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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세종갤러리 SEJONG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145 세종호텔 1층 Tel. +82.(0)2.3705.9021 www.sejonggallery.co.kr
최돈선의 예술인 탐방지도 -비밀의 방 ● 9. 구름우산을 쓴 소녀, 이완숙 조각가 ● 구름처럼 떠다니며 / '통속에 빠지지 않는' / 이완숙은 영원한 / 꿈속의 소녀다 / 입체적 형상 이끌려 미술 전공 / 유년시절 풍경이 작품활동 원천 / 소소한 일상 '눈뜸' 느껴지는 작품 / 절제 속 강렬한 메시지 던져 / 도내 가장 활발한 활동 입소문 / 묵묵한 진전 '현재진행형' 작가
흐린 날이었다. 사암리는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6월 초순의 하늘은 곧 비를 뿌릴 것 같았다. 길은 몹시 좁았다.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서로 눈치를 보다가 빈 공간을 찾으면 알아서 비켜주어야 했다. ● 간신히 조각가의 작업실을 찾아 마당에 들어섰을 때 인기척소리를 듣고 이완숙 조각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 환한 웃음을 머금은 순박한 시골아주머니였다. 수수한 작업복 차림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나 그 모습이 장독대의 초록수국처럼 풋풋하고 고왔다. ● 작업실 안엔 벽면 가득히 조각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앵글 칸칸이 인형 같은 조각품들로 빼곡했다. 200여 점은 족히 넘을 듯 싶었다. 앵글 칸막이엔 들어갈 수 없는 큰 것들과 아직 작업 중인 작품들이 바닥에 서있거나 앵글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층계를 오르면 소작업실이 있고 작품들이 역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층에서 내려다보니 온갖 군상들이 제가끔 독특한 포즈를 취한 채 세잔의 정물처럼 고요의 물결에 잠겨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숙연하게 했을까. 그들을 빚은 조각가에게 기도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마당으로 나갔다. 느티나무와 키 작은 나무들이 대충 울타리 역할을 하는 채마 밭엔 고추와 갓,감자,머위,가지가 파릇이 자라고 있었다. 민들레가 지천이었다. 집 둘레로 20여 점의 조각품들이 수호신처럼 점점이 놓여 있었다. ● 작업실 안으로 들어와 이완숙 조각가가 끓여준 커피를 막 마시려는 순간,밖에선 기다렸다는 듯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흐릿한 작은 뙤창으로 비가 뿌려 빗줄기가 흘러내렸다. 우린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셨다. 이완숙 조각가의 이야기는 빗소리에 잠겨 축축이 젖어 들거나,빗소리와 한데 섞여 쇼팽의 피아노소리처럼 통통 튀었다. ● 작업과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어린 시절 이야기,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작품에 대한 세세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 저는 작품을 할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해요. 스케치의 모양에 따라 뼈대를 만드는데 그 위에 흙을 붙여 원하는 형상을 빚어요. 그 형상에 석고로 틀을 떠내어 합성수지를 붓습니다. 합성수지가 굳으면 세밀하게 다듬어요. 그 원형의 조각품에다 아크릴 칼라를 채색한 후 광택제를 바르고 건조하여 완성합니다. 시멘트 작업도 다르지 않아요. 단 몇 마디의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만 그 신고(辛苦)의 과정은 오로지 작가의 몫이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림을 손에 놓지 않았다.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조소를 전공하게 된 것은 입체적인 형상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릴 적 풍경이 늘 자리하고 있던 탓이기도 했다. 홍천 갈마곡리에서 태어났지만,아버지 직장 일로 동두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내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강둑에 피어있는 달맞이꽃,땅위로 기어 다니는 땅강아지,논둑 가장자리의 키 큰 미루나무,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려있는 구름들,이 아름다운 유년시절의 풍경들은 이완숙 작가의 가장 근원적인 원천이라 할 수 있다. ● 그래서 그는 구름우산을 쓴 유년을 늘 그리워한다. 풍성한 몸매의 여인은 그 그리움으로 하여 몸이 부풀고,풍선처럼 가벼워지는지도 모른다. ● 완숙 작가는 구름처럼 떠다니면서 손을 이마에 대고 세상 곳곳을 두루 내려다본다. 그니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착륙할 수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집과 서쪽으로 난 창이 있는 집은 모두 그니가 만들어낸 집이다. 그 집에서 오른손엔 붉은 장미꽃을,왼팔엔 손가방을 걸친 연두색 원피스의 풍성한 여인이 바로 이완숙이다. ● 그니의 작품은 디테일하지 않다. 불필요한 부분들이 생략된 단순한 구성물로 되어 있다. 아예 입술도 눈도 과감히 생략한 작품들이 많다. 절제되고 불순물을 제거한 듯한 이 작품들이 놀랍게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게 되는 이유는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눈뜸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한국인의 정서이다. 정이 듬뿍 느껴지는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완숙 조각을 보면 문득 보테로의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화단은 풍만한 양감을 통한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켰다며 라틴계의 보테로 그림을 극찬했는데,그의 그림은 이완숙 조각가의 양감과 피상적으로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 질감에는 평면과 입체적 차이뿐만 아니라 작가가 내면에 투영하고자 하는 모티브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보테로에서는 화려한 색채와 인간의 천태만상을 적시하여 풍자하지만,이완숙의 조각에선 단순 질박한 양감과 소소한 일상의 여유와 풍미가 느껴진다. 보테로의 외형적인 드러남보다 이완숙이 그리는 내면의 깊어짐은 일상을 표현하는 특징적 측면에서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 이완숙은 다작과 끊임없는 전시를 통해 지금도 우리들과 만난다. 2004년부터 9회의 개인전과 11회의 부스전을 가졌다. 이것만 보아도 이 작가가 얼마나 활발히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완숙 작가의 전시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화젯거리를 제공한다. 그니의 작품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이웃이고 소곤거림이고 꿈꾸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게다가 단체전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그만큼 적극적이고 예술가로서 소통능력도 매우 두텁다. 춘천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조각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것은 그냥 떠도는 소문이 아니다. 또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지도하고 재료비를 벌어 작업에 매진하는 일. 그 일은 전업작가로서 힘든 일이지만 그니는 묵묵히 그 일을 해내고 있다. ● 아오는 길은 천둥이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작동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 폭우 속에서 이완숙 조각가는 어떤 사념에 잠겨 있을지 가늠할 순 없다. 다만 그니는 도시의 한 외곽에서 조용히 다가올 무엇인가를 꿈꾸듯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풍만한 중년여자가 꾸는 꿈. 그것은 미술평론가 정현경의 말처럼,'결코 관념에 흐르거나 통속에 빠지지 않는' 소소한 일상의 단순미를 의미할 것이다. 그래서 이완숙 조각가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 최돈선
Vol.20210817b | 이완숙展 / LEEWAEONSUK / 李完淑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