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2021 : 지구표류기

6월민주항쟁 34년 기념展   2021_0807 ▶ 2021_0829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6월민주항쟁 34년 기념展 섹션2 『민중미술의 현장 : 식민지구 2021-#코로나그램』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는 지구예술가들의 발언 21편

주최 /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주관 / 민주공원_부산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_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민주공원 Democracy Park 부산시 중구 민주공원길 19 (영주동 산 10-16번지) 기획전시실 Tel. +82.(0)51.790.7414 www.demopark.or.kr

'민중미술전'은 2013년부터 시작하여 2021년 올해까지 아홉 번째 열리고 있다. 민주공원이 들어서 있는 부산 원도심과 부산 지역 전시공간으로 확대하여 열리기도 하였다. 해마다 열리는 민중미술 주제 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 올해는 두 개의 전시섹션으로 이루어진다. ● 섹션① 민중미술가열전 Ⅵ 이인철 (6/10-7/25,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은 민중미술가를 재조명하는 프로젝트이다. 앞서서 홍성담, 박불똥, 노원희, 故 양호규, 박경효, 다섯 민중미술가열전이 열렸고 올해 부산에사 나고 자란 이인철 작가를 열전의 여섯 번째 작가로 모시게 되었다. 이인철의 판화는 다른 민중미술 판화가들과 아주 다른 결을 보여준다. 판화가 이인철이 디지털 매체인 컴퓨터그래픽으로 갈아타는 징검다리에 이 작품이 놓여 있다. 사람목숨 이인철은 제 꼴리는대로 그림목숨을 만들어 제 스스로 갈래가 된 작가이다. 이인철 전에 이인철 없고 이인철 후에 이인철은 없을 것이다. ● 섹션② 민중미술의 현장, 식민지구 2021 - #코로나그램 (8/7-8/29,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은 생태, 환경 주제 순회전시이다. 민중미술이 다루는 현실의 첨예한 문제를 미적으로 조망하는 전시이다. 부산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의 주관으로 작가 26명이 참여한다.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는 지구예술가들의 발언 21편을 담았다. 식민지구 2021 부산 전시는 9월 울산 전시로 이어진다. ● 빛무리가 온누리를 덮쳐 사람들의 입과 코를 막았다. 사람들은 네발로 기던 때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두발로 서면서 빚어놓은 문명의 원근에서 길을 잃었다. 현실은 춤춘다. 그리하여 미술은 말한다. 그것이 민중미술의 태도이며 숙명이다. 여전히 민중미술은 예술사조, 예술행동, 이념과 형식 따위를 안고 넘으며 비추이는 배채법이며 숨어서 드러내는 이면이며 몽골몽골 피어오르는 조짐이다. 우리 조짐은 이어져 있다. ■ 신용철

