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H GALLERY H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0 Tel. +82.(0)2.735.3367 www.galleryh.online blog.naver.com/gallh
한때 아름답게 피었다가 시들고, 시들다가 결국 말라 죽는 장미에게서 나는 삶을 발견한다. 조금씩 말라가면서 은은하게 베어 나오는 장미의 색은 활짝 피었을 때보다 죽어가며 발하는 색이 훨씬 아름답다. ● 시간의 길고 짧음의 차이 일 뿐 인간 또한 이 장미와 다를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색을 발하며 죽어가는 장미처럼 우리 또한 결국 죽음을 바라보며 다양한 삶을 살아가지 않는가. ● 다양한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망각하며 삶을 살아간다. 우리의 삶이 단 하루라고 한다면 하루의 마지막은 죽음 대신 꿈일 것이다. 하루의 삶을 어떤 색으로 물들이고 어떤 형태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꿈으로 향할 것인가.
바빴던 현실을 지나 꿈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길다. 매일 반복적인 생활로 지친 몸과 정신이 쉴 수 있는 곳 꿈, 꿈은 현실과는 분명 다른 세계이다. 그러나 현실과 뗄 수 없고 현실과 연결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 가끔 심장박동이 마구 뛰어 죽을 것 같은 악몽에 시달릴 때도 있다. 간절히 천사가 와 주길 바랄 정도로 무서움에 떨다가 깰 때도 있다. ● 마주하기 싫은 죽음처럼, 마주하기 싫은 꿈도 있다. 특히나 피할 수 없는 악몽은 왜? 라는 물음을 나에게 던진다. 죽음을 피할 수 없듯 악몽도 피할 수 없다. 결국 마음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나는 라캉의 「스크린」, '길들여진 응시', '응시 길들이기'를 시작한다. ● 회화에서 메멘토모리나, 바니타스를 생각한다면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듯, 꿈은 우리 하루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 최순주
2018년 3월 미술 실기실에서 '6월의 순주씨'를 만났다. 유독 머리카락 색이 까맣게 보였고 빈 실기실에 그녀 혼자 이젤 앞에 앉아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사람들이 왜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했었다. 인풋과 아웃풋이 정확한 현실세계에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림을 붙잡고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던 시절이었다. ● "왜 그려요?" 나의 무례함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질문을 통해 등장한다. 처음 보는 이에게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고 소극적인 사람들은 경계를 하기도 한다. "재밌어요" 그녀는 흔쾌히 질문에 대답한다. "그럼~~재미없어지면 안 할거예요?" 나는 또 질문공세를 펼친다. "계속 재밌을거예요" 그녀는 대답했고 나의 질문은 멈추었다. ● 그리고 생각했다. '재밌구나~~끝까지~~' 그때 나는 순주씨는 죽을 때까지 그릴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제서야 그녀 옆에 내 이젤을 가져다 놓고 그녀의 짝궁이 되었고, 최초의 <그림 친구>를 만났다는 기쁨으로 한 학기 동안 실기실에서 공부를 같이 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손바닥만한 캔버스에 「6월의 순주씨」를 그렸다.
시간이 훌쩍 지나 2020년 9월, 학교 화방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전화 통화를 하는 순주씨를 우연히 만났다. 그 동안 우리는 퉁퉁하게 살이 쪘고 갱년기 때문이라며 뱃살을 잡고 웃었다. ● 여전히 학교를 씩씩하게 다니는 순주씨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고 나에게 그녀의 그림을 보여 주었다. 판화와 표현기법을 활용한 그림들을 보여 주었는데 장미와 바니타쉬를 주제로 한 그림이었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나의 그림친구~~' ● 우리는 또 각자의 시간으로 흩어졌고 가을 학기를 마쳤다. 나는 그녀에게 함께 전시할 것을 제안했고 우연하게도 68년 원숭이띠 친구를 한 명 소개받아 우리는 3mong을 결성하였다. ● 우리는 사춘기 소녀들처럼 만나면 깔깔거리고 그림이야기를 하고 전시를 보러 다녔다. 관심이 같은 친구들과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 순주씨의 엄지 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보다 크다. 그런 손가락을 가진 사람들은 손재주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순주씨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손재주가 많은 엄지 손가락에서 출발한다. 손재주가 많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고 그래서 그림도 끊임없이 그리고 있는 것이다. ●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림공부이지만 그녀는 제대로 그녀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녀의 열정이 그림 속으로 녹아 들어 아픈 이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외로운 이와 공감해 주고, 가난한 이에게 부자의 꿈을 심어주는 그림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녀의 그림은 꿈을 바탕으로 한 초현실적 응시와 꿈을 꾸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귀가 길을 표현한다. 꿈을 바탕으로 한 초현실적 응시는 깨어 있는 낮 동안, 그녀가 부딪친 현실의 벽이 꿈 속에서 그녀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형상을 그린 것이다. 그녀는 현실을 피해나가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현실 세계를 표현하지만 현실보다 훨씬 예쁘고 아름답다. 그녀의 이상이 반영된 현실세계의 반영이다. ● 그녀는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자기 몸의 2배 정도의 커다란 캔버스 가방과 화구를 등에 짊어지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뚜벅뚜벅 걸어 다닌다. 그것이 그녀의 자각된 현실이다. 그 현실은 늘 벽에 부딪치고 뚫고 나갈 수가 없어서 그녀는 늘 그 현실을 지고 다닌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그녀의 귀가 길은 늘 녹초가 되고 쉬러 가는 길이다. 그래서 잠이 들면 벽에 부딪쳐 깨지 못한 현실이 빨간 눈으로 또는 파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삶은 그 반복의 시간 속에 있고 그녀의 그림은 그런 본인의 상태를 그려낸 것이다. ● 귀가 길의 버스 안 의자는 현실의 의자보다 더 아름다워 진짜로 앉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녀의 조색은 부러울 정도로 탁월하여 거의 따라 올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녀의 엄지 손가락의 힘이다. 손재주가 탁월하여 조색도 민첩하고 감각적이다. 그녀의 그림 속 화면은 얇게 빠르게 붓 터치를 해 나가지만 정확하고 아름답다. 그녀가 추구하는 미의 세계이다. ● 순주씨의 이번 첫 개인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죽을 때가지 붓을 손에서 놓지 않는 그림친구로 있어 줄 것을 당부하며 글을 마칩니다. ■ 이범주
Vol.20210708d | 최순주展 / CHOISOONJU / 崔順珠 / painit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