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7:00pm
아지트 갤러리 AZIT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5-4 마루본관 2층 Tel. +82.0507.1468.8915
나의 산책은 작업의 원동력이다. 골목길을 걷다가 지난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며 대로를 걷다가 오늘을 살아가는 생각들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마치 무성영화가 상영되듯 차르르 눈앞에 펼쳐진다. ● 우리의 기억은 영상이나 이미지와 같이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지만 두뇌가 보여주는 것은 영상으로 보이는 듯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주변으로 받은 영향으로부터 기억은 재생산되고 있다. 기억은 걷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주관에 의해 사유되어 발현 상영된다. ● 산책은 기억의 중간 어디쯤의 공간에 나를 위치시킨다.
나는 돌, 의자 등과 같은 생명이 없을 것과 같은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러스 창궐하는 시기인 현재 생명에 끌리는 관심은 어찌할 수 없다. 인간도 생명이요 바이러스도 생명이니 생명의 충돌이다. ● 은행나무 근처를 지나는 길에 우연히 발견된 수많은 열매는 이것이야말로 살고자하는 살아야하겠다는 나의 분신을 남겨야겠다는 욕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눈에 잘 띄지도 않은 작은 꽃을 피워 수정을 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열매를 맺고 후두두 자식들을 험한 세상에 내보내 떨어지는 모습은 생명의 소낙비이다. 열매가 땅으로 떨어져 부딪히는 모습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세상으로 출발하는 첫 기착이 충돌이다. 세상과 충돌이다. 형제끼리도 이리저리 부딪치며 생채기를 낸다. 상처에도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열매의 외피를 탈피시켜야 싹을 틔울 수 있지만 쉽사리 썩지 않으니 이도 쉽지 않는 일이다. 어찌어찌 그리되었다 해도 중종피, 내종피는 어쩔 것인가. 온갖 비바람과 태양빛을 쬐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수많은 씨앗은 싹을 틔우지도 못하고 말라비틀어진다.
나는 수많은 씨앗이 충돌하며 몇 되지 않는 생존율로 2억년을 버텨온 생명력에 감탄을 한다. 어쩌면 그것이 충돌에 의한 생명력이 아닐까. 수억 년의 공간을 가로질러 중력을 거스를 수 없이 떨어져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 마치 유한한 인간은 삶을 거스르지 못하지만 서로 의지하면서도 서로의 생각이 충돌하고 생존을 위해 부딪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은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그것이 사는 것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이며 앞으로도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인 것이다. ● 생명은 충돌하며 살아간다. ■ 박노대
Vol.20210904h | 박노대展 / PARKNOHDAE / 朴魯大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