식민지구 2021 - #코로나그램 ● 2020년 2월 창궐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다. 초반만 해도 물량 부족으로 대란이라 할 만큼 구하기 힘들었던 마스크도 이제는 공급이 원활해졌고, 길거리나 버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이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회식이나 단체 모임이 사라지고 자택근무가 낯설지 않게 되었으며, 실내 헬스장이나 수영장 대신 홈트(홈트레이닝)용 운동기구나 콘솔용 게임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와 택시 대신 개인 이동수단(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등)으로 바뀌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학교의 수업은 기존의 대면 방식과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수업방식을 혼합으로 적용한지 오래이다. 코로나 집콕으로 인해 집에서의 가족끼리 생활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잦은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민원의 수도 2배 증가하고, 가정불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웃지 못할 소리도 들리곤 한다. WC(With Covid-19)의 삶 속에 불편한 동거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 이에 수많은 관련 에피소드들이 SNS를 타고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속에는 훈훈한 미담도 있고 모두의 공분을 살만한 얌체족들의 모습도 보인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대처방식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 정부를 탓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기저기 속해 있지 않아 마냥 손해만 보고 있다고 탄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이런 국면에 닥쳐 있지 않은가. 장점과 단점이 있고 잘함과 못함이 있으며 칭찬 받는 사람이 있고 질타 받는 사람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그러했다. 어느덧 코로나 사태 역시 우리의 일상에 이미 깊숙이 자리잡고 있고, 그 일상의 기록들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사태를 짚어보며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코로나에 대한 생각을 펼쳐 보이려 한다. 우리들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상에 대한 직접 경험담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려 한다. 우리 그림마당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 작년 가을 울산 민미협은 '2020년 식민지구-BC(Before Covid-19) & AC(After Covid-19) : Welcome to virus'전을 기획한 적이 있다. 당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국 보다 편하고, 빠르고, 풍족한 삶을 찾기 위한 인간 욕망의 산물이라 규정짓고, 그동안 지구생명에 끼친 수많은 피해에 대해 다시 지구생명 스스로가 심판을 한다는 의도를 담은 전시였다. 사람들의 안타까움 보다는 자연이, 지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 하는 전시였다. 이제는 지금의 사태를 겪고 있는 인간에게 촛점을 두려고 한다. 너무도 바뀌어 버린 지난 1년의 생활패턴과 사람들의 생각들, SNS를 통해 올라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이 시대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독특하고 강렬한 삶의 표현방식이 되었다.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슬기롭게 위기를 대처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변화된 지금의 삶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현명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 보려 한다. 작가들은 스스로가 겪은 이야기보따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듯 코로나그램을 통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에서부터 우리들은 언제나 그랬듯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그리게 될 것이다. ■ 식민지구 2021 - #코로나그램 추진위원회

소정_일회용_마네킹에 마스크, 기타 오브제_5m 이내 가변설치_2021

소정 ● 2년여 바이러스로부터 그 하루를 지키기 위해, 온 인류가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날, 그날 하루를 위한 '웨딩드레스와 면사포'을 위해 사용된 마스크와 포장재는 '일회용'이다. 2년여 쌓여진 그 일회용들은 또 어디로 흘러가는가?

안중돈_COVID-19 DASHBOARD 1, 2_기와에 페인트, 모래, 프린트_5m 이내 가변설치_2021

안중돈 ● COVID-19 DASHBOARD 20200911    918,243     28,297,106 20210715    4,076,778   189,284,482

성백_Messenger 2021_철판에 부식_102×83cm_2021

성백 ●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철판 위의 녹은 점점 더 깊어지고, 그 위에 새겨진 이미지 또한 같이 사라져 갈 것이다. 이러한 느린 변화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를 읽을 수 있으면 한다.

전기학_자가격리_패널에 혼합재료_144×192cm_2021

전기학 ● 자가격리 상태에서의 심리 상태를 병풍 양식의 연작으로 표현.

박주현_마스크(M)세대_버려진 나무토막_2m 이내 가변설치_2021

박주현 ● 「M세대」 마스크세대와 「거꾸로가는 시간」는 코로나19 시대의 장기적인 팬더믹 사태로 이어진 상황을 시대적으로 의미화하고 작업의 주체를 사회화의 관계 속에서 노동의 근원을 찾고자 하였다. 먼저 작품의 소재로 사용 되어진 명주나 무명실을 천으로 짜는 베틀의 일부가 활용되었고, 작업의 오른편에는 마스크를 쓴 나무로 제작된 사람이 베틀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하고 있다. 작업의 왼편에는 시계의 초침이 보여지는데 초침의 색은 회색톤으로 초침이 시계방향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의 어깨 위로 추운 날씨를 말해주듯 목도리를 하고 두 손은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다. 얼어붙은 날씨처럼 수심에 가득찬 얼굴이 마스크에 감쳐줘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눈을 꼭 감고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일상을 회상하는지 무언가 사유하는 모습을 하며 그의 머리카락은 없는 편이며 알루미늄 철사로 심어져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2020년 전 세계로 확산되어 시장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1년 8월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어려운 경제를 살아가는 현실은 가계소득의 약화와 늘어난 가계부채 상환 등으로 우리의 가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작업에 방영하고자 하였으며, 작업의 오른편 시계의 초침을 시계방향의 반대쪽으로 회전하는데 초침의 회전운동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며 1년 9개월 전의 과거로 되돌리고 싶은 궁극적 의미를 갖게 된다. 노동자이자 아버지의 모습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현재의 팬더믹 상황에 일자리를 잃은 가장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노동할 곳을 잃고 실업의 길로 접어드는 현실에 의미를 찾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의 현실처럼 보여지고,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들여 다 볼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박경효_잃어버린 얼굴_박병제 작품 프린트 종이에 아크릴채색_31.5×47, 47×31.5cm_2021

