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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블로그_jooleekang.blogspot.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예술작품창작지원 『수림아트랩 2021』 시각예술분야
주최,후원 / 수림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김희수아트센터 KIM HEE-SU ART CENTER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118 아트갤러리 Tel. +82.(0)2.962.7911 www.soorimcf.or.kr
그림자는 역전되었다. ● "우리는 서로의 욕망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살아남는다. 식물은 달콤함(과일), 아름다움(꽃), 황홀함(환각식물, 약초), 지배력(곡물)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자연 속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 인간이 '재배'하도록 만들었고 이로 인해 살아남은 것 뿐만 아니라 계속 변화하며 우리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첫 시작은 '변이'이나 '적응'을 거치면 또 다른 개체로 '분류'되고 이는 스스로 '존재'하게 된다." (강주리 작가노트 중) ● 처음 대면한 강주리 작가가 그린 드로잉 화면의 이미지, 그것은 기묘한 덩어리였다. 화면 속의 이미지는 꽃, 개구리, 곰, 산양, 곤충 등이 함께 그려진 괴석의 표면에 앉거나 기대거나 올라간 상태가 아닌, 녹아내려 서로 얽힌 듯 융합되고 뒤섞여 하나가 된(merged) 덩어리다. 강주리 작가가 그리고 있는 그것은 '선'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짧고 반복되는 직선들은 그 방향에 따라 면의 흐름을 잡고 모양을 형성하였다. 그렇게 특정 동물이나 무생물의 모양새를 조형해나가는 덩어리는 모종의 군집된 생명체처럼 혹은 뭉쳐진 에너지 덩어리처럼 그 모양새를 드러냈다. 작가노트를 통하여 그는 인간의 의지로 재배된 생물들이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인간의 욕망의 충돌에서 발현된 현상이라고 서술한다. 강주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점차 드로잉 형식으로부터 다른 표현형식으로의 적극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는데, 그가 스스로 언급해 온 '욕망에 의한 변이'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강주리의 작업은 이미 재료를 인식하는 단계에서 선으로 사물을 기술해 내는 '드로잉'의 표현형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기의 과정 속에서 신체의 감각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사용하는 종이는 지면과 손이 맞닿는 촉각의 감각을 수반한다. 펜 끝에서 종이 위로 새어 나오는 서걱거리는 소리, 화학약품 같은 달큰한 잉크의 향, 하얀 종이 위로 뭉쳤다가 쏟아지고 다시 풀어지다가 엇갈리는 수많은 선이 향하는 혼잡한 표면 등을 따라가다 보면 모종의 이미지에 도달하게 된다. 종이 표면을 지지체로 삼으며 손과 눈을 움직이고 신체의 감각을 따라가며 탄생한 뒤엉킨 이미지의 덩어리는 화려한 모양새를 형성하면서도 섬뜩한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그림의 대상이 된 꽃, 곤충, 각종 동물, 바위, 유리관 등은 단색의 짧은 직선들로 북적이는, 같은 표면 질감으로 묘사된다. 대상의 형상을 지시하되 그것이 가진 고유의 촉각적 질감을 삭제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지는 존재에의 욕망의 흔적으로서, 즉 그 최소화된 묘사의 과정 속에서 감각이 극대화된 그리기 행위의 실천으로부터 탄생하였다. 종이의 표면에서 혹은 공간을 향해 그려지기도, 그려진 것을 인쇄하여 서로 뒤섞기도 한 이미지들은 공간에 매달린 덩어리가 되기도 하였다. 이 혼재된 여기 저기 매달아놓은 덩어리는 결국 어떤 부분이 원본이고 어느 부분이 복제본인지 작가 스스로도 구분해내지 못하게 될 때까지 겹을 이루고 교차하며 엉켜서 작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요소들로 구축되면서 살아남았다. 이처럼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융합된 존재에 대한 고찰은 강주리가 다루는 표현형식 안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는 2021년 갤러리조선에서 선보인 개인전 『On Stand In Glass Under Cloth』에서 '지지체'에 해당하는 대상을 주요 소재로 삼았으며 이를 부각시키는 방법에 대한 몇 가지 연구를 제안하였다. 평면 작업은 좌대 위로 다층의 레이어를 형성하는 군집을 형성했다(On Stand, In Glass, 종이 판넬에 펜, 선반, 2021). 테이블 덮개의 기능과 그에 따른 형태를 박제한 형식의 오브제적 설치(Stand On, 크로쉐, 2021)와 영상 조명효과를 통하여 실체 없는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미디어 설치도 등장하였다(깃든,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닌, 유리돔, 고보, 2021). 또한 '비바리움(vivarium)'이라는 장식장 그림을 중심으로 전시공간에 평면 화면으로 벽에 부착하지 않고 더 큰 화면을 후면에 둔 레이어를 만들었다. 이 두 개의 프레임은 물이 담긴 유리박스 위로 배치함으로써 설치된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설치되었다(비바리움, 종이 판넬에 펜, 수조, 물, 2021).