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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성북구_SH서울주택도시공사_성북문화재단_이웃집예술가
관람시간 / 12,13일_02:00pm~07:00pm / 14,15일_12:00pm~07:00pm
장위동 빈집 219-330 서울 성북구 장위로15길 80-24 (장위동 219-330번지) Tel. +82.0507.1338.2771
전시 『Nonlinear Narratives』는 재개발로 인해 떠난 사람들 뒤에 남은 빈집과 도시공간에 의한 '서사'다. 빈집 곳곳에 기록된 흔적과 장위동 지역의 이미지 조각들, 서울의 어느 공간에서 채집한 모습들과 주변음을 비선형적으로 엮어내 비선형 서사를 만든다. 옛 거주자의 공간은 이 서사로 채워지는데 이 일련의 작업은 그 공간이 보유한 삶의 기억과 역사를 상기시키고 가치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이는 빈집이 갖은 역사를 바라보는 나의 연민이며 성공과 개발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려는 또 다른 시도이다. ■ 유지영
욕망의 공간에 남기는 균열로서의 기억 - 전시 『비선형 서사』에 대하여 ● 프랑스의 도시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공간 속에서 그리고 자신이 생산하는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반사하며 굴절한다."고 말한다. 모든 생명은 자신이 생산하는 공간과 함께 고려될 때에만 존재 이유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공간이라도 동질적일 수 없으며 어떤 공간이든 무언가의 몸과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르페브르가 지적하듯 현대의 도시공간은 그런 이질성이 배제되는 곳이다. 그곳은 매우 혼란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비슷비슷한데 우리의 도시, 특히 서울은 이런 불편한 동질성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전시가 열리는 지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뜨거운 8월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또 있으니 몇 년째 펄펄 끓고 있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집값이다. 언제부터인가 누구나 집값에 대해 얘기하고, 집이 있든 없든 집값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사람들은 화를 낸다. 사실 집, 그보다는 '부동산'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이 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이후로 이 문제는 늘 화두였다. 이처럼 집 문제가 평생의 숙제처럼 되어 버린, 또한 집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부동산과 재테크 문제로 귀결되어 버리는 사회 속에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곳인지, 공간과 우리 삶의 관계는 무엇인지 등의 보다 근원적인 질문은 도무지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작가 유지영의 전시 『비선형 서사』는, 바로 그 때문에 시의적절하다. 집은 무엇인지, 도시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개발과 재개발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일상의 공간인 집에 대한 기억과 기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의 질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의 재개발 구역 중 하나인 장위동에 소재한 낡은 빈집에서 이루어진다. 작품만이 아니라 전시 공간 자체가 중요한 주제 체험의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빈집이 주는 괴괴함 속에서 마주치는 이곳의 퇴락한 현관과 창고, 이끼 낀 계단은 한때 흔했던 '단독 주택'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살다 떠난 그 집은 곧 개발이 될 것이고 아마도 그곳엔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작품 「포크레인」은 이처럼 끝없이 건물을 허물고 짓는 과정을 사진과 비디오 영상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부수다 만 건물 폐허에 놓인 움직이지 않는 포크레인, 반쯤 파괴된 건물이 점점 입자로 변해 천천히 흩어지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초현실주의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며, 무심코 지나치던 공사 현장에 잠시 발이 묶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관객을 현실로 돌려놓는 것은 작품 말미에 더빙되는 재개발 구역 조합 차량의 코멘트다. "우리의 꿈을 이룹시다!!", "우리의 재산 우리가 지킵시다!!"... 웅얼거리는 듯한 확성기 소리는 그 단조로운 음조를 통해 '개발의 목적'과 거기 담긴 노골적인 욕망을 반복해서 외친다. 그리고 욕망은 모든 것을 압도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철거 중인 건물 역시 장위동 10구역에 소재한 것으로, 빠듯한 공기 속에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공사는 곧 재개될 것이고 철거 건물 뒤편에 보이는 것보다 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질식」이 보여주듯 우리의 도시는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의 압축 성장을 통해 끊임없이 공간 재개발 과정을 반복해 왔다. 산의 흐름을 가리지 않던 낮은 담장의 집들은 더 견고한 벽을 가진 현대식 건물로 바뀌고 이윽고 그 모든 건물들은 끝없이 치솟은 아파트 군단으로 변모한다. 어지럽게 솟구치는 마천루의 거친 리듬이 보여주는 것 역시 채울 수 없는 허기 같은 욕망이다. 그리고 그런 욕망을 향해 숨 가쁘게 내닫는 사람들의 모습은 「건널목」에서 그려진다. 사람이 나타나는 유일한 작품인 이 짧은 비디오 영상은 횡단보도에서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의 모습을 시간 조작과 반복 재생을 통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표현한다.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가위에 눌린 듯 계속 붙잡히는 답답함은 솔라리제이션 기법으로 처리한 흑백 화면과 도시의 불쾌한 소음을 닮은 사운드 효과로 증폭된다. 이는, 오히려 '잠시 멈춤'도 허용되지 않는 직장인들의 일상에 대한 은유로 다가온다.