박경효 ● 인류에게 팬데믹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다. 불청객이 한순간 집안을 점령하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 낯설고 수상한 타자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한꺼번에 달라졌다. 누군가는 속절없이 삶을 뒤로하고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뿔뿔이 흩어져 서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 생명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미물로 인해 '만물의 영장'을 자임하던 인간은 초라한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예외의 상황을 새로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하며 지금껏 우리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며 누린 모든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은 팬데믹 앞에 속절없이 정지되었다." (조르조 아감벤 『얼굴 없는 인간』 중에서)

송주웅_동행_나무에 유채_185×185cm_2021

송주웅 ●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

전미경_그들의 노래_종이에 드로잉_90×147cm_2021

전미경 ● 모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하여 COVID TIME~ 텃밭에서

백서원_문명의 이면-자연의 경고_패널에 혼합재료_70×70cm_2021

백서원 ● COVID-19를 탓하기 전에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킨 산업문명과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에 대해 생각한다. 공장이 멈추고 자동차가 멈추니 푸른 하늘이 보인다. 내 아이가 가지고 놀던 나무 조각들의 둥근 배열은 거대한 자연의 순환, 변함없는 지구, 문명의 전환을 가져오게 할 코로나19다.

곽영화_돌아앉은 반가사유상_비닐, 혼합재료_145.5×97cm_2021

곽영화 ● 반가사유상과 코로나19의 형상을 비닐로 부착하여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자 함.

김형대_인드라망,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_장지에 분채, 혼합재료_65×85cm_2021

김형대 ●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한 종이 멸하면 또한 다른 종이 위험하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김영아_동거_캔버스에 콜라주, 종이빨대, 색종이, 소금_1.2m 이내 가변설치_2021

김영아 ●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하거늘 참 친해지기 힘든 녀석이다. 함께 지낸 지가 1년 하고도 7개월. 넌 언제나 날 불편하고 불안하게만 했지 1도 도움이 안 되는구나. 널 사랑하지 않아. 이젠 헤어지자!! 제발~

윤현정_설렘_72.5×182cm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2021

윤현정 ● 숲속 바위에 앉아 눈을 감는다. 손으로 이끼를 만져본다. 초록빛은 손가락에 배어나올 듯 싱그럽다. 이끼는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편안히 숨쉬게 한다. 이끼는 구름이 되어 하늘에 떠있다. 그곳에는 반딧불이가 춤을 추고 있다. 그런 상상을 하면 설렌다. 또 행복하다. 코로나 19로 삶은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끼숲은 불안과 공포를 떨쳐내고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낙원이 되었다.

손나영_A Luminous Bird_비단에 디지털 프린팅_174×115cm_2021

손나영 ● 새는 평화를 바라는 소망을 상징한다. 현시대의 코로나 19에서 일상의 평화를 바란다.

정봉진_사람-산이 되어_광목천에 아크릴채색_140×80cm_2021

정봉진 ● 사람들이 산이 되면, 바다와 하늘에도 닿겠지. 사람들의 그릇된 욕망과 탐욕을 버려야 땅, 하늘, 바다와 뭇생명들이 건강한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소망과 기원

박주석_코로나19부군신위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팅_87×61cm_2021

박주석 ●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을 했다. 소식에 의하면 백신에 대한 후유증도 있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들린다. 모든 생명이 죽는다는 건 확실하다.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를 뿐이다. 백신을 맞겠다는 건 '足下不死 孤不得安' (족하불사 고부득안)때문이다. 코로나19를 염하고 입관하여 고이 보내는 절차를 사진으로 찍었다.

