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박주희(스페이스 소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소 SPACE SO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37(서교동 458-18번지) Tel. +82.(0)2.322.0064 www.spaceso.kr
우리의 (알 수 없던) 숨바꼭질 - 숨바꼭질 ● 완연한 여름, 초록빛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밤에는 축축하고 습한 풀냄새가 난다. ● 전시장 바깥의 뜨거운 공기와 전시장 안의 서늘한 공기가 만날 때에 이번 전시는 시작된다. 더위로부터 잠시 몸을 숨기는 곳,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곳, 작품 안에서 숨바꼭질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여름 날 여기는 모두가 숨을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곳이 된다. 여름날 숨바꼭질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흘러나온 옷깃, 숨소리, 뒷모습 미묘한 부분을 감지하고 친구를 찾아낸다. 숨어야 할 차례가 오면 문 뒤와 옷장 안, 이불 안에 몸을 숨겼다. 그렇게 숨기와 찾기가 반복되며 작은 단서를 기점으로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 이번 전시는 숨바꼭질을 시작으로 한다. 다만, 친구를 찾아내는 숨바꼭질이 아닌 미술에서, 언어에서, 작품 속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발생하는 숨바꼭질이다. 우리는 이 곳에서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며 숨바꼭질을 하듯 숨겨진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숨바꼭질"은 작품 속 언어와 언어를 이루는 것- 흔적, 이미지, 인상, 태도- 등을 찾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부제인 "눈길과 귀엣말"은 감상할 때 눈과 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점을 반영한다. "눈길"은 예민한 감각을 건드리는 추상회화, 다양한 위치와 각도로 설치된 콜라주, 오브제, 드로잉을 통해 눈이 쫓아가는 길을 의미하며 "귀엣말"은 사운드 설치와 영상이 중첩되며 관객의 귀로 언어적 실마리가 전달되는 점이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눈길 ● 김겨울은 언어적 인식 혹은 감각에 대한 의문을 반영한 이미지를 만들며 이번 전시에선 그로부터 파생된 에피소드, 단어, 문장 등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링크를 공유한다. 빗소리를 들을 때 내가 아닌 그들도 나와 같은 빗소리를 듣는지, 단어의 소리와 발음에 대한 고민이라 든지, 피아노 연주곡에서 잘못 친 음이 좋지 못한지 혹은 놓친 음이 더 좋지 못한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그는 인식에 관한 질문과 자신이 감각한 인상을 화면에 풀어낸다. 섬세한 레이어들이 쌓이고 지워지기를 반복하고, 명료하기보단 어렴풋한 느낌의 시각적 형상을 그려낸다.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 세계의 실마리를 섬세한 미감으로 다루며 완결된 상태보다는 잠재적이고 여지를 가득 열어둔 상태의 그리기를 실천한다. ● 그의 작품은 시의 회화적 요소로 볼 수 있는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작가가 느낀 것을 보는 이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감각적인 매개체로 작용하며 보는 이들은 마음 속에 저마다의 심상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일반적인 감각에서 벗어나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감각을 끌어내어 그리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정지된 캔버스 화면에서 더 나아가 공유된 링크를 통해서 그의 언어-문장, 단어, 에피소드, 드로잉 -를 만날 수 있다. 링크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그의 언어는 추상회화를 감상하는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으며 언어적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안리는 생활 속에서 반응한 사건, 사물, 행위를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가져와 그것들을 해체하고 접합하기를 반복하며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선 「구름 아래 입은 것이 없는」 시리즈 중 일부를 소개한다. 제작시기가 다른 각각의 작업들이 모인 시리즈로 시간이 흐르며 닳고 낡아버린 일부와 그리고 새로운 일부를 재조합하며 전체를 찾아가고 되짚어가는 작업이다. 그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여러 시간과 장소에서 떼어내고 붙여낸, 찢어내고 꿰맨, 수집하고 중첩한 이미지들을 모아 현재 이 시점(時點)을 이룬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늘 관찰하고 수집하며 생활에서 파생된 것이 지금에까지 이르러 2021년의 작품이 되며, 여전히 진행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의 작업이 된다. ● 매일의 수집, 노동, 기록을 여러 조형 형식으로 자신의 언어를 만든다. 판넬을 꿰맨 흔적, 검은 물결과 같은 질감, 다른 물성(나무와 드로잉, 철등)들의 콜라주로 만들어진 그의 작업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눈으로 만져보는 것 같은 구체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그는 그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어쩌면 그만 인지할 정도의 언어일 수도 있지만 여기엔 작가의 생활, 조형적 고민, 작업의 과정이 반영되어 있다. 이곳에서 그가 만든 '눈의 언어'를 느껴 보길 바란다.
