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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더플럭스 gallery the FLUX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안국동 63-1번지) 2층 Tel. +82.(0)2.3663.7537 www.thefluxtheflow.com
물질적이며 감각적 차원에서 다시 읽게 되는 여성성 혹은 타자성의 문제에 관하여 ● 김하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모성과 관련하여 여성성에 대해 작업을 해온 작가의 문제 의식과 작업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여러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최근 몇 년간 모성이 발현된 이후의 여성 삶의 서사를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에서 작가가 주목하게 되었던 것은 여성성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타자의 문제였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체득하게 되었던 여러 가지 경험과 무의식,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사유를 근거로 도출하게 된 것들이라고 하는데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음을 작업을 감상하는 가운데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가 특별히 이번 전시와 관련하여 'Matter & Matrix'라는 주제를 제시하게 된 것 역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가가 최근 몇 년간 보여주었던 일련의 문제의식 및 작업태도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Matter를 물질, 재료라는 의미로, Matrix를 모체, 자궁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전제할 때 작가가 이처럼 서로 간극이 큰 개념을 대립시키게 된 것은 모성성 혹은 여성성의 개념을 그것과 상반된 것으로 보이는 물질의 개념과 대립시킴으로써 그 의미를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거나 주체적 위치와 타자적 위치 사이의 차별적 지점과 그 차이가 드러내는 의미들에 대해 이를 물질이라는 개념에 집중시키고 여기에 첨가해 여성성의 문제를 노출시킴으로써 우리 시대가 갖고 있었던 여성 혹은 여성성에 대한 관념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읽혀진다.
김하린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게 되면 표면적으로는 모성적 특성 및 상징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형상을 강하게 부각시키면서도 이와 상반된 감각을 자극하는 여러 상황들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성의 공간」이라는 작품에서는 출산한 이후 어머니가 아기에게 물질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생명력을 공급하는 통로이자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젖꼭지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 이를 바느질을 하여 촘촘히 연결시킴으로써 해먹과 같은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해먹은 사람이 안락하게 잠들 수 있는 자리를 연상시키게 되지만 이 해먹은 부드러운 라텍스 재료를 사용하여 안락한 느낌과 함께 어머니의 젖가슴과 유사한 감각을 전해 줄 것 같은데 여기에는 거칠게 실밥이 드러나 있을 정도로 바느질 자국이 강하게 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궁과 같은 안락함을 줄 것 같은 해먹의 형상 안에는 그와 상반된 물질적 감각이 시각적으로 드러나 있는 양가적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모순적이며 역설적 감각의 상황은 「Membrane」이라는 작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생물의 세포막에서 그 경계 지점인 막이라는 신체 구조가 하는 역할처럼 생명체에는 외부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경계이자 생명체의 한계 지점을 구분하는 여러 차원의 막 구조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이 작업에서 재활용된 포장재 폐지를 사용하여 바스러질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무엇인가를 보호하고 완충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양가성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낡아 보이는 종이 재료를 사용하여 연약해 보일 수 있지만 생명체의 보호막이자 경계적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를 드러냄으로써 모성적 위치를 물질적 차원에서 상징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작가는 모성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었던 감각들을 물질적 속성으로 번안해 내려 한 것일는지도 모른다.
김하린 작가의 전시에서는 이처럼 모성을 근거로 한 여성성의 한 단면이 내포된 시각적이며 물질적인 구조들이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는 여러 작업들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서로 상반된 양가적 감각이 물질적 차원의 덩어리로 치환되어 있거나 작가적 행위의 흔적으로 남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가 여성성의 문제를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드러내게 된 것은 우리 시대에서 여성성의 문제를 인권이나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타자화된 여성의 위치와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로 환원시켜 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를 재고해 보도록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업에서 보여주듯 감각적 차원으로 변환된 여성성 혹은 타자성은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음을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보여주고자 하였던 것 같다. 그 모순적 현실은 부드럽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괴기스럽기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결국 이 '모성의 공간'이 모든 것들을 품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든 것 같다. 김하린 작가의 이와 같은 작업들은 여성이 타자로 읽혀지는 상황에 배태되어 있는 맹점을 지적하는 것이며 오히려 거꾸로 그렇게 대상화하여 바라보는 주체의 근원이자 원천이 바로 여성과 타자일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며, 그 독해에는 이를 자각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뒤집어서 이야기 하는 것일 수 있다. 작가는 이처럼 시각의 문제를 물질로 변환함으로써 여성을, 타자를, 혹은 자궁이라는 모성적 공간을 단지 물질처럼 대상화시킬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 감각하며 교감하는 가운데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김하린 작가가 물질로 변환한 작업을 통해 이처럼 여성성의 문제를 타자성의 문제로부터 읽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작가의 분명한 시각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즉 여성성의 문제를 결국 타자 혹은 물질적 차원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근원적 차원에서, 그리고 그 모태인 자궁이라는 장소로부터 다시 읽어보는 것을 그의 작업을 통해 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승훈
Vol.20210616e | 김하린展 / KIMHARHIN / 金霞璘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