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비바리움'은 그 외관이 화려하고 곡선이 강조된, 그 어느 시대보다도 장식성이 도드라지는 가구이며 소유자는 이 가구 속에서 세상을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돌, 흙, 물 등과 함께 식물, 꽃, 새, 파충류, 물고기 등을 한꺼번에 넣어두고 관찰할 수 있는 장치이며 그 안에서 이들이 자라는 과정, 움직임, 생과 사를 축약하여 제공하는 살아있는 시청각 자료이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시각화된 세계에 매료되어 있는 듯 보이는 강주리 작가의 화면 속에는 또 하나의 장식장 중 하나인 '쉐도우 박스 Shadow Box'에 그려진 박제된 새들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쉐도우박스 안의 새 #1, 종이 판넬에 펜, 2021). 생동감 있는 새의 날개짓을 생생하게 박제한 장면이 그려진 이 그림 속에서도 역시 죽음과 삶, 프레임의 내부와 외부 등을 상호 동등한 혹은 상호 대치되는 시점이 표현되었다. 공간과의 평행선 상에서 구축된 특정 시간대를 소환할 수 있는 좌대를 제시하여 보다 적극적인 관람형식을 유도하는 조각적 설치 Not a Piece But the Whole (종이 주물, 2021)는 종이죽으로 장식 액자를 캐스팅함으로써 원본 해체와 재배열을 시도했다. 무엇인가의 지지체였던 액자로서의 기능을 가진 오브제는 작가의 손에서 조각난 파편들로 재현되어 관람객들에게 시간의 축을 마주하게 했던 것이다.
강주리는 이어서 8월에 진행되는 수림문화재단에서의 전시를 통해 앞선 개인전에서의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확장을 꾀하게 된다. 앞서 목격했듯이 특정 용도가 제거된 오브제는 표면의 질감과 형상만이 남겨진 채 그가 그려온 드로잉의 모습과 흡사하게 인식된다. 또한 이는 작업의 방법론 안에서 소화되는 경계 넘기 이외에도 시간성을 다루는 태도이기도 하다. 단색의 선과 하나의 질감으로 갈음하는 강주리의 묘사는 대상으로부터 일종의 허상, 혹은 '그림자'의 영역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실체를 대상화하는 과정에는 작가의 상상, 본체에 가해지는 변화 등이 작동한다. 동시에 강주리의 작업은 과거를 반추하며 시간의 균열을 일으키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강주리 특유의 드로잉에서 발현된 다양한 장르의 혼재된 공간과 보조체 혹은 지지체로서의 기능보다는 그 형상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것은 '주'와 '부'의 역전을 유도하는 방법이자 각자 다른 역할을 통해 성립된 구분을 무산시키고 경계 넘기를 시도하여 변화와 혼종을 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 제목 『꽃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핀다』라는 문구는 대상화되어 시선을 만족시키는 관습화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반전시키고 그 자체로 존재하는 주체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강주리의 작업 전반에는 부수적 장치로 인식되는 '장식성'이 지배한다. 이는 이전 작업방식에서도 지속해온, 이미지를 패턴으로 인식하게 하는 특유의 나열 방식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강주리의 장식적 요소는 주로 해외 여행과 무역의 시대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다양한 시각적 레퍼런스로부터 빌어오고 있다. 이는 특유의 화려한 곡선이 조합된 오브제들에 매료되어 당대의 장식적 요소들을 추출하고 가공하면서 공간을 채워 나가는 것을 즐기며 과거의 시간을 소환해 온 작가적 취미를 뒷받침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리본과 레이스를 소재로 삼아 문화적 사회적 기능을 삭제, 현 시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그 형식상의 다양성, 즉 재질, 두께, 꼬아지고 짜여지는 방법, 패턴 등 다양한 형태와 접고 휘고 묶는 방법에 따라, 혹은 끝을 자르고 정리하는 방법에 따라 개별 분류하고 나열 함으로써 각 개체별 온전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였다(The Study of Ribbons, 리본, 2021, The Study of Laces, 레이스, 2021).
드로잉이라는 한정된 문법으로부터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과정 안에서 강주리의 이미지는 공간을 떠다니는 환영처럼 드러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환영이 실체를 압도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조트롭(zoetrope: 초기단계의 애니메이션 기구)' 형식은 사물과 이미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움직임, 즉 시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이다(Wheel of Life, 혼합 매체, 2021). 여기서 발생하는 회전의 움직임은 이미지를 변화케하며 시각적 생동감을 만들어낸다. 강주리는 '이 새로운 시도로부터 유기체와 무기체의 구분없는 사고방식,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넘나듬, 실재와 환영 등 자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상징적 인식이 작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결국은 환영과 착시를 생성하며 그림자의 영역으로 귀결되더라도 이 전시 공간 속에서 받아들이는 자극을 온전히 만끽하며 우리의 눈은 또 다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또다른 시간대로 이끌리며 변화하는 인식의 교차를,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의 세계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김인선
Vol.20210819d | 강주리展 / KANGJOOLEE / 姜妵利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