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인 GALLERY IN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Tel. +82.(0)10.9017.2016 @_innsinn_
『가이드 마크』는 종이에 잉크로 글씨를 입히기 전, 희미한 선을 그어 미리 연습해보는 행위를 일컫는다. 보다 정확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초기 그리스인들은 드로잉이 비로소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으로부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머릿속으로 떠올린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 우리의 손과 눈동자는 미리 입혀진 옅은 가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여왔다. ● 이번 전시에서 세 명의 작가는 자신이 연필과 펜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각자의 "가이드 마크"가 작업 안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예비적인 착상의 기록과 균형 있는 화면의 구성 사이를 탐험하며 축적된 점,선,면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필의 흑연과 검은 펜의 잉크는 세 작가가 그어내고, 입혀내고, 녹여내는 행위를 통해 각각 다른 색과 형을 가진 결과물로 나타난다. ● 작가들은 주로 스케치 작업 용도로 사용되던 연필과 펜이 완결된 작업의 형태로 나오기까지 각자의 화면 안에서 어떤 '사건'을 지나치고, 변화하는지 질문한다. 단순한 선으로부터 시작해 켜켜이 쌓아올린 드로잉들은 세 작가의 지침서이면서, 삶의 흔적을 드러내주는 일종의 부호이기도 하다. 일견 '무채색'으로 인지되어 온 흑백 드로잉들이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쳐 온 작가들을 관통하며 작업 안에서 어떤 빛깔을 지니게 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박미라 작가 ● 1. 펜으로 작업을 한다 ●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펜으로 끄적거리는 습관은 자연스럽게 빈 종이를 채워가는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펜은 흰 종이의 색과 가장 대비되는 블랙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쌓아가는데 가장 적합한 재료이다.
2. 근작의 소재들은 어디에서 왔나? ● 최근의 작업은 감정을 결정시켜주는 요인들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요인들로 형성되었는지 집요하게 찾아보고 기록한다. 대부분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여기지만 이러한 감정이 사회의 맥락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치부되고 해석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3. 최근의 화두,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 감정을 변화시키는 일상적 요인 중 하나인 날씨와 감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여름 길었던 장마기간을 겪으며 경험 했던 계절에 감각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중이다.
이지영 작가 ● 1. 연필로 작업을 한다 ● 작품은 대부분 연필드로잉이다. 세밀한 부분의 묘사는 옅으면서 단단한 2H 연필을 사용하고 검게 칠한 부분의 묘사는 진하면서 부드러운 2B, 3B 연필을 사용한다. 별도의 스케치는 없으며 생각하는 것을 바로 화면에 그려가는 형식을 취한다. 그림을 크게 방해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림에 사용된 모든 선을 남겨두는 편이다. 그림의 한 화면 안에 그림을 그리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행위가 담기기를 원한다. 가는 연필 선의 아주 연약하고 섬세한 특성과 그것들이 쌓여 만들어내는 광물성 단단함이 내게는 참 매력적이다.
2. 근작의 소재들은 어디에서 왔나? ● 어쩌면 '인생은 역할의 나열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역할극, 무대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맡은 수많은 역할을 행하는 과정에서 견고해진다. 그리고 그 수많은 역할이 모여 '나'라는 인생을 만든다. 삶이라는 것을 역할극, 끝나지 않는 무대에 비유해서 풀어내고 싶었다.
3. 최근의 화두,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 최근에는 '집'이라는 것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겉모습은 다들 비슷하지만, 그 속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닌 집이,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경험들을 지닌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까지의 그림들이 인물과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서 무언가 삶에 관하여 이야기했다면,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집만으로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형태의 그림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임선구 작가 ● 1. 연필로 작업을 한다 ● 종이와 연필을 기반으로 드로잉을 진행하고 있다. 방향이 없는 텅 빈 화면안에서 "흑연이 종이 표면에 안착되는 방법"들에 집중한다.
2. 근작의 소재들은 어디에서 왔나? ● 주로 개인적 경험에서 부서져 나온 이미지들을 엮어 화면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4점, 3점, 3점의 드로잉 시리즈들을 제작했다. 각 시리즈가 하나의 공간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서로 다른 장면들을 품고 있다.
3. 최근의 화두,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 종이 드로잉의 운동성과 양가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려진 것들을 다시 오려 콜라주하고, 삶의 언저리를 굴러 다니던 돌멩이들을 가져오기도 한다. 종이와 연필이 거름망이 되어 또 다른 앙금들이 축적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가이드 마크
Vol.20210813c | 가이드 마크 GUIDE MARK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