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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1삼각산시민청 신진예술가 지원사업 『삼각산아트랩』
관람시간 / 09:00am~09:00pm /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삼각산시민청 Samgaksan Citizens Hall 서울 강북구 삼양로 595 2동 3층 시민청갤러리 Tel. +82.(0)2.900.4300 sg.seoulcitizenshall.kr
지난여름, 친구와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시인을 만났다. 시인은 우리에게 "쉽게 사랑하시길"이라는 문장을 적어주었다. 나는 그 후로 시인의 말을 아주 아주 오래 생각했다. 사랑한다는 건 뭘까, 세상에는 사랑이 있을까. 주문 같은 시인의 말에 홀려 신 대신 사랑을 지표 삼았다. ● 존 로크에 의하면 사랑의 경험이 '사랑'이라는 관념을 만들고, 관념은 다시 사랑에게 실체를 부여한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 닿은 손 너머로 아득한 뒤편을 헤아려보는 것, 당신을 쫓다 보면 내 시선이 향해있는 곳, 밤새 구불거리는 목소리로 소곤대는 다짐과 주문들. 사랑일지도 모른다 느꼈던 경험을 모았더니 사랑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것들은 모두 대상과는 별개로 내 안에서만 발견되기에, 사랑은 세상에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오직 우리 각자의 삶으로서만, 세상에 있음이 증명될 수 있다. 머리맡에 서툴게 기운 내 삶의 조각을 걸어두고 밤낮으로 속삭인다. '계속 증명해주세요, 사랑이 있음을.'
좀처럼 닿지 않는 사랑으로 다난했던 낮과 밤을 편지로 부쳤다. 꾹꾹 눌러 쓴 편지의 활자처럼 그림은 전시장 벽면을 타고 구불거린다. 화면 위의 부유하는 형상과 그림에 붙여진 이름들을 증거 삼아 그 시선을 따라가면 작업은 사랑을 추적하는 길잡이가 되고, 쉽게 사랑에 도달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 쉽게 사랑하기를, 2021. ■ 김민주
Vol.20210819b | 김민주展 / KIMMINJOO / 金玟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