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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정재현
관람시간 / 08:30am~07:30pm / 토요일_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SPACE1257 서울 강남구 학동로 146 와일리타워 1층 카페1257 Tel. +82.(0)2.6952.1251
이지현 작가는 마리아 얼굴에서 나타난 낯선 감각으로부터 출발해 현실의 기제로부터 벗어난 '감각하는 마리아'를 선보인다. 성모 마리아 조각상에서 느껴지는 세속적 아름다움에서 작가는 기이한 감각을 느꼈고, 그 '낯선 감각'을 성모 마리아 얼굴에 반영하여 이를 반복해 그리기로 한다. ● 낯선 감각을 나타내기 위해 작가는 마리아 얼굴을 자유자재로 변조시켜 다양한 감각이 혼재된 '낯선 얼굴'로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마리아의 얼굴을 변형한다는 것은 생명과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마리아의 속성에 반하는 행위로, 이는 우리의 생각과 충돌을 일으키며 우리를 당혹케 한다. ● 다양한 방식으로 변조된 얼굴에는 이지현 작가 특유의 장난스러움과 파괴적인 이중성이 잘 나타나 있다. 일그러진 얼굴이 낯설다가도 두 입 사이로 뺴꼼히 드러난 이빨이 어딘지 모르게 천진난만하다. 마리아 얼굴의 과한 화장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반면, 호피 하트 필터를 입힌 얼굴에는 애교스러움이 묻어난다. 이처럼 푸른 베일의 얼굴은 기존의 사고와 통념으로부터 벗어나서 다양한 감각으로 우리를 매혹하는 『감각하는 마리아』다. ● 마리아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인 믿음, 그리고 이를 무너뜨린 초현실적 부조화를 통해, 마리아의 얼굴도 우리의 감각도 다시 깨어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적인 현실의 한계로부터 벗어나서 낯선 감각이 주는 해방감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 ■ 정재현
신이 예수의 아버지가 되기 위해 마리아의 몸을 빌렸다. 그리고 마리아는 구원자를 낳고도 '동정녀'다. 인간은 정자를 자궁으로 순간이동시킬 수 없으며, 못 박혀 죽을 수는 있으나 다시 살아날 수는 없다. 그러나 남성에게 순교와 부활이 강요되지 않음과 달리 여성에게는 순결도 출산도 현실적인 압박이 된다. 게다가 마리아는 예쁘다. 표정 좀 보세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카메라를 의식하며 우아하게 우는 여배우 같다. 주름커녕 잡티 하나 없는 피부는 전지전능한 신의 보상인가. 영롱한 눈물이 그 위를 장식한다. 마리아의 숭고하며 아름답고 정숙 날씬한 이상적인 이미지는 누구라도 갖고 싶을 것이다. 가질 수 있다면. 하지만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약간 화가 나거나 적어도 내 맘대로 해보고 싶어진다. ● 작가는 마리아가 그려지던 방식으로 마리아를 그린다. 아름답게, 반짝거리며 극도에 달한 표정을 짓게 하고 이것저것을 총동원해 꾸민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러 시대에 거쳐 만들었던 것과 달리 한 쌍의 눈과 손으로 거듭 그려지는 마리아는 한 개체 안에서 우화하는 생물처럼 다른 무언가로 변화한다.
화면 중심을 차지한 얼굴은 발그레한 혈색에 피부가 조각상처럼 밝고 매끄럽다. 정갈하게 맺힌 눈물은 하이라이트 메이크업 같다. 다각형이 된 얼굴, 부푼 머리, 과장되거나 희게 탈색된 눈썹은 전위적 패션 화보 같다. 특유의 눈썹 표정은 하트가 몇 개 눌릴지 신경 쓰는 듯하다. #마리아 #동정녀 #아트 #메이크업 #기도 #패션 #구원 #수척 #눈물스타그램 ● 수줍고 깨끗해야 할 흰 베일이 배경의 낙서 같은 장식과 한데 엮인다. 성모를 예쁘게 해주고 싶어서 오드아이 리본 호피무늬 반짝이 등을 모조리 그려 넣은 듯하다. 슬픔과 사랑과 경건을 느끼는 이들이 저마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가져다 붙이고 투사하므로 마리아는 때로 너무 과하거나 기이해지기도 한다. 최대치를 넘어선 감정과 표현은 다른 의미로 변한다. 의식 없는 듯 벌어진 마리아의 입은 섹시하고 관능적이다. 황홀경에 든 성녀의 얼굴은 심해의 생물처럼 입만 남은 덩어리가 되어서도 자신의 감각만은 충분히 전달한다. ● 다른 얼굴들에서도 입은 눈보다 더 중요하다. 빛나는 눈은 보석 같으나 시력이 의심된다. 저 너머를 보는 듯도, 눈물만 흘릴 뿐 멍한 듯도 하다. 입 속은 눈보다 더 멀고 어둡지만 그 안에서 치아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앞으로 뚫고 나온다. 잘 끊고 씹을 것 같다. 입은 음식을 받아들이는 구멍이기도 하지만 물고 분쇄하며 마침내 삼킴으로써 대상을 다른 상태로 최종 변화시킨다. 어둠 속에 빛나는 마리아의 치아는 분명히 존재하고 기능하지만 가려져 있던 동물성이나 의지, 본심, 본성, 그게 무엇이든 실재하는 힘과 같은 느낌을 준다.
눈의 흰자위보다 밝게 빛나는 치아는 심지어 윗입술 위에 놓이기도 하는데, 치아뿐 아니라 수많은 투명하거나 불투명한 레이어들이 앞뒤로 오고 간다. 콜라주된 듯한 색면들이 원근감을 잃고 팽팽히 닿아 있다. 희미하거나 여러 겹인 얼굴의 윤곽과 흰 경계선은 연기 속의 아련한 환영을 떠올린다. 제 힘에 못 이겨 이리저리 부딪힌 붓질이 얼굴 속을 휘젓는다. 선명히 대립하던 푸른색과 붉은색이 이러한 흔들림과 마찰 속에서 보랏빛으로 섞이고 얼굴들은 합쳐지거나 해체된다. 입술이 닫히고. 얼굴에 아직 여러 흔적이 남아 있고 속눈썹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지만 그 뒤의 눈동자는 더 또렷하고 깊어진다. ● 마리아의 얼굴은 움직이고 흔들리고 겹쳐지고 벗겨졌다. 저 멀리 갔다가 가벼워졌다가 아주 깊은 곳을 들여다보다가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누구의 얼굴도 아니다가 모두의 얼굴이 되었다가 어떤 얼굴이 된다. 그렇게 아름답거나 순결하거나 숭고하지 않지만 살아있는. ■ 서한겸
Vol.20210620e | 이지현展 / LEEJIHYUN / 李知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