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ature: 산책(strolling)

로리킴展 / Lorie Kim / painting.fiber art   2021_0701 ▶ 2021_0713

로리킴_Mind Nature: 산책 풍경 - drawing_ 패널에 한복천, 바느질된 노방천, 연필드로잉_65.1×5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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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킴 홈페이지_www.loriekim.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01:00pm~07:00pm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THE ART PLANT Jo Gallery 서울 중구 명동길 74(명동2가 1-1번지 명동성당) 명동 1898광장 B117호 Tel. +82.(0)2.318.0131

로리킴의 주머니 속 자연 『Mind Nature: 산책』1. 주머니이자 집의 장소 인간에게 가장 따뜻한 곳은 바로 집이다. 우리는 이를 보금자리라 부른다. 마음 편히 숨 쉬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고, 꿈을 꾸며, 영감을 얻고 또한 자신의 영혼을 살찌운다. 어릴 적 살았던 고향이나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할 때의 그 설렘과 기대감, 포근함과 따뜻함은 단지 유년기의 추억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자 근간인 우리들의 둥지, 즉 보금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준다. ● 코로나-19 전염병의 시대, 보금자리는 더욱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집 안에서 온종일 일을 하고, 생활하며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며 서로를 위로하였다. 집은 단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켜 나가는 진정한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다. 사람들은 집의 공간과 환경을 바꾸었다. 이 변화는 단지 조금 더 쾌적하고 거주하기 편리한 공간을 만드는 것 만이 아닌, 사색하고 생각하며 머무를 수 있는 장소로 바꾸는 것이었다. 훗날 우리는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마치 유년기의 추억과도 같이 말이다.

로리킴_Mind Nature: 산책 풍경 215-1(Mind Nature: A Walk in a Scenery 215-1)_ 패널에 한복천, 바느질된 노방천_65.1×50cm_2021

작가 로리킴은 집에 대한 애착과 정서를 작품으로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편안하고 따뜻하다. 마치 시골집 여름, 시원한 툇마루 그늘에서 한숨 낮잠을 자는 아이에게 살며시 삼베 이불을 덮어 주는 것처럼 정겹다. "아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행복하게 웃으며 잠을 자는 아이를 바라보노라면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고 잠시 나의 삶을 회상하게 된다. ● 그의 작품은 한복 안감으로 쓰이는 노방천을 바느질하여 만든 회화이다. 천에 물감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 천을 잘라 투명실로 이어 붙이고 겹쳐 은은하고 조화로운 색감을 만들어낸다.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한복천 회화'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에게 노방천이 물감이자 붓이기에 그냥 '회화'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재료의 독특성 때문인지 로리킴의 작품은 기법이나 색상으로 주목을 받는다. "특이하네!"라고 호기심에 접근한 관객들은 그의 작품 내부에서 배어나오는 은은한 색감에 이끌려 작품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관찰하게 된다. ● 그의 초기 작품에서 현재까지 이어오는 작업의 주된 개념적 줄기는 '주머니'이다. 초기작에서 많이 보였던 영혼의 집을 상징하는 씨앗 주머니는 그릇과도 같이 그의 일상을 담아냈다. 「마음일지」를 매일매일 일기 쓰듯이 그림을 그리며 담아낸 일상은 수많은 색상의 조화로운 주머니가 되었다. 한복의 안주머니를 닮은 반원형의 주머니는 밥그릇 모양처럼 알찬 곡식을 담아내거나, 집과 같이 따뜻한 둥지와 보금자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 '주머니', 그의 예술적 원천인 주머니엔 소소하지만 가장 소중한 일상의 삶이 담긴다. 가족과 함께 한 지난 주말의 짧은 산책과 들꽃이 피어있는 자연의 풍경들이 모여 투명하고도 맑은 한 폭의 하늘하늘한 노방천 수채화가 되었다.

로리킴_Mind Nature: 산책 풍경 215-2(Mind Nature: A Walk in a Scenery 215-2)_ 패널에 한복천, 바느질된 노방천_40.9×60.6cm_2021

2. 내면의 영혼과 마주하는 자연 ● "당신과 내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의 집 울타리 안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종교지도자이자 교육자였던 해롤드 비 리(Harold B. Lee)의 말이다. 평범하면서도 의미 깊은 이 명언은 집이라는 울타리가 단지 공간적 개념이 아닌, 삶의 터전이자 영혼의 안식처를 만드는 중요한 일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 로리킴의 작업에서 '집'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주머니는 집의 개념에서 왔고, 이 집은 그의 유년 시절 추억에서부터 출발한다. 그의 유년 시절 조부모의 집엔 너른 마당이 있었다고 한다. 마당은 그의 할머니가 예쁘게 가꾸고 꾸민 풀밭의 정원이 있다. 정원엔 목련 나무와 감나무, 은행나무와 소나무, 진달래와 철쭉 등 색색들이 피어났다. 그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사시사철 꽃과 나무들을 보며 즐겁게 뛰어놀았다.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이 장소의 경험은 단단하게 그의 정서적, 예술적 심지가 되었다. 그리고 이 심지는 신념이나 신앙과도 같이 그의 내면 속 깊은 영혼과 만나게 된다. ●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집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 집안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안전하게 교류한다. 가상현실은 더 이상의 현실 외부에 존재하지 않고 현실의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메타버스의 시뮬레이션은 환영을 넘어 현실의 내면을 데이터화, 이미지화한다. ● 만약 메타버스의 가상현실 속 보금자리는 어디일까? 그 보금자리이자 집은 바로 우리 인간의 내면이다. 내면의 영혼에 다가가는 것이 바로 기술혁신의 데이터 사회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방향일 것이다. 기계와 인공지능에게 일을 맡기고 인간이 찾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영혼이 쉴 곳 보금자리를 찾는 일이다. 이 보금자리가 바로 집이자 자연이다. 그렇기에 내면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우리는 집과 자연을 찾는다.

