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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후원 / 수림문화재단 협력 / 아르시오 기획 / 정혜정 협업 / 엄유정_유은순_윤명인_이종건_조은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김희수아트센터 KIM HEE-SU ART CENTER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118 B1 아트갤러리 Tel. +82.(0)2.962.7911 www.surimcf.or.kr/artcenter_01.html
나와 당신의 세계 ● 오늘도 미세먼지의 뿌연 공기로 가득 찬 서울의 하늘 아래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매년 최고의 온도를 갱신하는 여름의 어느 날을 맞이한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돌고 돌아 미세플라스틱으로 오늘의 식탁 위에 다시 차려지고, 인수 공통 전염병, 식품과 농업의 위기, 지구 어디엔가 쌓여가는 폐기물까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눈앞이 캄캄해진다.
여기 식물이 있다. 브라질에서, 마다가스카르에서, 하와이에서 온 것도 있다. 지구 반 바퀴를 돌고 한국의 서울까지 와있다. 그들은 마치 여러 나라에서 온 다른 인종처럼 다른 형태와 모양과 생존의 환경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단지 모습이 이국적이고 형태가 특이하거나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이 되어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식물들은 한번 유행을 타면 대량으로 재배되고, 실내 인테리어 상품으로써 유통된다. 잎이 하늘을 향해 크게 펼쳐지는 식물, 어딘가에 매달려 늘어지며 자라는 식물, 체온이 사람보다 높은 식물, 파란 씨앗을 품는 식물, 먹을 수 있는 식물도 있다. 사실 우리는 그들의 내막을 잘 모른다. 오히려 식물에 자기 주체성이 있다는 말이 훨씬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식물은 세상의 모든 피조물 중에 가장 살아있지 않아 보이는 존재이다. 자기 부정도, 의지도, 주체성의 흔적을 갖고 있지 않은 식물은 그동안 늘 인간세계의 배경으로만 존재해왔다.
"우리의 세계와 식물의 세계가 만나 공유될 수 있을까?" 그동안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을 해온 노경택은 어느 날 인간이 아닌 식물이 사용하는 가구를 상상해 본다. 인간 신체의 물리적 형태나 높이를 바탕으로 설계되는 가구와는 달리 다양한 형태와 조형성을 가지고, 다른 환경 조건을 필요로 하는 식물에게 과연 어떤 가구가 필요할 것인가? 물론 아마존과 같은 정글에 간다면 식물에게 가구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는 늘 눈앞에 도사리고 있고, 도시 안에서 비인간 자연, 특히 식물이라는 생명 종과 세계를 어떻게 공유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은 전 지구적 재난의 한가운데에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노경택이 디자인한 식물을 위한 가구들은 기본적으로는 식물의 조형성과 성장의 패턴 등을 반영한 형태이며, 특히 가구 내부에는 아두이노 시스템이 작동되어 물, 바람, 빛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식물에 제공하게 된다. 이 덕분에 지하 공간과 같은 비교적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도 인간의 손길 없이도 식물은 자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근대 이후의 기술 개발은 자연을 개발하고 착취를 위한 것이었지만, 노경택의 『플랜트씨의 가구들』에서 사용하는 아두이노 기술의 활용은 오로지 식물의 원산지적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설정해주고자 하는 것에 있다.
이렇게 제작되는 식물을 위한 가구와 식물은 '집'이라는 실내공간에 놓이게 된다. 식물과 함께 살아갈 5명의 동거자는 화가, 음악가, 무용수, 미술비평가, 사회적 기업 대표로써 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작업실은 평범한 30평대 아파트부터 반지하까지, 가족 구성의 형태도 4인 가구(와 반려동물)부터 1인 가구까지 다양하다. 그들이 사용하는 예술의 언어도 드로잉, 몸, 글, 소리 등으로 모두 다르다. 우리는 이들의 개성과 생활공간의 조건 등을 반영하여 식물을 큐레이션하고 그 식물을 위한 가구를 설계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그 식물(가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예술 언어로 기록해주기를 부탁했다. 식물과의 동거자 5인은 자신에게 매칭된 식물 존재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자신의 사적인 일상 속에서 예술이라는 방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서구의 인간중심적 사고는 데카르트의 정신/물질에서 시작해 칸트의 주체/객체로 이어져 왔으며, 이러한 이원론적 사고에 따르면 인간과 비인간의 영역은 존재론의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인간과 비인간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사고방식은 근대의 확고한 신념이 되었고 자연을 타자화하여 이용하고 착취하는 방식의 근대화가 현재의 지구적인 생태 위기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 본다. 과거의 억압자 인간 대 희생양 비인간의 구조는 문제 자체를 반복할 뿐이다. 애지중지하거나 착취하는 이 두 가지 한계적 프레임 바깥에서 식물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의 세계와 식물의 세계가 만나 공유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작업에서 어떤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게 아니다. 결코 알지 못할 식물이라는 당신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접속되고, 오늘 조금 더 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 정혜정
Vol.20210719a | 노경택展 / ROHKYUNGTAEK / 盧慶澤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