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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H GALLERY H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0 3층 Tel. +82.(0)2.735.3367 www.galleryh.online blog.naver.com/gallh
심리의 다층성을 드러내는 분산, 병렬의 공간 표현 ● 수많은 정서의 편린들은 대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외부와의 소통 과정에서 일어나는 거리감과 욕망을 비롯한 다종한 개인의 마음작용은 내부와 외부의 자극과 상호연동하며 내면공간에 위치한다. 선형화 상태의 실수축과 가상의 허수축이 시간의 축과 결부하여 복소다양체로 이루어진 자연계에서의 공간과 마찬가지로 심리내면공간 역시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미묘하고 복잡한 내면은 얕은 표면부터 심연의 기저에 걸쳐 실제와 가상이 공존하는 분산과 응집의 중층적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에서 파생되는 각기 다른 감정의 조각들이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풀리지 않게 얽히며 가중되고 소멸하며 상승하는 중첩의 상태가 심리공간의 전공간체(whole space)에 퍼져있다. 그러한 심리의 심연은 존재의 현존을 사이 막으로 마음의 공간과 외부의 공간으로 이중화된 켤레(conjugate)의 상보적 양태로 교호한다. 서로를 단순 반영하는 거울과 달리 결맞음(coherence)과 결어긋남(decoherence)이 그 두 공간 사이에는 발생하며 그러한 움직임에 의해 마음은 물질화하기도 하고 가상화되기도 한다. 그 마음의 공간에 비선형적으로 뭉쳐지고 응축된 상태로 상이한 깊이에 자리를 잡는 다양한 모습의 감정체들은 내재화되고 성향, 취향, 성격, 언행 등으로 표현되고 발현된다.
예로부터 수많은 작가들은 인간 심리의 종잡을 수 없는 상태와 상황을 화면에 표현하려 노력하였다. 인간의 다층적 내면의 모습을 현실과 가상의 중층적 시각화로 다루는 회화에서 화면은 물질로서의 평면과 가상의 공간을 동시에 내포한다. 그것이 보편화된 형태들의 조직이든, 진동의 색들의 섞임이든, 생각과 태도의 명제화이든, 추상화된 조합이든 개개의 화면들이 담지하는 공간의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의 변화무쌍한 모습들을 화면에 드러내기 위해 작가들은 실제와 허구가 섞인 이중적 화면공간과 충돌하는 조형요소와 방법들을 버무려 이용하기도 한다.
김정해도 인간 심리의 갈등, 분열, 왜곡, 욕망 등을 현실과 가상을 엮어 화면에 담아내고자 한다. 객관과 주관이 교차되어 있는 내포적 표현을 위해 그녀는 사회관계에 연관된 심리현상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유연상의 마인드맵 방식을 신발과 의자 등을 결합해 표현하고 있는 「욕망」은 상징적 이미지들의 얽혀 있는 구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듯이 김정해는 연상적 요소들을 적절히 그물망으로 조직하여 화면을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성함으로써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여와 결핍을 선명히 드러내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표현 태도이자 작업방향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은 시선의 어긋남을 이용한 표현과 대상들의 이산된 결합을 보이는 표현으로 이루어진 두 가지 경향이 공존한다. 「상황-내-존재」는 인물들의 시선 방향의 다름을 통해 소외의 상태를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화면의 분산적 구조를 기반으로 이질적 공간체들이 섞여 있는 표현을 위해 김정해는 원형 통 안에 예각으로 결합된 거울들이 대칭무늬를 만들어내는 만화경(kaleidoscope)을 활용한다.
