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금혜원_김라연_김이박_박용화 박지혜_송성진_이창진_정재경 한석현_김미루_정찬영_이소연_최수앙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발권가능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Cheongju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5층 기획전시실 Tel. +82.(0)43.261.1400 www.mmca.go.kr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경계의 문제를 살펴보는 기획전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ARTificial Garden, The Border Between Us)》를 7월 13일(화)부터 11월 21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 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전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속에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자연을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에 대해 질문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전시다. '미술원'이라는 전시 제목은 미술관과 동물원, 식물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수집하며, 보호와 보존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음에 착안했다. 동시에 '원'을 둥근 형태의 의미를 부여하여 지구와 자연, 동식물과 인간을 공존의 개념으로 해석한다. 자연이라는 큰 틀 안에서 동물과 식물, 인간이 함께 사는 방식을 탐구하며, 미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시각화하는지 살펴본다. 금혜원, 김라연, 김이박, 박지혜, 박용화, 송성진, 이창진, 정재경, 한석현 작가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작가 김미루, 정찬영, 미술은행 소장품 작가 이소연, 최수앙 등 총 13명 작가의 신작 3점을 포함한 작품 87점을 선보인다. ● 전시는 '#1 우리와 우리 사이', '#2 어색한 공존', '#3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4 함께 살기 위해'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특히 경계와 배타성을 의미하는 '벽'을 최소화했고, 한 공간에서 작품과 작품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관계와 경계의 의미를 하나의 공간에 구현한다.
'#1 우리와 우리 사이'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우리'의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대상을 해석한 작품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울타리와 경계의 의미를 시각화하여 울타리 너머 우리와 우리 사이의 관계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박지혜 작가는 기둥 위 비둘기 조형 신작을 통해 인간의 생각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변화하는 인간의 태도에 의한 것으로, 작가는 이것을 비둘기의 입장에서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자조적인 문장으로 표현한다. 김이박 작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증명사진을 찍듯 식물의 개별성을 조명한 〈식물 증명사진〉을 찍어 소개한다. 이창진 작가는 빛을 발하는 EL-와이어를 사용한 대형 철조망을 제작하였고, 이것은 자체로 전시실을 분절시키는 울타리와 경계의 상징물이 된다. ● '#2 어색한 공존'은 서로 다른 종인 인간과 동물의 가까워진 거리에 대해 살펴보며 이들의 자연스러운 공존의 방식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금혜원 작가는 반려동물의 삶과 죽음, 소유와 욕망 사이에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박제된 반려동물의 모습과 남기고 간 유품 등을 통해 죽음 이후의 추모 행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박용화 작가는 오랫동안 동물원을 방문하여 관찰한 인공적인 자연, 인간에 의해 재구성된 우리 속 동물들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또한 이창진 작가는 화분 안에서 죽어 간 식물들을 그대로 들어내 수평으로 정렬하여 흔히 소비되는 화분 식물의 죽음을 시각화한다.
