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 Modern Times, The Ways We Read Industry

김혜원_박찬웅_신석호_오태풍_조춘만_지성배展   2021_0706 ▶ 2021_0718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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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7

기획 / 김혜원 주최 /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 후원 / 전북문화관광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교동미술관 Gyodong museum of art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89 Tel. +82.(0)63.287.1244~1245 www.gdart.co.kr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에서는 일곱 번째 기획 시리즈로 『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Modern Times, The Ways We Read Industry)』展을 마련하였다. 지금까지 6회에 걸친 이 기획 시리즈는 소비문화, 에콜로지(Ecology), 장소애(Topophilia), 타자, 언어, 추상을 키워드로 하고 그와 관련한 사진, 영상, 설치 작품들을 초대하여 인문학적 담론을 제시해 왔다. 이번 전시는 '산업'을 키워드로 한 작품을 초대하여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패러다임을 들여다보고 그 '모던 타임즈'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과거에 염색공장, 낙타표 문화연필 등의 제조업체가 있었던 자리로 섬유, 식품, 경공업을 중심으로 생산 시설이 조성되었던 전주 한옥마을에서 옛 백양메리야스(현 BYC) 공장을 보존하여 개관한 교동미술관을 전시 장소로 선정하였다. 그것은 전시 작품뿐만 아니라 전주시 산업화의 초기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전시 장소 모두를 하나의 사회적 텍스트로 간주하고 산업 사회의 '모던 타임즈'의 의미를 확인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이 전시는 '산업'을 읽는 시선을 산업 경관, 산업 현장, 산업 생태의 세 가지 방식으로 범주화하여 그것이 지닌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가계도로서의 의의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박찬웅_소멸의 얼굴: 정미소-남원 괴양_피그먼트 프린트_73×100cm_2011 박찬웅_소멸의 얼굴: 정미소-완주 삼례_피그먼트 프린트_73×100cm_2011
오태풍_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_피그먼트 프린트_56×84cm_2015 오태풍_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_피그먼트 프린트_56×84cm_2015

하나. 산업 경관에 대한 기록: 박찬웅 × 오태풍 ● 박찬웅(Park, Chan-woong)의 「소멸의 얼굴: 정미소(Face of extinction: Rice mill)」는 농업 쇠퇴와 기계화 영농으로 효용 가치를 잃고 소멸해 가는 정미소의 경관을 우리나라 최대 미곡 생산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한 사진이다. 시골 길가나 마을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미소는 단순히 곡물을 가공하는 도정 공장이라는 의미를 넘어 마을공동체 문화의 중심지로서 오랫동안 우리의 생활세계를 형성해 온 농경문화의 대표적인 양식이었다. 박찬웅은 이러한 정미소가 덧없이 허물어져 가는 모습에서 그에 퇴적된 시간과 소멸의 미를 서정적인 방식으로 포착하여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과 우수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오태풍(Oh, Tae-pung)의 「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There again, Abandoned Nonghyup Grain Warehouse)」는 한때 농업 근대화를 상징하던 농협 곡물창고의 경관을 기록한 사진이다. 농협창고 역시 연대의식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농경 활동에서 배태된 농경문화의 한 양식이다. 그러나 농협창고는 산업화가 야기한 농촌 해체 현상으로 그 사용 가치를 잃고 전근대적인 건축물로 남게 되었다. 따라서 오태풍은 농협창고를 산업 문화유산의 하나로 인식하고 공동체적 정서가 오랜 시간을 축적하며 의미를 획득했던 방식으로 빛바랜 농협창고를 촬영하였다. 즉 그는 장시간 노출을 이용하여 창고 주변의 빛을 아름다운 색으로 포착함으로써 버려진 농협창고의 존재 가치를 되찾고 있다.

박찬웅_소멸의 얼굴: 정미소-고창 오산_피그먼트 프린트_73×100cm_2011 박찬웅_소멸의 얼굴: 정미소-정읍 초강_피그먼트 프린트_73×100cm_2011
오태풍_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_피그먼트 프린트_56×84cm_2015 오태풍_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_피그먼트 프린트_56×84cm_2015

이처럼 박찬웅과 오태풍은 산업 경관을 기록하는 '장소 재현'의 방법으로 농촌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복원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구체적, 경험적 장소로서의 정미소와 농협창고가 농촌 지역의 정체성을 역동적으로 반영하면서 공동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표출해 왔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재현한 정미소와 농협창고는 더 이상 황량하고 피폐한 풍경이 아니다. 공동화된 농촌 마을을 상징하는 폐기된 건축물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물질적으로는 낙후되고 소외되었을망정 정서적으로는 풍요롭게 일상생활이 이루어졌던 농촌 환경 또는 근대가 유실한 순수한 농촌 문화의 원형으로 존재하고 있다. 박찬웅과 오태풍은 마을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물로서 마을의 표지가 되었던 정미소와 농협창고를 통해 우리가 상실한, 생명력 넘쳤던 세계에 대한 정서적 가치를 환기시키고 있다.