「감옥」은 소파, 구름, 아치, 인물들이 다르게 배치되지만 반복되는 만화경의 틀 안에서 맴도는 화면을 보여준다. 소실점을 달리하는 건물들은 감옥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미몽처럼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복제의 만화경 구조 안에서는 불가능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견고하게 짜여진 만화경의 패턴들이 배경을 이루는 「어쩌지?」는 해결되지 않은 번뇌의 모습을 김정해는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형태들이 만화경의 구조 내에서 대칭적이면서도 불안정하게 결합됨으로써 사회적 대인 관계에서 파생되는 현상의 반복과 마음의 어긋남이 시각화된 작품들은 그녀가 취한 분산과 병렬적 교차의 표현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의자, 탁자, 건물, 고양이 등은 따로 보면 각기 다른 별개의 공간구조에 놓여 있는 듯한 모습을 「메타버스 공간」은 보여주고 있다. 각 사물들의 존재적 정위를 불안정하고 흔들리며 벌어진 상태로 표현된 「메타버스 공간」은 대상들의 흩어짐을 통해 마음들의 이격을 노정시킨다. 떨어져 있고 비껴간 소외의 현장 속 상황들이 동등하고 평행한 반위계적 가치기반에 서 있는 병렬성을 통해 숨김없이 독립적 심리의 상태들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는 김정해의 「메타버스 공간」은 열린 그림의 그 한 예에 해당한다. 이 그림은 평행투사 방식인 오블리크, 소실점을 이용한 선원근법, 역원근법, 거리에 따른 형태의 선명함의 변화를 이용한 대기원근법, 곡률에 따른 공간양상의 다름을 드러내는 곡면위상체 등의 공간구조가 교접되어 현실과 심리 내부의 가상이 이질적이면서도 등가의 상태가 공존한 다양한 연결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형태들의 상이한 공간표현은 독립적이면서도 교호하는 각 표상체계들의 내밀한 상대성이 불확정적으로 개방되게 함으로써 유동화 된 사건과 의미의 다의성을 암암리에 내포한다.
공간의 상이성들이 충돌하는 표현과는 다른 견지에서 트로이 전쟁, 아가멤논의 죽음, 신의 패러다임에서 인간의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변화, 신의 가해와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얻게 되는 힘과 미래에 대한 앎 등이 파생하는 복층적 의미의 전개를 「레다와 백조」는 띄워내고 있다. 그 작품에서 백조를 안고 있는 레다가 존재하는, 화면의 우측에 있는 에셔의 육각구조물은 레다라는 인물이 갖는 고르비우스의 매듭처럼 묶여 있는 폭력과 반전의 상황을 압축하고 있다. 공간의 여기저기에 뿌려 놓은 여러 상징물과 이미지들은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의 건축물과 겹쳐짐으로써 그 작품이 갖는 꼬이고 겹쳐 있는 나선형의 의미 관계들을 심화시키고 있다.
형태의 적절한 배분과 응집의 활용 전략에 의한 표현을 하고 있는 「레다와 백조」와 달리 「멀티페르소나」에서는 다른 표현 전략을 김정해는 구사한다. 견고하고 조화로운 색의 결합은 심리의 조화로운 안정을 보여주지만 결속력이 떨어진 색들의 관계맺음은 정착되지 않은 떨림의 상태를 갖는다. 「멀티페르소나」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인물의 나눠지고 겹쳐진 중혼적 얼굴은 다중심리 상태를 암시하고 있다. 그 작품에서 사용된 배경의 어울리지 않은 색조합은 분열적 인물과 결합되면서 심화된 성격적 혼돈을 가중화시켜 표현되고 있다. 부유하며 부조화된 색의 관계를 도입하여 개인의 무의식에 은존하는 복층의 성향들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화면에 기거하게 함으로써 김정해는 「멀티페르소나」에서 내면의 불안한 표리부동(表裏不同)상태를 현현하고 있다. ● 김정해의 이번 개인전에 함께 하는 개개의 작품들의 근저에 깔린 표현들이 아우르는 경향은 기수(cardinal number)적이다. 개체들이 고유한 독립성을 갖는 기수성에 기반한 평행관계는 서로의 가치를 해하지 않으면서 평등한 공존의 상태를 기본 속성으로 가지며 등가성을 기저에 담고 있다. 그녀의 각 화면들은 현실성과 상상의 가상성이 겹쳐 있으며 여러 객체들이 동등한 관계에서 어우러지며 각각의 요소는 등가적 상전이의 가치를 가짐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연결망을 열어 놓고 있다. 우열관계와 배제적 계급성이 갖는 폭력성을 지양하고 다층화된 불화와 소외를 개방하여 해소하려는 김정해의 그림들은 분산, 확률, 병렬의 표현을 통해 그 가능성을 톺아보고 있다. ■ 이영훈
□ 아시아프 2021 – 1부 전시 - 일시: 2021.07.27.(화) ~ 2021.08.08.(일) - 장소: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Vol.20210707b | 김정해展 / KIMJOUNGHAE / 金貞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