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소수빈_오채현_이지성_인터미디어Y_최진연
본 전시는 2021년 존중문화도시 도봉 조성사업의 기획전시입니다.
주최 / 도봉구청 주관 / 도봉문화재단 문화도시사무국 기획 / 김준희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월요일 휴관 코로나 방역상황에 따라 운영일정이 변동 될 수 있음 ▶ 관람예약
씨알방학간 서울 도봉구 도봉로 666 1,2층 Tel. 070.4159.9615 dbculturecity.org
이번 『탈주선(Line of flight)』展은 도봉문화재단 문화도시사무국에서 진행 중인 씨알방학간-파.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5인의 작가(소수빈, 오채현, 이지성, 인터미디어Y, 최진연)들로 구성된 기획전이다. ●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1929~)의 소설 『농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완성된 사람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놓는다. 그러나 그들은 허겁지겁 이런저런 형식과 모델들, 당시 유행하는 것, 자신들에게 맞는 것, 마음에 드는 것, 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 그리고 연기를 한다." ● 많은 사람들은 사회 속에 '나'이길 원하는 모습이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의 상당수는 쿤데라가 나열한 것들 같은 기성품, 소위 '연기'라고 표현한 행동들을 통해 묘사되는 것들이다. 한편, 이 프로젝트의 첫 단초를 제공했던, 영화 파고(Fargo, 1997)에서는 이런 '연기'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망쳐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악해 보이지만 어리석고 성급하며 종국엔 안타까울 지경인 상황들 속에, 이리저리 펼쳐진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본능, 의지는 또 다른 뉘앙스의 농담이다. ● 전시는 삶의 조건과 무의미한 행동의 존재가치, 나의 장소와 실존에 대한 광대한 이야기를 농담처럼 툭 던져놓는데서 시작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의 탈주(fuite) 개념에서 출발한 전시는 제목 『탈주선』처럼 반복되는 삶의 순환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 탈주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선(line)을 그려내고자 했다. 작가들이 구성한 각각의 공간은 저마다 우리가 몸을 맡긴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날 탈주지점들을 보여주고 연결되어 선을 만든다.
소수빈 작가의 작품은 식물을 통해 대변되는 삶의 조건에 대한 물음이다. 빛, 물, 흙을 통해 생장하는 식물과 그것이 없음에도 존재하는 인공식물들 사이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행동과의 관계에서도 달라지는 생명과 인공물의 차이를 통해 생존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최진연 작가의 방(전시실2)에는 몇 번을 두들긴 건지 가늠하기 어려운 철 덩어리와 종을 치는 듯한 소리, 그리고 휴대폰을 들이대면 나타나는 가상의 화면이라는 생소한 조합의 존재들이 놓여있다. 이 낯선 조합과 전시실 안 마치 기념비처럼 자리한 작품들 앞에서, 존재의 이유와 존재 가치의 당위성은 잊어보자.
전시실1에 구성된 오채현 작가, 인터미디어Y 작가가 만들어낸 '장소'는 자신(오채현)과 타인(인터미디어Y)으로 구분된다. 오채현 작가는 오랫동안 자신의 가족과 주변인이 종사해온 자수기술에서 출발하여, 천과 자수를 통한 '자신'의 방을 구성했다. 한편 인터미디어Y 작가는 도봉구에서 쓰임이 다해 버려진 창문들에 그 주소와 풍경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낯설게 마주한 누군가의 흔적으로 작가가 다시 그려낸 세상을 보여준다. 하나의 전시공간 안에서 두 작가의 서로 같은 듯 다른 작품들을 통해 안과 밖은 혼재되고 '나'와 '나 아닌 것'에 대한 경계도 모호해진다. 우리는 그곳에 서서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연기하는 삶과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 속에 내가 잃어버렸던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시간이 되길 바란다.
계단을 올라 2층에 위치한 이지성 작가의 전시공간은 삶의 경계에서 구조된 사람들과 구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기록하는 곳이다. 실존의 경계에서 달라진 삶의 모습이 인터뷰와 사진으로 기록된다. 그곳은 1, 2층의 차이만큼 서로 구분되는 곳이지만, 행동이라는 생(生)의 근거로 연결된다. 이 행동과 기록에 힘입어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이 전시를 통해 사회와 삶이 가둬둔 '나'가 구조되는 영광의 순간을 경험하길 기대한다. ● 그저 시작에 던진 한마디 농담일 수 있으나, 그것이 얼어붙은 세계를 녹일 수 있다. 각각의 대상들을 내 삶의 순간과 경험에 비추어 놓고 보면, 어느 순간 탈주는 시작된다. 탈주는 어떤 목적을 향해서도, 변증법적 발전의 과정도 아니다. 누군가에겐 확장과 파생의 순간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해방과 자유의 순간이. ●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 김준희
Vol.20210824e | 탈주선(Line of flight)-파.고 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