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념비-절대적인 것에 대하여

The 21st-century monument-On the absolute展   2021_0806 ▶ 2021_0826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권용주_연기백_조혜진_한광우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공간지원 주최,기획 / 아마도예술공간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한남동 683-31번지) Tel. +82.(0)2.790.1178 www.amadoart.org

대상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은 조형 ● 『21세기 기념비-절대적인 것에 대하여』는 현대의 조각가들이 한국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석탑을 매개로 "절대적인 것"을 사유해 본 전시로 헤겔의 예술철학, 한국의 석탑 연구, 석탑 답사 등의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워크숍 과정에서 주제나 내용보다는 인류가 생산한 예술의 철학적 의미를 헤겔의 어법으로 이해해보고, 한국 석탑 양식의 의미와 조형 탐구를 통해서 우리 시대 조각의 지평을 생각해 보았다. 이 전시는 예술가들이 문화유산을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조형 언어가 단절되고 분리된 것이 아님을 의식해 보고, 현재 작가들의 조형 방법에 이를 적용하는 과정을 담는다. ● 한국의 석탑은 절대적 대상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당시의 세계관과 사상 또는 신앙심에 따라 조형화한 고전이다. 불교가 지배적이던 고대 국가에서 절대자의 진신사리는 부처님 그 자체라고 믿었기에 그것을 소중하게 모시는 것이 당연했다. 고대인들은 그분 몸의 그 작은 일부를 위해 커다란 무덤인 스투파(stūpa)를 만들고, 또 그것의 변환된 모습인 파고다(pagoda)를 만들어 그를 모셨다. 따라서 불탑은 그분 자체였기에 모든 공력을 들여 만드는 것이 당연했다. 자신들이 가진 기술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은 종교로 표현된 진리의 영원성, 절대성에 대한 것이다. 즉 부처는 하늘에 있는 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진리의 담지자였으며 그 시대에는 그가 보편이었다. ● 더는 그러한 절대자를 상정하지도 경배하지도 않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탑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제 더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양식을 창안하지도 그 제작을 위해서 힘을 쏟지도 않는다. 지나간 과거의 양식을 우리 시대가 동일하게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우리 세계가 다른 물리적 조건과 사상, 관심을 보유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우리 시대의 절대적인 것의 내용은 달라졌기에 그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이번 워크숍과 전시는 그 매개물로서 과거 절대성을 표상했던 석탑을 상정하여 그것이 어떤 시대적, 사상적인 맥락에 따라 조형화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한편으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보기 위해 동시대만을 보아서는 안 되며 인류가 만들어온 생산 양식, 역사, 문화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때 세계를 이론적, 역사적, 정신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술도 한 시대만을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헤겔의 예술철학 강의를 듣는 것을 워크숍 과정의 시작으로 삼아 예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헤겔은 일상의 의식으로서의 "미 일반"이 아니라 "예술로서의 미"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일상적인 선입견에 따라 예술을 사유한 것이 아니라 예술의 목적이 ‘미의 이념’임을, 시대마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보편적인 사유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했다.

권용주_양식 연구_석고, 시멘트, 분말안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권용주_양식 연구_석고, 시멘트, 분말안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권용주_양식 연구_석고, 시멘트, 분말안료_가변설치_2021

이론에서 현장으로, 그리고 작업실로 ● 헤겔의 예술철학과 석탑을 공부하면서 가졌던 추상적인 생각들은 경주 답사를 통해 그 물적 증거를 확인하게 된다. 답사에서는 주로 통일신라 시대 신라계 석탑을 보았다. 석탑의 구조, 비례, 질감, 중량감 등 대상이 가진 모습을 관찰하고, 파괴되고 손상된 모습이 주는 시간성을 느껴도 보았다. 한편으로 석탑 위치(location)가 주는 풍광, 현재 풍경과의 교차 등을 통해 세월의 의미도 살피는 시간이었다. 그 답사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 김지환 영화감독의 『현대의 조각가, 경주 석탑을 마주하다』는 석탑의 웅장함과 섬세함, 그것의 구조, 물리적 특징과 한 시절의 풍경을 함께 포착하여 예술가들이 보았던 것을 관객들과 나눈다. 작가들은 몇 차례의 워크숍과 답사를 마치고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그 과정에 대한 보고 형식의 작품을 준비하여 제시한다. 석탑의 조형성과 구조적 특징과 정성스러운 만듦에 대해서, 탑의 형태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과 재생산에 대해서, 그 장소가 품고 있던 인간적인 이야기에 다가선다.

