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유희

이기성展 / LEEGISEONG / 李基誠 / painting   2021_0612 ▶ 2021_0712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대구신세계 주관 / 대구신세계갤러리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대구신세계갤러리 DAEGU SHINSEGAE GALLERY 대구시 동구 동부로 149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대구신세계백화점 8층 Tel. +82.(0)53.661.1508 www.shinsegae.com

추상유희 _ 호흡呼吸의 묘描 ● 신세계갤러리는 전시 추상유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전시에서는 10년여 동안 독일에 머물며 철학 공부를 바탕으로 물감의 재료적 운용과 기하적 원리의 탐구에 매진해 오던 김영세와 내면의 심상을 균등한 선과 면으로 교차와 중첩의 색 입히기를 통해 화면을 만들어가는 박경아를 조명해 보았다. 특히 두 작가가 작품을 전개해 가는 방식에 있어서 가감加減의 차이를 보이는 흥미로운 부분들을 엿볼 수 있었던 전시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번 전시는 '철鐵'이라는 재료가 공간 속에서 숨을 쉬며 시간과 상관하는 작용을 자신만의 절제된 기법으로 펼쳐 보이는 이기성 작가의 작품들을 주목해 본다.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62cm_2020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117×91cm_2021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227×182cm_2020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91×117cm_2021

예술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근본적인 측면은 가능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이미 어딘가에 있거나 혹은 생각에 담아 알고 있던 세계와는 다른 관점의 제안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예술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며, 초월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기성이 전신의 기운을 자신의 손에 응집해 만들어 내는 것들은 이와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동고를 함께하며 익숙해진 표현 재료이지만, 시·공의 가변 요소들과 맞닥트리어 일어나게 하는 우연적 효과들은 그가 매 순간 의식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집중을 해야 하는 이유이자 고유의 예술적 행위로부터 도출된 값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117×91cm_2021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117×91cm_2021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227×182cm_2021

이기성의 작품에서 제일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철이라는 재료를 가루로 만들고 이를 용해하여 고유의 기법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적정한 점성을 갖게 된 철 가루는 캔버스 위에서 도구와 손을 사용하여 밀거나 당기는 방법에 의하여 수직과 수평 혹은 굵고 절제된 획들로 남겨져, 이내 화면은 재료의 물성이 극대화되어 노출된 실험의 장이자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된다. 용해되어 일정한 면적을 차지한 철가루는 이제 공기와 접촉하고 호흡하는 산화의 신비한 과정을 아주 서서히 수행해 나아간다. 교외의 어느 마을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작업실 한편의 캔버스 위에서는 갈변褐變의 신비로움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소리 없이 퍼져나간다. 삭朔을 한번 넘겨낼 즈음 작가는 이 호흡의 과정을 멈추어 낼 절정의 순간을 엿보기 시작하며, 드디어 엄버umber는 공기와 차단되는 피막을 두르고 화면에서 산화를 멈추어 영원의 형상으로 남는다.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117×91cm_2021
이기성_Kalpa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62cm_2021

이기성은 재현의 탐구가 아닌 작품의 전체성을 중요시하여 자신의 절대적 감정을 관람자에게 전하려 한다. 산화된 철의 컬러인 엄버가 만들어 낸 화면은 다소 낯설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찬찬히 파헤쳐 볼수록 새로운 인식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엄버 덩어리의 가장자리를 따라 은은하고 은근하게 밀려 나간 번짐의 유려함과 획을 그어 힘으로 짓눌리며 생겨난 덩어리의 묵직함은 작가가 유도한 우연성마저 얼마나 치밀한 살핌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비를 보여준다. 특히 사색과 명상을 불러오는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은 동서양을 넘어 인간의 본연에 내재해 있는 자연의 감수성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무한의 공간 속에서 강렬하고 엄숙하게 남아있는 형태들은 확장된 화면 속에서 주관적 요소인 심리적 효과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 이번 전시 추상유희를 통해 자신의 예술 영역에 대한 경계와 한계를 넘어 표현의 문제에 대한 부단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는 이기성 작가의 진정성에 대한 심오深奧를 발견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 대구신세계갤러리

Vol.20210617c | 이기성展 / LEEGISEONG / 李基誠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