 미터 뼈와 살의 부피를 만들어 준 여럿의 삶이 내 몸과 정서에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내가 가진 여럿의 정체성은 이들 삶이 내 부피와 같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을 받아쓴다. "희망하는 것만 들어와 있는 몸은 없다. 단지 내 몸의 일부인 그들이 나의 전부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심수옥
표준렌즈로 1 미터 ●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위치와 시간이 다르고, 더 다가가거나 물러서는 거리의 변화에 따라 화각에 포함할 대상을 추가하거나 제거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표준렌즈로 1 미터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화각이 고정되어 찍을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된다. 피사체의 크기에 따라 더 가깝게 다가가거나, 좀 더 물러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각이 제한된 표준렌즈로 1 미터에서 찍은 사진과 화각의 제한이 없이 찍은 사진을 같이 배치하여 제한된 선택과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를 보기로 하였다. 멀리서 찍은 넓은 화각의 사진에 1 미터에서 다양한 대상을 찍은 사진을 조립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제작하였다. 입체적인 공간을 평면으로 작업 한 결과인 사진과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조립하는 작업으로 입체와 평면, 공간과 시간을 재구성한 작업이다. ■ 박부곤
일미터의 장마 ● 일미터 창밖을 바라보며 버스가 떠올랐다 지옥버스 388 남부순환도로 옆 수십개의 학교들.. 등교가 전쟁통인 어느 여름날 개봉역 부근 형체가 사라진 건물 2층까지 잠긴 노란 흙물 위에 보트 탄 사람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시 탄 버스 창밖 가림막과 아파트 뿐이다 버드나무 몇그루를 제외하고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5년 집밖을 떠돈지 2년 괜챦다 와 할수없다 쓸모와 인정욕구 0과 100 사이 일미터의 장마가 계속된다. ■ 이선애
이 의자, 저 의자, 혹은 그 의자 ● 이 의자는 그늘 보여도 보여서 찾지 못하고 저 의자는 밝음 보여도 보여서 만지지 않는 그 의자는 무어라 부를까 보여도 보여서 사라질까 닮는다 닳는다 지우개 똥만 남아 후, 후, 밝은 그림자가 일어선다. ■ 이혜진
Vol.20210907g | 1M - 비컷테이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