소정_구회말투아웃(도깨비난장)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9×76cm_2021

소정 ● 2020, 2021 2 년여 도깨비 장난 같은 난장이 지구촌 인간들의 치열한 사투로 그 끝자락에 와 있다. 그 난장질에 지쳐있는 인간들에게 장난꾸러기 우리네 도깨비들 손엔 언제나 해결책을 선물해주는 도깨비방망이가 존재한다. 이제 코로나19 난장판 구회말투아웃, 시원한 끝내기 홈런으로 마무리 할 때이다.

김유리_일광욕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21

김유리 ● 공원에서 의자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로 지친 모든 의자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다.

윤은숙_스텔라리아(stellari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cm_2021

윤은숙 ● 현재의 문명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은 날로 파괴되고 공장에서는 편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한 생산 중이다. 과잉 생산으로 푸른 자연은 거대한 플라스틱 산으로 바뀌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고 있으며, 기온은 날로 높아져 지구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그 옛날 문명이 급격히 발달하기 이전에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곤 했다. 삶의 경험에서 삶의 이치를 찾아내고 생명의 진리를 알아차린 아름다운 때가 있었다. 밤하늘 별을 헤던 그 시절 사람의 마음은 한결 여유롭지 않았을까. 밤하늘의 별과 자연의 별에서 문명의 길을 찾으면 어떨까.

박재열_Burn Out_혼합재료, 나무, 나무탁자, 풀_2m 이내 가변설치_2021

박재열 ● 새삼스럽지도 않게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게 그런 소식들을 접한다. 이미 우리는 태초의 누구처럼 금단의 열매를 먹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돌이킬 수 없고 용서받지도 못한 그 죄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저 생명을 위협하는 급격한 변화가 내 주변에 조금 늦게 일어나지 않길 기도할 뿐. 지극히 인위적이고 위선적인 흰색의 테이블 위에 검게 탄 사과는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사과였고 이제 세상에는 더 이상의 생명은 없다. 그 주변을 둘러싼 넝쿨과 잎사귀들이 점점 말라 비틀어지듯 그렇게 점점 사라질 것이다.

설치류(김병학, 박경열, 박종범, 유경애, 윤은숙, 이루, 이창훈, 주남식)_ 신종 바이러스 출현!-욕망덩어리_혼합재료, 플라스틱병, 전구_지름 200cm_2021

