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땅이 숨는 줄 알았다

이하은展 / LEEHAEUN / 李河恩 / painting   2021_0707 ▶ 2021_0712

이하은_얇은 공기 속으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30.3×324.4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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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8 동덕빌딩 B1 A홀 Tel. +82.(0)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평평한 풍경이 있다. 들여다보면 산, 색 면, 돌, 나무 등의 개체는 빛의 설정, 질감, 색상이 달라 독립적이고 온전한 형태를 가진다. 이 개체들은 한 화면 안에서 빛을 공유하고 있지 않아 그림자도 없고 개체 간의 거리도 알 수 없다. 서로 다른 맥락에 위치한 것들이 느닷없이 만났다는 단서만 있다. 하지만 중력의 영향은 동일하게 받고 있고 함께 놓여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대지 위에 붙어있고, 아슬아슬하더라도 균형을 잡고 있다. ● 회화의 이미지는 뜻밖의 사실을 깨닫는 순간의 심상이다. 그리고 나에게 작업은 그러한 순간의 감각을 기록하고 내 세계를 재구성-구축하는 일이다.

이하은_무한한 선택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30×230.2cm_2019
이하은_증표가 필요한 구석_캔버스에 유채_194×130cm_2021
이하은_찬 바람 끝에 꿀꺽한 야호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21

나는 뜻밖의 사실을 마주했을 때의 인식 작용과 그 감각에 관심을 갖는다. 깨달음은 심리적인 충격과 혼란을 수반해 인식이 확장되고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 생기는 일이다. 내면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해 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 내게 이 과정은 세상을 다르게, 또 새롭게 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건 마치 이정표를 따라 걷는 도중, 불현듯이 만난 거대한 산맥에 충격을 받는 것과 같았다. 안일하게 여겼던 세상은 한순간에 생경해지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존재하고 있지만 무지의 영역에 있던 것, 평소에 감각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것, 혹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모습을 하고 눈앞에 펼쳐진다. 이 낯선 감각을 우연한 만남의 풍경으로 빗대어 화면에 연출하고 그려낸다. 세상 어디에 있을 법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자연이나,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은 기이한 모습의 자연, 기후와 환경이 다른 지역의 자연물 이미지를 가져와 크기, 색감을 변형시킨다. 그리고는 의도적으로 엮고 화면에 집합해서 풍경을 만든다. 이 기록을 완성해가며 관념 앞에 쉽게 관대하지 않도록 이미지는 해석할 수 없고 불편하게, 감각은 날카로워지도록 투철하게 묘사한다.

이하은_시간이 없는 시간_캔버스에 유채_106×45cm_2020
이하은_속마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45.5×53.5cm_2020
이하은_결국 모른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45.5×53.5cm_2020

깨달음의 순간은 혼란을 불러온다. 이 혼란함 속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안전하게 땅에 붙어있는 내 신체이다. 불안한 마음에 신체가 공중에 부유하지도, 좌절한 마음에 대지 깊숙이 꺼져서 파고들지도 않고 단단한 땅 위에 서있다. 안전한 상태를 확인하고 상황을 들여다본다.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무엇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가? 파악과 이해가 가능한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다음은 무엇일까? 긴 사유의 끝에 답은 매번 다르다. 하지만 같은 결론을 짓는다. 세상이 얼마나 거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지를.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하는 진실은 낯선 형상으로 언제든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 이하은

Vol.20210708c | 이하은展 / LEEHAEUN / 李河恩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