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바다 Sea of Buan

이부안展 / LEEBUAN / 李扶安 / painting   2021_0711 ▶ 2021_0720 / 월요일 휴관

이부안_난파_캔버스에 유채_130×193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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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안 블로그_blog.naver.com/seunghyun66 인스타그램_@seunghyuni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자인제노 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자인제노 GALLERY ZEINXENO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9-4 B1 Tel. +82.(0)2.737.5751 blog.naver.com/mangchiro

내가 사는 곳, '부안'은 평범하고 눈에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제주도, 서울, 독도, 군산처럼 한번 들으면 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부안'에 관한 자료나 책은 거의 찾을 수가 없는 이름 모를 곳이다. 가까이서 오랫동안 보아야만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 유년기를 보내고 대도시에서 30년을 살다 다시 고향으로 귀향하였다. 유년 시절에 보고 느꼈던 부안의 바다와 성인이 돼서 다시 느끼는 이곳의 바다는 아주 다르다. 우선 풍경, 배경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없으니 풍경은 더욱 크게 보이고, 색은 더 흐릿하게 보인다. 거대한 풍경이 사람을 더욱더 왜소하게 만든다. 20년 전만 해도 이곳 부안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풍경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풍경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풍경 자체가 주인공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사람이 없으니 바다의 색깔마저 더 푸르스름 해지고 그 짠 기는 옅어진 듯하다. 나는 풍경 자체가 주인공이 이곳에서 사람의 빈자리, 흔적을 찾아 나선다. 사람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나듯이...

이부안_침묵_캔버스에 유채_130×193cm_2020
이부안_사라지다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20

예전 부안의 바다는 서해의 짠맛과 황톳빛 바다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황해'라고 불리었다. 이제는 사람이 없으니 사람의 색이 빠져서 바다의 색깔마저 더욱 푸른빛을 닮아간다. 색이 흐릿해지니 황해의 짠 기운도 옅어진 듯하다. ● 우연히 태풍이 왔을 때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단색의 아름다운 푸른빛이 아니라 두 가지 색이 중첩된, 짙은 녹 빛의 바다색, 짙은 남색 빛이었다.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는 모든 것들을 삼켜버릴 정도로 무섭고 거칠었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의 잔상은 마치 난파된 배가 박제된 모습처럼 보이고 그 옆에서는 거친 물보라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물보라는 처음 보는 생경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부안의 파도는 동해나 제주의 파도와는 너무 다르다. 크고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가 아니라 아름다운 푸른빛을 가진 파도가 아니다. 잔잔한 짙은 녹 빛의 황토가 섞인 색을 가진 파도이다. ● 지난 2년 동안 부안에 위치한 '위도'라는 섬을 배를 타고 왕래하였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 자세히 보게 된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시기의 파도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만조와 간조 시기의 파도를 보게 된다. 그다지 세지 않은 부안의 파도는 가까이서 보니 무엇보다 거칠고, 세차게 습기를 가득 먹은 진한 잿빛의 남색, 파란빛이었다.

이부안_바다꽃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21
이부안_섬_캔버스에 유채_72×100cm_2020
이부안_부서짐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20

바닷가 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이다. 하지만 바다는 두렵고, 무서운 공간이자 아픔의 공간이다. 이곳 부안의 바다는 아픔의 공간이다. 1993년 발생했던 '서해 페리호'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이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부안의 위도 부속 섬 '치도'는 1931년 태풍으로 수백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은 아픔의 장소이다. 그 배는 아이러니 하게도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무대이자 홍길동이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장소(율도국) '위도'를 가는 배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사고이지만 나를 포함한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아픈 흉터처럼 말이다. 몇 년 전에 발생했던 세월호 또한 그렇다. 낭만적 풍경이 아니라 아픔의 바다. 고독의 바다, 부재의 바다이다. 나에게는... ● 나의 붓질은 멀리서 보면 작고 잔잔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무엇보다도 거칠고 진한 잿빛의 남색 붓질이다. 짠 내가 묻어나는 짙은 녹 빛의 바닷가 파도의 붓질이다. 어느 순간 부안의 거친 파도가 내 몸 안에 녹아든다. 나는 낭만적인 풍경 대신 텅 빈, 부재의 풍경 앞에 서 있다. 나는 여전히 풍경이 주인공인 곳에 살고있다. ■ 이부안

Vol.20210711a | 이부안展 / LEEBUAN / 李扶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