설치류 ●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사회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도 예외가 아니다. 밀접 접촉을 꺼리면서 소수를 위한 소비패턴이 증가하고 있고 편의점과 커피숍 등 일회용품의 사용도 늘어나고 있고 이 역시 인간과 사회의 욕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욕망의 덩어리를 일회용품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형태로 만들어 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멀리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적인 바이러스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코로나 보다 더 큰 미지의 바이러스를 생산하게 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늙은 설치류들이 걸어놓은 아슴푸레 빛줄기설치류 (김병학, 박경열, 박종범, 유경애, 윤은숙, 이루, 이창훈, 주남식)_신종 바이러스 출현!-욕망덩어리_지름 200cm_혼합재료 (플라스틱병, 전구)_2021함께가는 그림틀 ㊽, 『함께가는 예술인』 119, 부산민예총, 2021 ● "210805_호모 플로레시엔시스 / 호모 사피엔스 우리만 살아남아 지구를 잡아먹고 있어. 우리를 이룬 수많은 조상 종족들은 모조리 다 사라졌어. 플로레스(꽃) 섬에 살던 꼬맹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도 사라졌어. 우리 종족들도 어김없이 사라질 거야. 우린 지구까지 잡아먹고 제 스스로 사라질 종족이야. 때마다 기어코 멱이라도 감지 않으면 지구의 비극으로부터 머리가 떠나지 않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겁먹은 눈망울이 가슴에 맺혔어. 우리 플로레스는 이어져 있어." (글쓴이의 페이스북 2021년 8월 타임라인 참조) ● 빛무리가 온누리를 비추어 누리 구멍마다 볕 드는 날. 누리 틈새마다 끼워놓았던, 구석마다 숨겨두었던, 우물 아래 빠뜨려 놓았던, 그리하여 애써 못 본 체 짐짓 모른 체하던 누리의 그림자들이 '설치류'를 불러내었다. ●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사회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도 예외가 아니다. 밀접 접촉을 꺼리면서 소수를 위한 소비패턴이 증가하고 있고 편의점과 커피숍 등 일회용품의 사용도 늘어나고 있고 이 역시 인간과 사회의 욕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욕망의 덩어리를 일회용품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형태로 만들어 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멀리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적인 바이러스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코로나 보다 더 큰 미지의 바이러스를 생산하게 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설치류 작가노트) ● 프로젝트팀 '설치류'가 바라본 누리는 어머니지구(mother-earth)가 아니고 플라스틱지구(plastic-earth)이다. 누리가 태어난 첫 자리에 있었던 어머니신(Gaia)은 어머니플라스틱(Plaia)이 되었다. ● 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가장 첫 머리에는 할머니 같고 엄마 같고 누이 같은 신들이 도사리고 있다. 땅과 하늘을 만든 마고할미나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은 우리 누리를 만든 우리 이야기 맨 처음의 할머니들이다. 이 할머니들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리가 비비고 살 언덕과 누울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 누이 같은 바리데기는 누리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제 몸을 던져 우리 누리를 살려내고 제 스스로 신이 되었다. ● 신들의 이야기 맨 첫 머리에서 누리를 만들고 누리를 길러내고 보듬던 할머니신, 엄마신, 누이신들의 이야기는 글말이 만들어지면서 이야기 누리의 구석쟁이에 내팽개쳐졌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입말 속 이야기로 남았다. ● 어찌 보면 할머니신, 엄마신, 누이신들이 우리를 제 품에서 낳고 길러낸 것인데, 우리 사람들은 제 할머니의 제 엄마의 제 누이의 품에서 길러 낸 누리를 파헤치고 제 마음대로 마구 뜯어고치고 누리에서 함께 살아 가야할 여러 목숨들까지 괴롭히고 있다. 어머니 누리의 뼈를 부러뜨리고 살을 갉아먹고 피를 빨아먹는 죽임의 일들이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금 여기서도 벌어지고 있다. ● 설치류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마리수가 많다. 설치 프로젝트팀 '설치류'는 40대부터 60대까지 8명의 작가로 이루어졌다. 건축사, 농부, 호텔리어, 미술교육자, 전업작가, 비거니즘 만화가게 주인, 목수, 간판업자로 이루어진 평균연령 50대 중반 설치 전문 용병(예술가)들이다. 늘 열정이 넘치고 말이 많고 품도 많이 든다. 다만 쪽수가 많아 돈을 많이 나누지 못하는 용병들이다. 한마디로 사서 고생하는 용병들, 가오는 넘치나 돈은 쥐뿔도 안 되는 예술가들이다. ● 플라스틱 사이 사이 비집고 늙은 설치류들이 플라스틱 너머 너머 아슴푸레 빛줄기 하나를 심어놓았다. 설치류와 함께 우리 누리 구멍 틈을 설치고 다니며 빛무리 너머 우리 누리 다함께 누리는 꿈을 꾸어본다. 우리 누리는 이어져 있다. ● * 「민중미술 2021」 섹션#2 민중미술의 현장, 식민지구 2021-#코로나그램 (8/7-8/29,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 설치류의 작품이 걸렸다. 민중미술이 다루는 현실의 첨예한 문제를 미적으로 조망하는 전시이다. 부산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의 주관으로 작가 26명이 참여했다.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는 지구예술가들의 발언 21편을 담았다. 식민지구 2021 부산 전시는 9월 울산 전시로 이어진다. ■ 신용철

Vol.20210807c | 민중미술 2021 : 지구표류기-6월민주항쟁 34년 기념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