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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시 수성구 무학로 180 멀티아트홀 Tel. +82.(0)53.668.1566 www.ssartpia.kr
이시영의 '몸' ● 이시영 작가는 10년 째 '몸' 만들기에 몰입하고 있다. 이시영 작가가 제작하는 몸은 인간의 몸이다. 몸에는 작가의 감정이 투영되었다. 그러나 그 몸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혀지지 않는다. 표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동작이나 자세를 통해서만 인체의 심리상태를 엿볼 뿐이다. 성별도 모호하다. 이 익명의 인간에게 작가는 "내가 가진 모든 것에 한 꺼풀을 더 씌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은 익명성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특정 인물이나 특별한 대상을 지정하지 않는 이시영의 '몸'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면서 우리 모두를 지칭한다. ● 이시영이 만든 '몸'에서는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와 같은 표현적인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미켈란젤로의 '노예상'이 품고 있는 역동성이나 처절한 감정도 배제되었다. 작가는 군더더기 없는 건조한 제작 방식을 10년째 고수한다. 대략 1m 높이의 검은색 좌상은 가부좌를 틀었다. 또 다른 몸은 휴식을 취하거나 도약을 할 것처럼 자세를 낮추었다. 턱만 괴지 않았을 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또 다른 인체는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거리를 두고 보면 '몸'은 하나의 큰 덩어리로 존재한다. 덩어리를 이루는 부분은 얇은 나무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야를 좁혀 가까이서 보면 매우 섬세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백 개의 나무 조각을 미리 절단해 놓는다. 자작나무 목재를 작은 조각으로 재단하여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으로 조립하는 것이다. 중간 과정이 만만치 않다. 프랑겐슈타인을 만들 듯 또는 외과수술을 하듯이 톱으로 깎고 써는 과정은 빙산 아래 덩어리 같은 것이다. 켜는 톱은 결을 따라 가야한다. 때로는 망치로 두드리기도 한다. 단단한 자작나무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중간에 나무 조각끼리 서로 간섭이 일어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우드스테인 채색을 사포로 치는 것은 결을 다듬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번들거림을 막기 위한 것이다. 모두 완성작에서는 알아차릴 수가 없는 프로세스다. ● 400~500개의 나무 조각을 짜 맞추어 만든 인체의 곡선은 어색하지 않고 유연하다. 선이 자연스러운 것은 정확한 수치에 기댄 나무 조각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촘촘하게 조립했기 때문이다.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는 몸에 작가는 장식이나 과장, 또는 왜곡을 허용하지 않는다. 계산된 공식에 근거한 짜 맞춤식 제작방식은 우연의 효과를 밀어낸다. 해부학이 토대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드로잉과는 또 다른 차원의 표현방식인 것이다. 마침내 크고 작은 나무 조각들이 서로 맞물려 자연스러운 하나의 인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작가는 동일한 퍼즐 조각을 분리하고 다시 조립함으로써 인간의 익명성과 더불어 인간에게 공유된 정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이시영의 '몸'은 근원적인 질문과 닿아 있다. '인간존재'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작가는 인체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접근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 삶에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인 것은 무엇인가. 과감히 포기하고 단절해야 하는 비본질적인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질문은 '인간이란 도대체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것이다."(작가노트) 오는 6월 8일 ~ 6월 20일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에서 선보일 신작 '몸'도 이러한 질문의 연장선상에 있다. ● 그것이 사람인(人)자를 상기시킨다. 사람의 옆모습을 본 딴 사람인(人)자를 보면 단순한 것이 진리라는 말이 떠오른다. 두 사람이 서로 기댄 모습을 형상화한 사람인(人)자나 미니멀아트의 그것처럼 단순한 형상을 통해서 근원을 고민하는 작가는 인간이란 '상호의존적 존재'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함께-존재'함을 의미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함께-살아감'을 의미한다."는 것이 이시영 작가의 주장이다.
작가는 이번 초대전의 준비과정 대부분을 코로나19와 함께 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무엇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망각하고 살았던 근원적인 진리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됐다."는 것이 작가의 고백이다. 하여 '인간 형상에 담은 '실존의 문제'는 지금의 위기에는 어떤 피상적인 철학적 전제나 감상 또는 낭만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작 '몸(인간)'을 통해서 '코로나19 사태'를 새로운 삶의 방향 전환점으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한다. 작가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대조각의 방향성이 또 다른 고민이다. ● 오늘의 현대 조각이 인체 조각의 관점에서 어떠한 조형적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지,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는 '몸'을 통해 조각의 동시대성을 가늠하고 현대 조각이 드러낼 수 있는 미적 이념을 고민한다. 토탈 아트의 시대에 작가의 이러한 고민은 주목할 만하다. 이시영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 서영옥
Vol.20210608f | 이시영展 / LEESIYOUNG / 李時榮 / sculpture