'#3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에서는 도시 환경에서 길들여진 자연의 의미를 묻는다. 재개발로 인해 버려진 유기견과 아파트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땅 위에 자라난 식물 등 자연과 인공 사이, 경계에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재경 작가는 재개발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그 속에서 버려진 개들의 삶을 살핀다. 파괴되고 부서진 건물 사이에 생겨난 개와 사람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흑백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김라연 작가는 아파트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땅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생명력으로 자라난 식물들을 회화로 담아내며, 편한 세상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것과 진정한 낙원의 의미는 무엇인지 질문한다. ● '#4 함께 살기 위해'는 인간과 동식물, 자연이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송성진 작가는 구제역 발생 당시 살처분 된 돼지들을 흙으로 빚어 제의적 의미를 띤 작품을 제작하였다. 전시 기간 동안 돼지 형상으로 빚어진 흙은 그 속에서 새싹을 발아하며 다시 생명을 품은 흙으로 돌아간다. 김이박 작가는 아픈 식물들을 돌보는 〈식물 요양소〉를 설치한다. 식물 전문가이기도 한 작가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식물과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을 보여준다. 한편, 미술관 개관 이전부터 청주관터에 자리를 잡고 있던 목련과 비둘기는 이번 전시 기획의 가장 중요한 계기라 할 수 있다. 청주관 앞 생명을 잃은 목련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석현 작가는 죽은 나무를 미술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정재경 작가는 미술관의 비둘기를 대상으로 신작 영상을 제작했다. '무질서한 질서'라는 개념을 토대로 문명과 자연, 질서와 무질서를 동등한 관계로 바라보며, 미술관에 자리 잡은 비둘기를 마치 암호와 같은 형상으로 포착한다.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미술을 통해 질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라며, "공존을 위해 인간이 가진 힘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현상을 짚어내고 변화의 시작을 촉구하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1 우리와 우리 사이 ● 일반적으로 '우리'는 나를 포함한 타인 혹은 집단을 다소 친근하게 이를 때 사용한다. 동시에 동음이의어로서 또 다른 '우리'는 동물, 가축을 가두어 키우는 곳을 가리킨다. 이처럼 '우리'라는 표현에는 정서적 동질감과 동시에 물리적 테두리로서 경계, 집단과 집단의 배타성이 담겨 있다. 우리가 '우리'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대신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미와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공존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를 포함하는 다양한 '우리'의 개념 안에서 함께 살기 위한 적절한 거리와 관계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둘기는 도시에서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지만, 사실 과거에는 평화의 상징이었으며 현재도 여전히 기업의 로고나 브랜드로 사용된다. 이처럼 인간이 규정하기에 따라 비둘기의 운명은 달라지지만 비둘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다소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해명할 수 없는 비둘기의 입장을 대변하듯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자조적인 문장을 비둘기의 배설물 형태로 설치하여 보여준다.
철조망은 경계를 나누고 공간을 구획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파란빛을 내뿜는 작품 〈철조망〉은 우리와 우리 사이의 경계를 상징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어색한 공존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실을 분절시키는 거대한 철조망은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면서 시각적 위압감과 동시에 심리적 경계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만 전시실 깊숙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를 통해 경계를 넘나드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2 어색한 공존 ● 인간과 동물, 식물은 종과 종으로서 지구를 공유하며 함께 살아간다. 각자의 거리와 간격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나 각자 살아가야 할 생의 터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밀접해진 공간과 가까워진 거리는 낯선 곳에서 어색한 공존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인간에 의해 조성된 인위적 공간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은 때로 감금과 통제의 형태로 나타난다. 인간의 입장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판단하며 동식물의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 어색한 공존 방식에 대해 생각하며 자연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통해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는 이상적 가치들을 대신한다.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반려동물들은 때로는 죽음을 통해 그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기도 한다. 추모의 공간들과 죽음의 기념물은 반려동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상실의 슬픔과 견딜 수 없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남겨진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작가는 반려동물의 박제, 유품 사진을 통해 인간과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동물원 우리 안의 모습을 표현한 〈거짓과 진실의 경계〉는 '그림 속 그림'이라는 틀을 취하고 있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호랑이와 대자연의 풍경이 담긴 '벽화' 앞으로 실제 동물원 동물의 삶이 매우 대조적으로 표현되어 거짓과 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이 벽화는 과연 동물원 동물을 속이기 위한 것일까 혹은 사람들이 보고자 하는 환상을 제공하기 위한 것일까. 관객을 위한 무대장치 같은 장식과 벽화를 갖춘 동물원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환상을 보고 싶은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3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 잘 정비된 도시는 인간 삶의 산물이다. 반면 자연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곳이다. 도시와 자연은 그만큼 상반된 위치에 놓여있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 환경에서 사람의 힘이 더해진 길들여진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삶의 편리함과 자연에 대한 갈망을 모두 누리려는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적인 자연들은 모두 인간에 의해 선택된다. 함께하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인간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도시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땅과 아스팔트 도로 틈에서 자라나는 식물, 재개발 현장의 한편에서 버려진 채 살아가는 동물 등 자연과 인공 사이, 그 경계에서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재경 작가는 2018년부터 무리한 재개발 추진으로 파괴된 장소에 대한 장기 연구를 지속하며 재개발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사람 간의 이해관계과 그 사이에서 버려진 개들의 삶을 살핀다. 〈어느 마을〉은 개발 중단 이후 10년 이상 폐허 상태로 방치된 마을에 남겨진 유기견과 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이룬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생명을 돌본다는 책임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맞닥뜨리는 윤리적 갈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느 마을〉의 후속작인 〈어느 집〉은 강제로 거주지를 빼앗기고 이주하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져 버린 개들의 뒤를 쫓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이종 공동체(hetero-community)가 마을 개발이 재추진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라지고 희미해져 가는 어떤 존재에 대한 기억을 다루고 있다.