이준용은 이번 전시에서 드로잉 18점을 소개한다. 그는 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슬픔이 부여되지 않는지, 왜 사랑하는 것들은 항상 가난한지, 왜 불행은 곳곳에 있는지 대한 물음을 출발으로 주변의 풍경과 일상을, 슬픔과 사랑이 어긋난 부분을, 그들의 사적인 불행을 기록한다. ● "밤새 씹어대던 어둠이 세상의 뒷면에 껌딱지처럼 들러붙고, 형광등보다 밝은 해가 뜨면 아침방송에선 매주 한명씩 나와 번갈아가며 울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바뀌어도 우는 소리는 똑같으므로, 이 편리한 비열함을 증오해야햔다. 앞으로 우리는 누군가가 먼저 울어야만 따라울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준용, 「things I despise」, 2013 중 일부 발췌) ● 그의 드로잉에서 이미지와 글 사이의 간극 발견할 수 있다. 그 간극은 우리와 그들 사이에 시간의 간극, 기억의 간극,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소환한다. 「단지, 눈물이 짭조름해서」는 울고 있는 한 인물과 그 눈물을 먹는 반려견이 연필로 그려져 있다. 처음엔 '나'에 빗대어 인물의 슬픔을 연상하지만 하단에 살짝 지워진 채 쓰여진 "단지 눈물이 짭쪼름해서"를 보며 반려견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두 번 혹은 그 이상의 간극이 드로잉 내에서 발생한다. 그는 정해진 공간이 아닌 친구의 집에서, 혹은 카페에서 그가 머물렀던 어딘가에서 작업을 한다. 그곳에서 주변에 잡히는 종이와 연필, 혹은 펜과 수채화를 사용하여 그려내고 쓴다. 종이의 모양도, 질감도, 재료도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찢어진 윤곽선,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연필선은 그의 작업방식과 그가 말하고 하는 바를 반영한다. 어떻게 그렸는지, 기록되는 지보다 무엇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며 그가 기록한 그들의 아릿함을, 나와 너의 불결함을, 그들을 향한 연민을 그리고 사랑을 함께 찾아보길 바란다.
귀엣말 ● 안유리는 사라진 것과 떠나는 것, 그리고 남은 것을 눈 여겨 보며 모국이 아닌 곳에서의 그들과 유랑하고 고립된 그들의 '말'과 '글'을 위한 자리를 잠시 이곳에 표착시킨다. 이번 전시에 「유동하는 땅, 떠다니는 마음; 테셀에서 제주까지」와 「포말(泡沫)의 말(言)」 을 소개한다. 2014년에 제작한 「유동하는 땅, 떠다니는 마음; 테셀에서 제주까지」와 2021년에 제작한 「포말의 말들」 모두 바다를 매개로 한다. 「유동하는 땅, 떠다니는 마음; 테셀에서 제주까지」는 소설 "하멜 표류기"의 주인공이 항해를 시작한 곳 '테셀'에서 그가 떠나온 '제주'를 향해 혹은 '제주'에서 '테셀'을 향해 모국어와 외국어가 중첩되어 말을 건낸다. ● 「포말(泡沫)의 말(言)」 은 바다를 사이에 둔 두 화자(話者)의 목소리를 담았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한 사람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이 화답하는 형식을 띤다. 포말은 물이 다른 물이나 물체에 부딪쳐서 생기는 거품을 뜻한다. 발화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말은 마치 포말(파도의 거품)과 비슷한 듯 보인다. 「포말(泡沫)의 말(言)」은 흩어지고 사라지는 한시적 성격, 계속해서 흐르는 포말과 같은 모습, 구어체로 서술되는 방식으로 인해 문자와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작지만 분명 존재하는 우리(나를 포함한)와 그들의 목소리와 말을 발견하길 바란다. ● "집을 찾기 위해, / 집을, / 떠난다. / 내게 주어진 말들을, / 벗어, / 던지고, / 내게 새겨진 이름들을, / 거두며, / 앞으로, / 나아간다." (안유리, 「포말(泡沫)의 말(言)」,2021, 8p)
이정식은 텍스트를 시작으로 영상, 책, 오브제, 설치와 같이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해낸다. 이번 전시에선 「오, 미키」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인 사운드 설치로 소개된다. 「오, 미키」 는 자신의 경험과 잊어버린 비밀번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이정식의 필명인 "이은주"가 짧은 소설로 집필하였다. 「오, 미키」에서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역할, 요구되는 행위, 해석된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다른 이름을 선택한다. 「오, 미키」에서 그는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선택하며 작업을 이어가지만 집에서 조차 자기 자신일 수 없는 주인공, 콜리플라워 맛이 나는 식물이 아닐까 의심하는 주인공을 통해 작품에서 지배적으로 드러나는 자신에 대한 의심을 살펴볼 수 있다. 길을 잃은 주인공은 헤매이며 길을 찾는다. 길을 잃었기에 길을 찾는다. 잃어버린 길에 대한 물음으로 「오, 미키」는 마무리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이정식 또한 이름을 잃었기에 이름을 찾는것과 같이 느껴진다. ● "- 골목 안쪽에 있는 '여기 어디'가 여기 말고도 다른 곳에도 있습니까? / - 네. 골목 안쪽에 있는 '여기 어디'는 어디로 어떻게 가시면 또 있습니다." (이은주, 「오, 미키」, 2020 중 일부 발췌) ● 이번 전시에서 「오, 미키」는 매 정시에 들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소설을 읽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잃어버린 길, 잊어버린 비밀번호 그리고 자신 존재에 대한 의심등이 쓰인 소설과 비물질적이며 형상이 없는 사운드 설치가 소설의 내용과 설치 형식의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는 「오, 미키」로부터 이정식의 혹은 이은주의 혹은 미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느린 템포의 숨바꼭질이다. 천천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오래전 이야기, 장면, 주변의 풍경, 너의 삶 그리고 작품 속에 스며든 그들의 언어를 곳곳에 숨겨놓았다. 자유로운 형태로 작품과 이곳에 온 모든 이가 만나 서로 술래가 되며 작가들의 메세지와 작품 속 언어를 발견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알 수 없던 숨바꼭질을 알게 되고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 혹여 숨겨진 것을 찾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하는 당신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 여전히 이 곳에 이야기를, 장면을, 풍경을, 삶을 모두 담은 것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가 또 다른 곳에서 만나길 기다리며 그것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 찾지 못했다는 건 다행히 우리 사이에 남은 공간이 있고 천천히 그 공간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전히 하루는 지나가고 우리는 무사할 것이다. ● 여름날 천천히 그 숨바꼭질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박주희
Vol.20210610g | 숨바꼭질: 눈길, 귀엣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