조춘만_중공업-IK09401-시추선_피그먼트 프린트_110×138cm_2009 조춘만_중공업-IK04001-시추선_피그먼트 프린트_120×100cm_2004
지성배_인간정제소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80×80cm_1999~2000 지성배_인간정제소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80×80cm_1999~2000

둘. 산업 현장에 대한 보고: 조춘만 × 지성배 ● 조춘만(Jo, Choon-man)의 「중공업(Industry Korea)」은 산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산업 구조물의 아름다운 외관을 드러낸 사진 작품이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발전소,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배관 용접을 했던 조춘만은 엄청난 에너지를 과시하는 산업 구조물을 거대한 스케일과 정교한 디테일로 재현하여 그것을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 대한 체계적인 보고서로 남겼다. 그중 하나가 기계 구조물로서의 선박과 그 제조 과정을 촬영한 이 '조선소·항만·선박' 시리즈이다. 조춘만은 기계와 기관 구조물의 위용이나 질감뿐만 아니라 그것이 작동되는 시스템 방식을 4×5인치 대형카메라의 섬세한 감각과 정확한 묘사력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산업 시설물에 대한 뛰어난 이 시각적 표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선박의 조형미나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기관의 역학적 힘에 몰입하도록 이끌고 있다. ● 지성배(Ji, Sung-bae)의 「인간정제소(Human Refinery)」는 자신의 직업 전선인 여수 LG칼텍스의 정유공장에서 자신을 모델로 직접 셔터를 누른 셀프 누드 포트레이트이다. 그것은 산업 전선이 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이 엄격하게 규격화된 인간, 부품처럼 기계에 복속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성배는 산업 역군이 입어야 했던 제복을 벗어 던지고 차갑고 육중하고 요지부동한 기계와 콘크리트에 자신의 육신을 조용히 대결시키며 알몸의 저항을 시도하였다. 즉 그는 어떠한 질서나 획일적 통제에도 길들여지지 않고자 몸부림치는 저항의 몸짓을 장시간 노출의 슬로우 셔터로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그의 셀프 누드는 근대 산업 문명의 굳건한 아성 속에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자아로 거듭나고자 하는 한 인간의 실존 의식의 발로였다.

조춘만_중공업-IK13300-선박 건조_피그먼트 프린트_110×200cm_2013 조춘만_중공업-IK174104-선박 건조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17
지성배_인간정제소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80×80cm_1999~2000 지성배_인간정제소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80×80cm_1999~2000

조춘만과 지성배는 자기 실존의 원초적 장소인 산업 현장을 사진의 출발점으로 삼아 개인의 구체적인 체험과 의식에 그 가치를 부여하였다. 다만 조국 근대화 시기의 산업 역군으로서 노동의 존엄성과 가치를 체득한 조춘만이 산업 구조물을 거대한 생명체로 인식하고 그 역동성과 생명력을 심미적으로 표현하여 산업 미학으로 제시하였다면, 촬영 당시 IMF 시대가 야기한 정신적 공황을 겪었던 지성배는 억압적 상황 속에서 기계적이고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는 공장 노동자의 심리적 풍경을 통해 기계 문명으로 인한 인간 소외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조춘만과 지성배의 사진은 모두 인간과 인간의 몸을 대체한 기계가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유기적인 질서 속에서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갖기를 바라는 세계관의 산물이었다.