권용주의 「양식 연구」는 조각이자 건축물로서 석탑의 양식 연구를 바탕으로 한 조각들의 제시이다. 작가는 석탑의 부재를 연상하게 하는 사물을 선택하거나 생활이나 일의 편의를 위해 쌓아둔 물건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조각적 단위를 실험한다. 종이박스, 플라스틱 버킷, 라바콘, 플라스틱 박스, 스티로폼 박스, 화분 받침 등이 재료로 선택됐다. 작가는 이번에 기존 작업을 다루던 방식에서 두 가지 변화를 시도해 본다. 손으로 빚고 다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의 제작과 재료에 색을 더한 것이다. 첫째는 돌을 캐고 잘라 정으로 다듬었을 석공의 태도처럼 작품의 제작 시간을 음미하고, 둘째는 기존 캐스팅 작업에서 주재료로 이용하던 석고에 분말 안료를 섞어 색을 품은 형태로 캐스팅한 것이다. 기존에 오브제들을 결합하여 입체물 혹은 조각으로서 덩어리감을 만들었다면, 이번 시도는 석탑을 이루는 부재들처럼 하나하나의 요소를 드러냄으로써 조각의 단위를 연구해 본 것이다. 작가는 조각 혹은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위한 시작의 모습으 로 혹은 해체된 모습으로 그들을 쌓고 놓아 둔다.

연기백_앉음의 형태_나무의자, 기와, 실, 물, 이끼, 잉크젯 프린트_220×108×108cm_2021 연기백_앉음의 형태_잉크젯 프린트_32×22cm_2021 / 사진_조준용
연기백_앉음의 형태_나무의자, 기와, 실, 물, 이끼_220×108×108cm_2021 / 사진_조준용
연기백_앉음의 형태_나무의자, 기와, 실, 물, 이끼_220×108×108cm_2021 / 사진_조준용
연기백_앉음의 형태_잉크젯 프린트_32×22cm_2021 / 사진_조준용

연기백의 「앉음의 형태」는 석탑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를 여러 층위에서 고민하여 지금 이곳에서의 "어떤 자리"를 만든 것이다. 작가는 답사 현장에서 발견한 기와들을 빌려와 그것들의 모양과 색깔을 관찰하고, 사찰과 석탑의 물리적인 구조가 나올 수 있었던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배경과 역사를 연구한다. 기와는 하늘과 땅을 잇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물이다. 하늘과 가장 가까이 있던 기와는 건물이 무너짐에 파편이 되어 땅으로 내려왔지만 탑 주변에 남아 숨은 과거를 증거한다. 스무 개의 기와 조각에는 그 유적과 유물의 제작연도, 문화재 지정일이 표기되어 미륵사지 석탑의 사방으로 열린 문의 구조와 같이 설치되었다. 기와 안쪽으로 자리한 의자는 우리 시대 보편에 대해 고민해본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 작가는 석공의 마음으로 의자의 표면을 깎았고, 각편(刻片)은 오전 한때 빛이 지나간 의자 외곽의 그림자를 모래 그림처럼 표현했다. 이 같은 형상과 설치를 통해 작가는 진리를 향한 탐구와 모색의 가능성에 대해서, 그 방식 이 우리 시대에는 어떤 모습일지를 고민한다.