빽빽한 빌딩 숲속 건물이 허물어져 비어버린 땅은 도시의 맨피부를 마주한 듯 그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식물은 그 속에서도 고유의 시간과 생명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울타리를 경계로 삭제된 담 너머 현실과 달리 울창한 나무와 풀들이 자라난 〈도시의 섬〉은 마치 낙원과도 같은 이미지다. 자연을 가장한 도시에서 과연 파라다이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작가는 작품을 통해 파라다이스를 위해 '사라져간' '어느 곳을 기억'하고 또 '어느 산을 기억' 한다.
#4 함께 살기 위해 ● 우리가 동물과 식물,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모습은 다르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존중 나아가 생명에 대한 존중의 자세는 공존을 위한 기본적 요건이다. 또한 인간이 가진 힘이 공존을 위한 이로운 방향으로 쓰일 때 변화의 시작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타자의 고통이라는 진실을 직면하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작은 관심과 새로운 시각으로 개별 존재를 발견해나가는 작품들을 통해 동식물, 자연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 관계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의 정원_청주〉는 작가가 미술관 주변에서 직접 채집하고 수거한 사물과 사물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화분 속에는 본래 있어야 할 식물 대신 역할을 다한 소소한 물건들이 심겨 있다. 임시적 터전이라 할 수 있는 화분 안에서 자라난 각종 사물들은 각자의 숨겨진 이야기와 기억을 공유하는 매개가 된다. 마치 생명을 가진 듯 화분 안에 뿌리내린 사물과 식물에는 주변의 작은 것들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관찰과 의미가 담겨 있다.
돼지와 고기는 전혀 다른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의 머릿속에서는 그 경계가 흐릿하다. 돼지는 오직 고기가 되기 위한 목적을 통해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상품화되지 못하는 돼지는 살처분되어 산 채로 땅속에 묻힌다. 작가는 돼지의 '살'을 그들이 묻힌 장소의 흙으로 빚어 육화한다. 결코 먹음직스럽지 않은, 흙으로 빚은 돼지는 비로소 고기가 아닌 돼지로 인식된다. 전시 기간 동안 〈Reincarnation..일요일(다시 살..일요일)〉 프로젝트를 통해 돼지의 형상으로 빚어진 흙은 다시 그 속에서 새싹을 발아하며 생명을 품은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세 그루 나무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개관하기 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일본 목련으로, 높게 뻗은 가지와 모양새가 매우 아름답게 잘 가꾸어진 모습이다. 그러나 2019년 늦여름 무렵 세 그루 목련 나무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며 무성했던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현재 두 그루 목련은 이미 죽은 나무가 되었고 곧 베어질 것이다. ● 한석현 작가는 한때 나무였지만 잘리고 가공되어 제품이 된 폐목재를 모아 죽은 목련과 함께 다시 나무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식물을 심어 나무에 새로운 형태의 생명을 키워 나간다. 전시 기간 동안 나무를 둘러싼 식물들은 자라서 이후 베어질 나무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남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 결과는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예술의 노력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210713d |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