김혜원_팔복동 공단 시리즈-폐차장_피그먼트 프린트_75×90cm_2016
신석호_오식도_피그먼트 프린트_32.2×48.3cm_2019 신석호_오식도_피그먼트 프린트_32.2×48.3cm_2019 신석호_오식도_피그먼트 프린트_32.2×48.3cm_2019

셋. 산업 생태에 대한 성찰: 김혜원 × 신석호 ● 김혜원(Kim, Hye-won)의 「팔복동 공단 시리즈: 폐차장(Palbok-dong Industrial Complex Series: Auto Junkyard)」은 전주시 팔복동 공단 지대의 살풍경한 폐차장 모습에 초점을 맞춘 사진이다. 1960대에 산업단지로 개발된 팔복동은 농업 정책에 비해 부진했던 전북 도정의 공업 정책으로 오랫동안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인 채 우리나라 산업화 초창기의 낙후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김혜원은 문명과 속도(Speed)와 부(富)를 상징하는 자동차가 흉물처럼 버려져 있는 이곳에서 산업 문명의 무생명성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햇빛에 바래 날아간 색감으로 폐차장의 나른하고 무기력한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부서져 쌓여 있거나 널브러져 있는 자동차의 비일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광경을 부각하여 기계문명이 야기한 황폐함과 폭주하는 물질문명의 공허함을 드러내었다. ● 신석호(Shin, Seok-ho)의 「오식도(Osik-do)」는 군산 오식도 부근 GM대우자동차공장이 미국 GM사의 철수로 폐쇄되자, 동시에 문을 닫게 된 주변 상가나 원룸 등을 촬영한 풍경 사진이다. 신석호는 2차 산업인 제조업의 셧다운과 함께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무너진 경제 구조를 성찰하였다. 즉 그는 국가산업단지로 선정된 후 육지로 개발되어 호황을 맞고 활기를 띠었다가 공동화된 섬 '오식도'의 불구성을 텅 빈 도로나 주차장을 통해 드러내었다. 또한 폐업한 상가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공간임을 강조하려는 듯, 이를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시선의 스냅 형식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황량한 계절과 흐린 날을 선택하여 인적 끊긴 곳에서 느끼는 '장소 상실'의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무너진 군산 지역의 어려운 경제적 현실을 암시하고 있다.

김혜원_팔복동 공단 시리즈-폐차장_피그먼트 프린트_38×50cm_2016 김혜원_팔복동 공단 시리즈-폐차장_피그먼트 프린트_38×50cm_2016 김혜원_팔복동 공단 시리즈-폐차장_피그먼트 프린트_38×50cm_2016
신석호_오식도_피그먼트 프린트_32.2×48.3cm_2019

김혜원과 신석호는 산업자본주의와 국가중심주의에 의해 중심/주변, 중앙/지역의 공간 구획을 바탕으로 식민지적 위계를 형성하는 산업 생태를 성찰하였다. 이는 강력한 자본 권력이 '생산-유통-소비'의 산업 라인을 첨단에 놓고 폐차장과 같은 '폐기/재생/재활용'의 산업 라인을 주변화하여 경제 체제를 위계화할 뿐만 아니라 초국적 자본주의의 지배 논리와 국가 권력이 한국 사회의 경제적 물적 토대를 외세 의존적이고 종속적인 것으로 만들며 지역을 배제해 왔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김혜원과 신석호는 무생명성과 불모성의 공간인 폐차장과 폐기된 상가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포섭되거나 배제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산업 생태의 모순과 그 식민성의 병폐를 보여주었다.

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展_교동미술관_2021
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展_교동미술관_2021

『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은 '산업' 패러다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준 6인 사진가의 작품을 통해 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에 이르는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와 구조와 생태, 더불어 사진가 개인의 형식적 방법론에 드러난 사진 예술의 미학적 가치를 확인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참여 작가들이 보여준 지역 문화 주체로서의 정체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 출신 박찬웅과 오태풍은 자신의 출생지가 농업을 선도한 농도(農道)였음을 인식하고 정미소와 농협창고를 기록하여 1960년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 정책으로 해체된 농업 경제의 현 상황을 보여주었다. 조춘만과 지성배는 산업 현장에서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기계 문명의 역동성이나 근대 산업 문명이 낳은 인간 소외 현상에 대한 사진적 보고서를 남겼다. 김혜원과 신석호 역시 전주와 군산 지역의 경제적 상황에 주목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산업 생태와 그 모순을 드러내었다. 이처럼 이들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진행된 산업 현상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예술이 우리의 일상적 삶을 도외시하지 않을 때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낳을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물론 지역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이들의 시각은 한국 산업의 역사를 넘어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의 균질화를 초래한 현대 산업 사회와 그 '모던 타임즈'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있다. ■ 김혜원

Vol.20210705d | 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 Modern Times, The Ways We Read Industry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