로리킴_Mind Nature:산책 풍경 215-3(Mind Nature: A Walk in a Scenery 215-3)_ 패널에 한복천, 바느질된 노방천_53×53cm_2021

로리킴이 말하고자 한 자연은 유년 시절 자신의 추억과 정서적 경험으로 가득 찬 조부모의 자연을 담은 정원이자, 내면의 깊은 곳에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원초적인 장소이다. 산책을 하며 마주하는 평범한 자연의 들풀과 이름 모를 꽃들이 보물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는 이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영혼을 달래고, 때론 치유하며, 또한 응원하고 격려하며 위안과 기쁨의 소중한 순간순간들을 전달한다. ● 그는 때로는 천에 그림을 그리고, 또한 기도하고 염원하며, 색 천으로 켜켜이 쌓아 올려 내면의 깊은 심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의 주머니는 집이자 자연이며, 삶이자 내면의 영혼을 상징한다. 다층의 레이어에 의해 스며 나오는 신비로운 노방천의 색상은 동양적 깨달음을 상징하기도 하고, 서구의 보편적 믿음, 즉 신앙을 드러내기도 한다.

로리킴_Mind Nature:산책 풍경 207(Mind Nature: A Walk in a Scenery 207)_ 캔버스에 바느질된 노방천, 크리스탈비즈_60.6×60.6cm(20S호)_2020

3. 정원, 보물을 찾는 일상 ● 이번 전시 "Mind Nature: 산책"은 그가 신념으로 믿고 있고, 자신의 내면에서 움터나오는 영혼의 목소리인 '마음 안의 정원'을 로리킴의 예술적 방식대로 표현한 전시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정원이자 자연은 유년 시절 따뜻하고 소중한 집의 추억이자, 영혼이 자라난 꿈의 장소이기도 하다. ● 자연의 색상이 인위적이지 않듯이 그는 작품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색상을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하늘하늘 얇고 투명하지만 깊은 곳에서 스며 나오는 심연이나 햇빛에 의해 반짝이는 윤슬을 표현한 「Mind Nature: Water」와 같이 그는 노방천에 자연의 색을 수놓는다. 산책을 하며 바라본 꽃이나 아름다운 자연을 하나의 나뭇잎에 넣은 「Mind Nature: 산책 풍경」 시리즈는 작은 잎사귀에서 자연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로리킴_Mind Nature: Water_캔버스에 바느질된 노방천_50×65.1cm×2_2021

그는 작품을 통해 현시대의 모든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살찌우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찾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자연의 섬세한 표현과 맑은 색들로 중첩되어 친근하면서도 편안하다. 그곳엔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무심하게 주머니에서 꺼낸 준 작은 선물과도 같이 애틋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 ● 천천히 바라보면 정서적 교감이 전해지는 그의 작품은 그렇기에 더욱 강렬하다. 나의 집이자 자연은 로리킴 작가가 말하듯 영혼의 주머니 안에 태초부터 있었던 보물과도 같다. 우리는 그의 부드러운 작품을 통해 각자 자신의 주머니 속 내면의 자연으로 산책하듯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백곤

로리킴_마음일지 - 일용할 양식(Mind Journal - Daily Bread)_노방천_96.5×154cm_2021

Mind Nature란 나에게 추억 속 자연의 모습과 오늘날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자연 그리고 마음 안에 담고 싶은 풍경의 결합체이다. 매일 산책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낮은 눈높이로 작은 들풀과 들꽃을 보고, 새롭게 핀 꽃과 떨어진 나뭇잎 하나 하나에 시선이 머물 때면,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 정원에서 꽃잎과 나뭇잎으로 소꿉놀이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 그 날 만져본 꽃송이를 작은 천 조각을 잘라 만들고, 그 날 본 들풀을 연필로 하나씩 그려본다. 마치 산책하다가 주워 온 예쁜 나뭇잎을 오래도록 간직하려고 책 속에 넣어둔 후 일기장에 정성스레 붙이는 것처럼, 내가 본 풍경의 작은 조각들을 천 조각 잎사귀 한 장 한 장에 바느질하며 옮겨 담는다. ● 이 자연 풍경은 온라인이나 먼 여행지에서 찾은 모습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평범하게 만나는 풍경이다. 코로나로 일상적인 곳에서만 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보물찾기를 하듯 집요하리만큼 주변의 '보물들'을 탐색하며, 관찰하고, 기록하며, 수집해왔다. 산책을 하며 마주한 평범하기만한 자연물은 그것을 본 그 날의 상태, 그 시간 함께한 가족과의 추억, 또 그 것을 만지고 놀았던 소꿉 시절을 대변해주기에 보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일상의 소중한 조각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아니 아주 오래전부터 늘 우리 곁에 존재해왔음을 깨닫는다. 그것을 나는 노방천 조각으로 그리는 것이다. ■ 로리킴

Vol.20210702d | 로리킴展 / Lorie Kim / painting.fiber art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