이처럼 작가가 바라보는 서울, 혹은 도시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이 스미거나 고이지 못하고 끝없이 흩어져 버리는, 과거 없는 현재의 단편들일 뿐이다. 작가는 우리 도시의 이런 풍경이 형성된 뿌리를 근대 식민지 경험의 역사에서 찾는다. 어쩌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겪어야 했던 역사의 상흔이 우리의 무의식에 더 빠르고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를 최고의 미덕으로 남도록 한 것은 아닐까. 또한 이는 일종의 남근 숭배적 경향으로 표출되어 개발과 이윤 추구라는 한 방향으로 모두가 달려가도록 한 것은 아닐까.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개발의 역사 자체를, 식민지 시대에 억압되었던 남성주의가 더 강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다시 세워지는 과정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질주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집은 내 일상이 새겨지고 쌓이는 곳이기도 하다는 당연한 말을 꺼내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우리와 공간의 관계는 왜곡되어 있지만, 우리가 저마다 가지고 있을 집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기록될 가치와 필요가 있음을 작가는 보여준다. 전시 공간인 집의 외관이 그려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작품 「빈집」은, 실루엣이 흐려졌다 선명해지는 방식을 통해 집에 대한 기억의 효과를 보여준다. 사라져 버린 집에 대한 기억은 이처럼 사진보다 선명할 수 있다. 장위동 15구역의 골목길을 보여주는 작품 「길」 역시 공간과 기억에 대한 스케치다. 실사를 조작하여 마치 판화 같은 이미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실재하는 것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기억의 산물일 것이다. 빈집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것은 작품 「창」이라 할 수 있다. 전시 공간 중 일부인 방의 창에 투사되는 이 작품은 소소하면서도 서정적인 사진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갈라진 콘크리트 벽의 틈, 미세한 균열이 일어난 바닥, 그런 틈새에서 자라는 풀잎들, 오래된 타일, 나무등걸, 담 너머로 보이는 건너편 집의 창문들, 그리고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는 여린 풀줄기... 이 모두는 빈집의 부분들이다. 어쩌면 그 집에 살았던 누군가의 시선이 가 닿았을, 별것 아닌 그 풍경들은 사람들과 함께 엉켜 왔던 이 공간의 파편들이자 집과 사람들이 함께 지나온 시간의 흔적들이다. 작가는 쭈그리고 앉아 천천히 보아야 보였을 그 이미지들을 조심스럽게 모아 구성한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시선은 빈집의 괴괴함을 따뜻함으로 바꾼다. ● 르페브르는 우리가 결국 복원해야 할 공간의 특성에 대해 "지하세계의 것, 측면적인 것, 부수적인 것, 미로처럼 복잡한 것, 그리고 어쩌면 자궁적인 것, 여성적인 것"이라 말한다. 그것은 우뚝 솟은 마천루의 직선이 파괴해 버린 곡선이자 잉여 가치를 추구하는 자본의 시대에 지워지는 이질적 공간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모든 공간은 무언가의 몸과 얽힐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몸은 그 자체로 공간이자, 어떤 욕망도 우리의 몸이 지닌 자연스러운 곡선을 어찌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곡선을 닮은, 미로와도 같은 공간이야말로 결국 우리가 지향하고 꿈꾸어야 할 곳임을 전시 『비선형 서사』는 보여준다. ■ 최소영
Vol.20210812b | 유지영展 / Ji Young Jerry Yoo / 兪志姈 / media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