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E1 전시실 Tel. +82.(0)32.760.1000 www.inartplatform.kr @incheonartplatform www.youtube.com/incheonartplatform
동백에 대한 사유로 피어난 작가의 새로운 모습 ● 작가 이현주에게 동백은 아름다움이나 향기로움으로 다가오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작가가 작품으로 표현하는 대상의 의미와 가치는 주체의 의식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앞에 놓인 존재 또는 대상은 하나의 공간을 차지하며 스쳐 지나가는 공허한 몸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깨어 있는 작가의 의식이 존재나 대상 속으로 스며들어 진실한 교감이 이루어질 때 표현대상은 스스로 문을 열고 자신의 의미와 본질을 드러내며 주체와 서로 소통하게 된다. 작가 이현주의 동백과의 관계 지향성은 동백에 대한 사유를 통해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 및 주변에 대한 관심과 성찰을 표현하고 있다. ● 동백의 꽃말은 절조와 애타는 사랑, 신중함, 청렴결백함, 겸손 등의 의미가 있는데, 빨강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흰색은 '비밀스러운 사랑'이고, 동백나무는 '매력'이라고 한다. '신중, 허세 부리지 않음, 진실한 사랑, 청렴, 절조, 겸손한 마음,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꽃말은 작가 이현주의 예술에 대한 마음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선물이 꽃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상적이고 친근한 아름다운 이미지로 각인된 채 마음속에서 다양한 의미로 피고 지는 것이 꽃이다.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삶의 의욕과 기쁨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무슨 꽃으로 문지른 가슴이기에'라는 시의 구절처럼 가슴 속 깊이 아무도 모르게 꽃무덤을 만들고 오래도록 눈물짓고 한숨 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 이현주의 동백에 대한 인식은 이러한 서정성을 뛰어넘어 자연의 질서와 변화 속에서 피고 지는 꽃의 생명현상에 대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신을 비롯한 인간의 삶과 죽음, 희로애락 등의 철학적 성찰을 동반한 인식의 지평으로 확산되어 피어난다. 이러한 철학적 성찰에 기반을 둔 인식의 변화는 창작의 일과 일상적 삶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자각으로 발전하면서, 꽃이라는 소재가 지닌 전통적인 진부한 상징성을 뛰어넘어 당당한 작가로서의 삶의 본질에 대한 관조와 탐구로 승화되고 있다. 작업과 삶 속에서 보다 궁극적인 의미와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작가 이현주의 잔잔한 깨달음의 산물들이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을 피워내고 있다.
인내와 기다림을 상징하는 동백은 한국 근현대의 역사에서 시대를 앞선 지성의 안타까운 고뇌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한 민중의 절규와 아픔을 함께 지켜본 좌절과 희망의 역사성을 담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과 혜장선사,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가 차를 나누며 거닐던 백련사의 동백숲, 동학혁명의 함성이 깃든 고창 선운사의 동백, 추사의 유배생활과 4.3 항쟁의 피맺힌 절규를 말없이 지켜본 제주도의 애기동백, 해방 직후 여수와 순천의 동족상잔의 아픔을 지켜본 여수 오동도의 동백은 꽃이 질 때 더욱 꼿꼿하며 아름다운 우리 민족이 겪은 좌절과 희망의 역사를 아로새긴 이정표의 의미가 담긴 꽃이다. ● 작가 이현주는 동백의 이러한 시대적 역사성을 자신의 개인적 역사성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소외되고 핍박받으면서도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던 각성한 지성과 민중의 안타까운 모습을 동백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면서 작가로서 성숙하지 못했던 무지함과 부끄러움이 자신의 본래 모습임을 스스로 깨달으며 그 부족함조차도 사랑하며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이현주의 당당한 작가적 열정과 고집은 젊은 작가들이 지켜야 할 소중한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 초현실주의와 사실적 구상 작업이 교차하는 가운데 설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공단계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자신감이 결여된 시행착오를 겪으며 머뭇거리고 있음도 눈에 띄는데 빠른 시일 안에 자신만의 형식적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한 형식실험이 아닌 내면적 각성을 통한 의식 변화를 이룰 때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다양성의 추구가 아닌 감동을 주는 스펙트럼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그림은 그림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가장 은밀한 것이 잘 드러난다.'는 말처럼 작가 이현주가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자신만의 형식적 패러다임으로 창조한 동백 속에 감춰둔 진실하면서도 은밀한 메타포를 표현할 때 그 진실의 위대함을 통해 가슴을 울리는 감동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인 김춘수님이 노래하듯 이현주의 동백 그림 앞에서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꽃」의 시 구절처럼 작품 앞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자신을 위해 노력하며 발전하는 작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안영길
Vol.20210809b | 이현주展 / LEEHYUNJOO / 李賢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