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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오혜령 1st 도자 개인전 Oh HyeRyung 1st Ceramic Solo Exhibition
관람시간 / 01:00pm~07:00pm
서우 갤러리 SUHWOO gallery 서울 동대문구 안암로 160-1 blog.daum.net/gallerysuhwoo
본 전시는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숲 속에 혼자 사는 작은 요정이 오롯이 자연으로부터 얻은 나무와 꽃 등을 이용하여 세간살이를 만들어 생활한다면?'이란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아침 햇살이 빽빽한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찬란하게 비추는 조용한 숲 속, 영롱한 풀잎의 이슬을 자그마한 꽃 봉오리에 받아 마시는 요정. 이렇게 리리의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 귀여운 모습과 달리, 씩씩하게 나뭇가지를 손질해 포크를 만들고, 뜰 안에 둘 꽃병도 만들어냅니다. 다양한 식물을 쓰임새 좋게 엮어 만든 찻주전자로 티타임도 즐기지요. 생활력 200프로의 알뜰살뜰한 요정 리리는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써요. 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만든 물건이 쓰기에 편리하면 뿌듯함과 성취감도 느끼고요. 동물 친구들을 자신의 뜰에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리리는 직접 가꾸고 돌보아온 이 곳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리리도 때로는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있답니다. 깊은 숲 속에 혼자 있다고 느낄 때는 외롭기도 해요. 그럴 때는 리리의 뜰을 감싸주는 아늑한 나무들이 거대한 새장의 창살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숲 속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죠. 하늘 위를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자유를 동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을 사랑하는 리리는 쉽사리 숲을 떠나지 못하지요.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리리는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자신이 가꾸어 온 이 곳을 떠나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지 말이에요. 곧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이 어떤 요정인지를 곰곰히 돌이켜봅니다. 리리는 어렸을 때부터 숲을 좋아했고 특히 나무와 꽃, 식물을 보는 걸 즐거워했습니다. 지금 다른 세상으로 떠나간다 해도 언젠가 다시 숲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까요? 자연이 가득한 곳을 떠나 대도시에 살고 있는 지금의 저처럼 자연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약 여러분 중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혹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리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나눠주고 싶으실까요? ● 리리의 뜰을 구경하는 데에 있어서 주요 관람 포인트는, '리리가 어떤 자연물로 이 물건을 만들었을까?'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에요. 그럼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렵지도 않아요. 딱 보면 보여요. 맞추시면 사랑과 칭찬을 드려요. ●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면 이것저것 상상하게 되어요. 놀이하는 기분으로 기획하고 꾸민 리리의 뜰에 놀러오세요. ■ 서우 갤러리
몇 년 전 퇴근 길에 들른 꽃집에서, 나는 자신에 대한 사실을 한가지 깨닫게 되었다. 푸릇푸릇한 식물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스트레스는 어디론가 날아가 있고, 싱그러움을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던 것이다. 꽃과 나무를 평소에 좋아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나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들이었던가. 앞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땐 식물을 보자고, 나에겐 식물이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라고 기억하게 되었다. ● 또 한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전라남도의 벌교라는 동네가 고향인 나는 가끔 본가에 내려간다. 거기서 가족들과 차를 타고 드라이브할 때의 일이다. 서울로 대학을 오기 전까지는 살면서 늘 봐왔던 산이고, 산이야 거기서는 사방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니까 아름답다고는 느꼈지만 특별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사방을 둘러싼 산을 보는 순간, 갑자기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눈이 안보였던 것도, 무언가에 씌었던 것도 아닌데 새삼 개안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산을 이루는 수많은 나무들의 다양한 빛깔과 오묘한 조화가 눈으로 빨려 들어오며 마음은 갑자기 활짝 열리고, 있는지도 몰랐던 묵은 체증마저 쑥 내려가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아름다움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아, 이 아름다움을 그 동안 잊고 살았구나' 하고 자연에 굶주린 내 상태를 진단할 수 있었다.
이런 특별한 경험들을 하고 난 후, 더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 경험들과 별개로 그냥 늘 식물이 좋고 자연이 좋다. 어떻게 그렇게들 아름다울 수 있는지. 봄에 피고는 바람결에 꽃잎 흩날리며 지는 벚꽃을 떠올리면 어찌나 가슴이 떨리는지. 하늘을 향해 손을 뻗듯 갈래갈래 뻗은 가느다란 나뭇가지는 얼마나 대견한지. 또 서늘한 계곡에서 바위를 뒤덮은 이끼는 얼마나 촉촉하고 보드라워 보이는지. 내가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면 주구장창 자연만 그리지 않았을까.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었다면 자연을 예찬하고 감사하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시인이었더라도 같았을 것이다. 도자라는 매체를 다루는 작가여도 다를 바 없다. 단지 자연은 너무나 아름답고, 그 감동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수 밖에. ● 그렇게 보면 나는 창작자라기보다는 단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마쥬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다. 자연의 '팬'인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우러나오는 기쁨을 담아 헌정의 노래를 "도자작품을 통해" 하는 것뿐이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자연으로부터 얻은 흙이란 재료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니 내가 하는 일은 사실 아주 미미한 것이다. ● 내가 전시를 개최하는 것도 그런 관점의 연장에서 보자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공들여 멋진 작품들을 만들었으니 봐주세요"의 의미가 아니라 "제 작품은 자연의 그림자에 불과하지만 혹시 자연이 그리운 분이 있으시면 소소하게 함께 즐겨요"의 의미가 담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모든 작업도 이런 마음을 바탕으로 겸손하게 작업해 나가고 싶다. ■ 오혜령
Vol.20210621c | 오혜령展 / OHHYERYUNG / 吳慧怜 / ceramic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