조혜진_탑 만들기_종이, 나무 블럭 등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조혜진_탑 만들기_종이, 나무 블록 등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조혜진_탑 만들기_종이, 나무 블록 등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조혜진_탑 만들기_종이, 나무 블럭등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조혜진의 「탑 만들기」는 작가가 "탑 만들기"라는 검색어로 온라인에서 찾은 여러 탑의 만들기 방식과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 것으로, 탑의 형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재생산되고 유포되는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즉 탑에 대한 이미지를 무언가가 쌓여 있는 상태로만 막연하게 이해했던 작가가 구체적인 대상을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비로소 형태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이는 물건이나 상품, 사물 등이 개인의 취향과 아이디어에 따라 만들어지고 유포, 재생산되는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재현, 차용, 재해석해온 작가의 작품 제작 방식과도 이어진 것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탑 만들기 방식들을 관찰한 결과 도식화된 탑의 모습, 구체적인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특징을 포착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과감하게 생략하는 표현, 구체적 형상보다 쌓기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등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교구나 교재, 놀이 등 다양한 입장에 따라 탑의 형태를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된다. 「탑 만들기」는 사람들이 만들어서 온라인에 올린 탑 이미지와 제작 과정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만든 방식을 따라 종이로 접고, 쌓고, 만든 탑의 형상을 제시함으로써 그것의 재생산에 동참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비록 도식화되고 조악한 탑 형상이지만 실제 탑과의 거리감을 재어보며 가장 먼 지점에서 탑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광우_T.D.R game®_복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한광우_T.D.R game®_복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한광우_T.D.R game®_복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한광우_T.D.R game®_복합재료_가변설치_2021 / 사진_조준용

한광우의 「T.D.R game®」은 작가가 경주에서 우연히 방문한 한 사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곳에서 마주한 석탑과 손수 키우던 오이를 건네주신 스님과의 대화는 탑돌이에 관한 것이었다. 작가는 그로부터 사람들의 소망을 향한 행위와 소망을 성취하기 위한 행위가 관계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 용기와 호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행위가 삶을 의미 있게 변모시키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 주로 전시공간과 작품의 관계성을 통해서 관객의 경험을 열고자 의도하며 작업하던 기존의 방식을 따라 어떤 소망이나 열망이 이루어지는 축제나 경기장과 같은 분위기를 공간에 연출함으로써 관객을 게임의 참가자로 초청한다. 관객은 녹색 테이블에 놓인 게임 설명서 하단에 자신의 소망을 적은 다음 규칙에 따라 바닥의 팔각형 게임판을 도는 행위를 하게 된다. 게임의 규칙에 따라 행위에 성공한다면 소망이 성취될 것을 인증하는 인장을 찍을 수 있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고 포기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우리가 어떤 내용을 소망하고 그 성취를 위해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가, 그 관계를 질문하게 한다.

워크숍 기록 답사영상 / 김지환_현대의 조각가, 경주 석탑을 마주하다_영상_00:18:15_2021 / 사진_조준용
답사영상 / 김지환_현대의 조각가, 경주 석탑을 마주하다_영상_00:18:15_2021 / 사진_조준용

인간에 대한 사랑, 예술에 대한 사랑 ● 석탑에는 공동체 혹은 집단이 지향한 이상(理想)이나 염원이 담겨 있고, 그것은 진실한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해 자신들의 꿈과 의지를 현실화시킨 완성된 양식이다. 그 유산은 우리와 다른 세계관과 다른 생산의 토대에서 만들어졌기에 그 시대에만 만들 수 있는 예술품이다. 고대 사회를 인류의 유년기라고 본다면 현재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된 물적 토대를 가졌다. 그 발전이 예술에 반영되어 비례적으로 드러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더 성숙한 인류로서 또 다른 이상을 예술로써 제시할 수 있다. 우리 세계의 본질을 꿰뚫는 현대 미술가의 작품에는 우리 사회의 온갖 모순이 투영되어 있기에 그들의 미의식으로부터 현재를 사유할 수 있고, 고전을 통해서는 인류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리를 향한 긍정을 발견하게 된다. 이 둘을 함께 생각할 때 예술은 좀 더 많은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현실의 인간을 보는 눈도 확장하게 할 것이다. ■ 신양희

Vol.20210806d | 21세기 기념비-절대적인 것에 대하여 The 21st-century monument-On the absolut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