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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손정은
주최,후원 / 성북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6:00pm
장위동 빈집 219-330 서울 성북구 장위로15길 80-24 (장위동 219-330번지) Tel. +82.0507.1338.2771
『빈 집-예술가 유령』은 도시의 재개발 붐 속에서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의 경계에 놓여있는 장위동 219-330번지 빈집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거주지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청년 예술가, 나이 들어 잊혀진 유령 예술가, 낡은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은 집주인, 사기꾼 부동산 업자의 짧은 에피소드가 예술가 유령들을 통해 전달된다. 여기에서 유령이란, "이름뿐이고 실제는 없는 것"이라는 유령의 사전적 의미와, "프네우마(Pneuma)"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이야기는 장위동 언덕에 있는 어느 낡은 단독주택에 예술가 유령들이 살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시작된다. 예술가 유령들은 도시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쫒겨나 떠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장위동의 빈 집 한 채를 발견하고 그 곳을 터전으로 삼는다. 장위동219-330번지의 빈집은 예술가 유령의 시선에 의해 묘사가 되는데, 유령들에게 빈집이란 재개발 이슈와 관련한 자본주의의 상징이 아니다. 빈집은 과거의 기억과 흔적을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작은 정원을 가진 장소이다.
"빈집-예술가 유령"에는 두 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한 명은 나이 들어 고립된 예술가이다. 그녀는 젊은 시절 한 때 알려지기도 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잊혀졌다. 잊혀진다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녀는 가난 속에서 다락방에 처박혀 계속 그림을 그리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를 알아봐 주지도, 기억해주지도, 작가로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그녀는 이제 "유령 예술가"가 되었다. ● 다른 한 명은 빈집에 이사 온 청년 예술가이다. 그는 집도, 작업실도 없다. 그에게 부동산이란 소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거주할 장소를 찾아 떠돌이 생활을 해야만 하는 그는, 잠시 거주할 수 있는 땅이 주어지면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짓고 창작을 이어간다. 장위동 219-330번지 빈집은 그에게 임시 창작 스튜디오이자 미술관이자 집이다.
빈집을 소유하고 있는 집주인은 자신의 집이 재개발 지역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낡은 단독주택을 팔고 싶지만, 그것을 팔아도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수완 좋은 부동산 업자를 찾는다. 집주인의 내러티브에는 대도시, 특히 서울의 부동산을 둘러싼 보통 사람들의 욕망이 드러난다. ● 빈집을 높은 가격에 팔아주겠다고 약속한 부동산업자는 임장을 온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데, 여기에서 예술은 부동산 가치를 높여주는 장식품일 뿐이다. 부동산 업자는 예술에 대해 모순된 두 가지 관점을 갖는데, 상품으로서의 예술의 가치는 땅값을 올리는데 기여를 하지만, 정작 예술가들은 현실감각 없는 무능한 가난뱅이들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업자의 시선은 예술과 예술가들이 처한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다. ● 이러한 각각의 사연들 속에서, 청년과 예술가 유령들은 빈집에 머무는 동안 작은 전시회를 열기로 결심한다. 청년의 전시를 보러 와준 관객들은 예술가 유령들과 함께 빈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창작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일주일 간의 축제같은 전시회가 끝난 후 청년은 이삿짐을 싸고, 빈집이 곧 재건축 된다는 경고와 함께 다시 쫓겨나게 된 예술가 유령들은 청년예술가와 함께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온라인 전시와 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연 『빈집-예술가 유령』은 예술가와 예술이 처한 현실을 블랙유머로 보여준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는 생활고를 겪고, 일부 운이 좋은 젊은 작가들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받지만, 그러한 지원도 나이가 들면 모두 끊기고, 많은 작가들은 예술을 그만두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낯선, 소수의 취향인 것에 반해,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내 집 장만, 부동산 투기 심리는 훨씬 깊숙이 삶 속으로 침투한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빈 집-예술가 유령"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기획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창작이라는 행위를 지속해나가는 예술가들을 통한 희망"에 관한 것이다. "빈 집-예술가 유령"에 등장하는 청년 예술가는, 예술에 대한 열의 하나만으로 하루 하루를 버틴다. 그에게는 작가로서의 현실적인 부나 명예도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며, 제도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도 덧없게 여겨진다. 그러나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어쩌면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거품과 같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해도, 지금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청년 예술가처럼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고, 표현을 한다. 현실적인 삶에서의 보상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예술가들로 하여금 그리고, 만들고, 춤 추고, 노래하게 하는가?
"빈 집-예술가 유령"은 장위동 빈 집을 예술의 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성원선 기획의 "모두의 집"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빈 집은 제도적으로 잘 갖추어진 미술관도 아니며,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화이트 큐브 갤러리도 아니다. 작가는 "왜 굳이 빈 집에서 전시를 하는가?" "전시 이후에 얻게 될 작가로서의 성취는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빈 집-예술가 유령"은 장위동 빈 집이라는 장소가 주어졌기에 가능했던 기획이었으며, 자본, 정치, 제도의 경계 위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예술의 현실적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이라는 행위를 지속하는 예술가들의 삶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빈 집-예술가 유령"은 장위동 219-330번지에서, 특정 기간 동안만 존재했던 작품으로서, 온라인 전시로 운영되었던 인스타그램은 전시의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그러나 빈 집에 드나들던 청년 예술가, 유령 예술가, 집 주인, 부동산업자, 예술가 유령들은 "유령처럼 존재했다가 유령처럼 사라졌다".
"빈 집-예술가 유령" 기획을 만들 수 있도록 장위동 빈 집을 예술의 장소로 제공해주신 성북문화재단과 모두의 집 기획자 성원선 씨에게 감사를 드린다. ■ 손정은
Vol.20210807d | 빈 집-예술가 유령-손정은+조한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