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오늘

UNEASY TODAY展   2021_0824 ▶ 2021_090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동형_김진규_김현일

기획 / 전희경

관람시간 / 10:00am~06:00pm

아트스페이스 이색 ART SPACE I:SAEK 서울 종로구 율곡로 49-4 Tel. +82.(0)2.722.8009 www.artspace-isaek.com instagram.com/artspace_isaek

2020년을 맞이하면서,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뭔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어릴 적 보았던 2020 우주의 원더 키디_키즈(세대)인 나에게 2020년은 특별히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이런 기대와 세상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 우리는 지금, 그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다. 코로나 19로 인해 기존 모든 삶의 방식과 그 삶을 받치고 있던 사회와 개인의 지지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우리의 생존이 다양한 각도에서 위협받으면서,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를 꿈꾸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사치인 현재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여의치 않게 길어진 코로나 19의 상황 속,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출발선을 준비하던 젊은 청년들은 그 출발의 카운트가 지루하게 미뤄지고, 언제 다시 출발선에 스타트 포지션으로 준비해야 하는지조차 의문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지금 여기 김현일, 김동형, 김진규 작가는 2020년 2월, 코로나 19와 함께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 수료한 작가들이다. 안 그래도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뻘(펄) 같은 미술계에 코로나 19와 함께 늪으로 던져진 그들은 그 존재의 불안이 무의식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체득되었을 것이다. ● 비단 미술계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젊은 혹은 그보다 덜 젊은 또는 젊지 않은 모든 이들이 각자의 '지금, 여기'에서 버티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19 (포스트라고 쓰지만, 포스트의 의미는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코로나 19를 공식적으로 종식 선언한다고 해서, 도화지에 선을 그은 듯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의 시간을 보면 본능적으로 생존에 대해 극단적으로 반응하거나(발악하거나) 혹은 무기력하거나(무반응이거나) 한다. ● 그래도 여기 주목할 만한 3명의 작가를 통해, 그들이 현시대를 느끼는 관점과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낸 시각 언어를 통해, 우리의 '불안한 오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봐야 하는 (살아나가야만 하는) 우리의 내일'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김현일_Flat depth_리넨에 아크릴채색_53×53cm_2021
김현일_Flat depth_리넨에 아크릴채색_53×53cm_2021
김현일_Flat depth_리넨에 아크릴채색_53×53cm_2021
김현일_Flat depth_리넨에 아크릴채색_91×91cm_2021
김현일_Flat depth_리넨에 아크릴채색_91×91cm_2021
김현일_Flat depth_리넨에 아크릴채색_91×91cm_2021

김현일 작가는 우리의 삶과 사회 속에서 느끼는 보이지 않는 인력과 척력의 힘을 모티브로 화면 위에 물성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묘한 균형 사이에서 그만의 독특한 회화적 특징을 보여준다. 그는 어느 새벽녘에 우연히 느낀 축축하고 습한 공기와 시끄러운 네온의 빛 그리고 고요했던 어둠, 그들 사이에서 완벽하지 않지만, 그 자체의 불완전한 균형감을 느꼈다. 그는 이런 극단의 불완전한 상태가 그 반대 극의 완전한 상태와 닿아있다고 느끼고, 이를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 그는 '평면과 입체의 중간인 인력과 척력이 공존하는 긴장감의 구김이 있는 면, 화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해체하고 확장하는 색과 어둠, 그것을 받아들이는 감각과 이성, 모두 잠재적인 불완전한 상태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하며, 이를 지지대 위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조화, 균형을 구김이 있는 질감과 경계 없는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동형_Equilibrium#200908.73_한지, 혼합재료_116.8×91cm_2020
김동형_Equilibrium#201124.79 (Re-touch ver.)_한지, 혼합재료_116.8×91cm_2021
김동형_Equilibrium#201126.80 (Re-touch ver.)_한지, 혼합재료_116.8×91cm_2021

김동형 작가는 그보다 조금 더 균형에 다가간다. 그는 인위와 자연의 균형에 대해 언급하며 하얀 화면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린다. 이미 흰색의 캔버스에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 '하얗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언급하는 채움과 비움의 관계에서 그 회화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그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고민해보기 위해 기존의 작품들을 하나, 둘씩 백색으로 덮기로 마음을 먹었고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겼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지우기 위해 하얗게 덮는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백색은 채워진 화면에서 무언가를 덜어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색인 것이다. 기존에 완성된(완성이라고 생각해왔던) 작품들을 지우기(비우기) 위해 백색으로 덮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백색으로 덮고 있는 행위들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는 경험적 질문을 통해, 그는 그리는 행위와 그것을 백색으로 지우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백색(채움과 비움에 대한)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그의 절제된 균형을 해답으로 작품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김진규_그 어디서나8_장지에 분채, 아크릴채색_150×200cm_2021
김진규_머무르듯 지나가는 23_장지에 분채, 아크릴채색_45.5×65.1cm_2021
김진규_머무르듯 지나가는 24_장지에 분채, 아크릴채색_45.5×65.1cm_2021
김진규_머무르듯 지나가는 25_장지에 분채, 아크릴채색_45.5×65.1cm_2021
김진규_머무르듯 지나가는 31_장지에 분채, 아크릴채색_65.1×90.9cm_2021

김진규 작가는 우리의 지금, 여기에 서서, 우리가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 곳을 향해 그의 독특한 시각언어로 다가올 내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추상적 터치와 구상적 내러티브가 공존하는 하나의 화면은 그려지는 대상으로서의 하늘, 구름이 아니라, 바라보는 주체로서의 위치, 즉 그 주체자의 관점과 시각이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한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그려진 그 지시적 대상(하늘 이미지)은 아마도 '우리가 보는 그것' 일 것이다. 그는 그려지는 대상을 통해 그것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자아를 일깨우고, 스스로 지각하게 한다. ● 또 그에게는 고정된 색은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상대적 경험과 감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내포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 가지 색으로 화면에 특정 부분을 칠하는 것이 아닌, 물감의 안료(분채)가 가지고 있는 가루의 특성을 화면 위에 고착시키면서, 유기적 세계에 어딘가 부유하다 잠시 멈춘 우리의 모습을 독특한 시각적 표현으로 보여주고 있다. ● 그는 '이로써 나의 자리는 모든 층에 있을 수 있다.'라고 하는데,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는 어느 층에도 없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고정적인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 아닌 흘러가는 구름, 바람, 빛 등을 그리는 그는 불안한 현실의 모든 층위에 있거나 혹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 불안하다. 그 불안의 기원을 단순히 코로나 19로부터 촉발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심리적이면서 사회적인 불안의 양상은 어찌 보면, 생물학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철학적인 문제의 영역일 수도 있다. 단순히 한 가지 원인에 의해서만 야기되지 않는다. 고대 히포크라테스부터 플라톤, 프로이트, 키에르케고르, 에히리 프롬 등 다양한 영역의 학자들이 언급한 불안은 우리 몸과 정신에 내재되어 있고, 개인과 그 시기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 긴 터널을 지나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내일 중 단 하나의 내일로 한 걸음 나가고자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디선가 묵묵히 각자의 길을 가고자 시작한 김현일, 김동형, 김진규 작가의 의연한 태도에서 조금은 불안한 오늘을 덜어내고,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내일로 함께 걸어 가본다. ■ 전희경

Vol.20210824d | 불안한 오늘-UNEASY TODAY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